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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加坡 통신② 홍콩과 싱가포르...전혀 다른 이란성 쌍둥이

항구 끼고 발전한 아시아 양대 자본시장, 홍콩은 주식-외환! 싱가포르는 현물-선물

 

아세안 문화 경제 미디어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신년을 맞아 신남방정책을 현장을 해부하는 야심적인 기획을 준비했다. 바로  '정호재의 緬甸통신'과 '정호재 新加坡통신'이다.

 

ㅂ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고 있는 필자는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의 대표 정치인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번역도 했다. 緬甸은 미얀마의 한자표기고 新加坡는 싱가포르 한자 표기다.  [편집자주]

 

정호재 新加坡 통신②  홍콩과 싱가포르...전혀 다른 이란성 쌍둥이

 

1. 2019 아시아를 강타한 '홍콩사태' ...싱가포르도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2019년 아시아 최고의 화두는 단연 홍콩사태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전체 아시아 사회의 상당지분을 차지하는 동남아 화교 사회에서, 홍콩 문제는 일종의 정치경제적 문제를 뛰어넘는 실존적 문제였다.

 

홍콩은 지리적으론 중국에 포함돼 있지만 화교사회와 오랜 밀접한 관계를 지녀왔다. 지난 150년간 베이징과 멀지감치떨어져 경제적 부와 정치적 자유를 누렸지만, 이제 이 같은 자유와 번영이 과거의 역사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나라를 잃은 화교들은 복건과 광동 등 고향을 떠나 지난 200년간 아주 복잡 다단한 유랑과 정치적 박해를 거쳐야 했다. 이 가운데 소규모지만 정치적 독립을 이뤄낸 곳이 바로 싱가포르다.

 

21세기 '중국의 급성장'은 커다란 충격이면서도 어찌보면 화교 사회에게는 아주 익숙한 황제의 귀환인 셈도 됐다. 홍콩은 가장 먼저 그 폭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 셈이 됐고, 싱가포르 역시도 강건너 불이 아닌 상황이 됐다.

 

2. 아시아 양대 자본시장: 홍콩은 주식-외환! 싱가포르는 현물-선물!

 

"홍콩은 주식-외환! 싱가포르는 현물-선물!"

 

싱가포르에서 똑똑한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석유 관련 선물시장에서 일한다. 여기서 영역을 조금 확장하면 석유 현물, 비철금속, 금은채권, 화물로지스틱스 등으로 확장된다.

 

홍콩은 익히 알려진 대로 증권시장을 비롯한 외환 금융시장으로 아시아를 대표해 왔다. 쉽게 얘기해 아시아와 중국의 제조업과 자원 시장을 캐피털라이즈화하여 미국과 유럽시장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이 두 국제도시가 아시아에서 200년간 수행해온 것이다. 홍콩은 동아시아 대표항구, 싱가포르는 동남아 대표항구인 것이다.

 

그런데 홍콩과 싱가포르는 묘하게 도시의 정체성이 다르다. 우선 싱가포르는 독립 이후 집중적으로 항구경쟁력을 끌어올려, 인근의 거의 모든 경쟁도시를 제압하고 아시아 1등 물류도시가 됐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는 석유저장시설에 투자를 집중시켜 동아시아 석유거래의 중심이 됐다. 한중일이 쓰는 99% 석유가 바로 이 싱가포르에서 숙성된 석유다.

 

물류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싱가포르는 100년 전부터 "동양의 스위스 전략"을 추구해왔다. 항구와 이 석유창고의 의미는 시설이 너무 중요해, 외적에게 항복할지언정 파괴가 되면 곤란해진. 때문에 정치적 자유보다는 안보(security)가 압도적으로 중요해진다. 화물선주가 맡긴 물건이 파괴되면 항구도 같이 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중립이다. 러시아도 미국도 중국도 싱가포르 앞 해협을 맘 놓고 지나가야 세계평화가 이뤄진다.

 

그런데 홍콩은 좀 다르다. 홍콩이 홍콩인 이유는 이른바 글로벌 자본시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홍콩의 자본시장의 원주인은 영국, 미국 자본이었다. 자본시장은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서구사회가 정보왜곡을 가장 혐오하는 이유도 사실은 자본시장 논리 때문이다. 구글 검색을 못하는 땅에서 투자시장을 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그리하여 홍콩은 영국 수준의 언론 자유를 오래 전부터 누릴 수 있었다.

 

1980년대까지 손톱만한 크기의 홍콩의 GDP는 중국 대륙의 40%를 넘나들었다. 사실 홍콩이라는 여의주가 없었다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이렇게 빨리 성공했을 리도 없다. 홍콩은 자신이 가진 압도적인 자본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을 통해 지난 30년간 중국의 젖과 꿀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토사구팽이라고, 홍콩의 자유민주체제가 부유해진 베이징 정부의 눈엣 가시가 된 것. 그래서 근래 홍콩 자본들이 자유를 찾아 여러 동남아 도시들로 이전하기도 했고, 홍콩을 대신할 아시아의 국제도시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아주 멀치감치 떨어진 싱가포르도 홍콩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과연 싱가포르가 홍콩을 대신하는 상황이 오게 될까?

 

 

3. 아시아 국제도시의 조건-싱가포르 앞바다서 전쟁이 일어나게 하지 마라

 

혹자는 싱가포르의 집세와 차량 및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이건 홍콩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농업과 제조업 기반의 영토국가가 아닌 좁은 항구도시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도시는 외국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일종의 조세회피지역의 역할도 일부 수행하기 때문에 자본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이 일반 국가에 비해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렇게 소득세를 낮췄으니, 싱가포르 정부는 다른 방식으로 세금을 뜯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은 월세 500만 원의 집세를 내고 1억 원짜리 렌터카를 타게 되는 식이다. 평범한 밥값에도 텐텐 세금이 붙기 마련이다. 외국 자본이 충분히 벌었으니 일부는 토해내라는 거다. 때문에 싱가포르와 서울과의 직접 물가비교는 상당히 틀린 발상이다.

 

싱가포르는 사회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인력 충원도 원활하지만 증권시장은 사실 턱없이 약하다. 미디어를 전공한 내 관점에서 싱가포르는 자본시장이 발전하기 힘든 사회다. 자본시장은 결국 루머와 오보를 어떻게 스스로 걸러내는지(자정작용)에 달렸기 때문이다. 즉, 금융시장에는 뛰어난 미디어 시장이 함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싱가포르는 안보에 신경써야 하는 사회 특성상 미디어 시장이 턱없이 약하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홍콩을 대신할 중국의 도시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싱가포르도 힘들다면, 중국은 더더욱 힘들다. 그야말로 홍콩은 아시아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엄청나게 소중한 자원인 셈이다. 사실 홍콩에 대한 탄압은 미중무역갈등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 중국에게 홍콩은 껄끄럽지만 대체불가능한 파트너라는 생각에서다.


사실 한국의 서울도 홍콩에 버금가는 국제도시가 될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필자 역시도 일부 도시국가에게만 허용되는 외국자본에 대한 무제한적 자유를 한국은 허용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우리야 우리 나름의 생존 모델을 개발해야 할것이다.

 

최근 싱가포르인들도 아주 참담한 심정으로 홍콩사태를 지켜보았고, 반중감정이라고 표현하긴 좀 그렇고, 중국경계 심리가 살짝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싱가포르의 화두는 실용주의다.

 

절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꼽만치도 각을 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게 바로 싱가포르 외교의 기본 노선이자 절대 노선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외교가의 오랜 격언으로 "싱가포르 앞바다서 전쟁이 일어나게 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 길을 찾을 것이다. 

 

정호재는?

기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며 현지 시장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의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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