IBK기업은행 지역 유치를 놓고 대구와 대전이 각축저 대전 지역구 의원들이 기업은행 본점을 대전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대구는 억대 예산을 들여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1월 2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시는 11~12월 중 기업은행 대구 유치를 위한 홍보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이번 홍보전을 통해 지역 경제 파급 효과 및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은행 대구 이전의 당위성을 알리기로 했다. 대구시는 홍보 예산으로 1억7500만원 가량을 책정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월 국민의힘 지도부에 기업은행의 대구 이전 추진을 요청했다. 대구시는 기업은행 유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지난 2020년 8월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시에 두도록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홍보전은 대전시가 기업은행 유치전에 뛰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은행 본점을 대전으로 이전은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황 의원은 “기업은행 본점을 대전광역시에 두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금융 인프라 육성을 도모하고,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1998년 충청은행과 1999년 충북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퇴출당하면서 충청권에는 지역 은행이 없다. 올해 들어 대전시가 충청권 기반 은행을 설립하려고 했으나 현재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나서 기업은행 대전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까지 기업은행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셈법이 복잡해졌다. 충청권 국회의원은 총 28명(대전 7명, 세종 2명, 충남 11명, 충북 8명)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수(253석)의 11.1%를 차지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20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지만, 지난해 대선에선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4.2%포인트 앞섰다. 충청권은 전통적으로 매번 선거에서 캐스팅보트(casting vote·최종 결정권) 역할을 했다.
여야 지도부는 내년 총선 역시 충청권을 캐스팅보트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대구는 국민의힘의 오랜 텃밭이라 소홀히 할 수 없는 지역이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 손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부산, 경남 등도 기업은행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은 KDB산업은행에 이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남 역시 기업은행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지만 상장사이기도 한데, 이런 은행의 본점을 정치적 이유로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지 않게 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