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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 일본이야기30] 백제-신라계 투쟁, 고대 일본사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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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교수 일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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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누구인가 13. 일본의 조선관: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의 역사관

 

일본인은 누구인가 13. 일본의 조선관: "천황가의 조상이 한반도에서 왔다"는 사카구치 안고 역사관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 1906~1955)는 일본에서 이름난 역사 소설가다. 다자이 오사무, 오다 사쿠노스케와 함께 일본 전후의 '무뢰파' 작가로 필명을 날렸다. 일본의 전국시대 전국을 휘어잡은 무장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1582)를 주인공으로 한 <織田信長>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내게 소설가보다는 산문가로서 이미지가 훨씬 선명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거기서 나는 그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일깨워준 건 재일작가이자 한일고대사 연구가인 김달수 선생이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지금부터 21년 전인 1951년 발간된 《안고 신일본지리(安吾新日本地理)》의 <고마(高麗)신사의 제적(祭笛)>을 나는 그 당시 한번 읽었었다” 면서 “나는 깜짝 놀라 혀를 내둘렀다”고 토로한다. 그리고는 “그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을 이제 비로소 알았던 것이다(金達寿, 1984, 시리즈 3, 234).”

 

도대체 무엇을 알았단 말인가? 먼저 <안고 신일본지리>의 「고마신사의 제적」에 실려 있는 글귀에 주목해 보자.

 

일본 원주민은 아이누인 혹은 코로포클인(아니누 신화에 나오는 소민족-글쓴이) 등 여러 가지로 전해지고 있지만 패총시대 주민은 제쳐놓고 부여(夫餘)가 지금의 북한 지역에 남하한 이래 천 육 칠 백년(千六七百年) 쯤 전부터 조선에서 자발적인 또는 족장에게 인솔된 이주자는 속속 이어졌고 그들은 패총인종과는 달리 상당한 문화를 갖고 있는데다 수적으로도 곧 선주민을 능가할 정도의 우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즉 천황가의 조신(祖神)의 첫 정착지점인 다카마가하라는 일본의 어디에 해당하는가. 그것을 생각하기 전에, 그 이전에 이미 일본 각지에 많은 부여족이며, 신라인들의 이주가 있었다는 것, 또한 당시는 아직 일본이라는 나라가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일본인도 아니고 부여인도 아닌, 단지 족장에게 통솔된 부락민으로서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安吾新日本地理>, 260~261).

 

 

여기서 안고가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천황가의 조상이 한반도에서 왔다는 것, 이를 에둘러 말하지만, 일본의 조상이 한반도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교토대학의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 교수는 한반도에 건너온 도래인의 파도는 네 차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야요이 시대 농경문화를 갖고 건너온 자들, 두 번째는 고분 시대에 온 자들, 세 번째는 나라시대 전기의 네 번째는 나라시대 후기라고. 안고는 다음과 같이 이어간다.

 

이미 삼한 계의 정쟁이나 알력은 후지와라 경 무렵부터 지하로 잠적한 것을 알 수 있지만 일본 지하사의 불투명성은 후지와라 경으로부터, 나라 경으로, 그리고 헤이안 경으로 옮아가 드디어 지하로부터 몸을 일으켜 다시 역사의 표면으로 나타났을 때 그것은 애벌레[毛虫]가 나비[蝶]로 탈바꿈한 것처럼 전혀 딴 것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겐 씨(原氏)이고 헤이 씨(平氏)이며, 오슈(奧州)의 후지와라 씨(藤原氏)이고, 나아가서는 남북 양조의 대립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고대역사는 그 같은 지하 사를 더듬어 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탈바꿈했다는 것은 일본인이 되었다는 것이다(위 책, 277).

 

안고는 이들 삼한 계 간의 권력 투쟁이 일본의 중앙정권 수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이어간다.

 

고구려와 백제와 신라의 세력 싸움은 일본의 중앙정권의 세력에도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일본 여러 지방 국[諸国] 호족은 모두 조선 경유의 사람들이었다고 봐야 할 근거가 많고 일본 여러 지방 국의 고분 출토품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고분의 분포가 전국적이며 그들 간에 씨실과 같은 연결[横のツナガリ]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마 <高麗. 高句麗를 가리킴> 계, 구다라<百濟> 계, 시라기<新羅> 계 기타 무슨 계라고 하듯이 일본에 있어 정쟁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정쟁을 거쳐 점차 통일적인 중앙정권이 확립되었다고 생각된다(위 책, 262~263).

 

 

여기서 김달수는 안고가 지닌 위의 안목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여기서 내가 조금 보충하자면,” “645년 다이카 개신(大化改新)이든, 또한 그에 이어 663년 백제구원병 파견(百村江敗退), 다시 또한 이에 이어 672년 「진신의 란(壬申の乱)」이라 해도 일본고대사 상 대사건이었던 그 모두 사카쿠치 안고의 이와 같은 시각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金達寿, 1984, 앞의 책, 237).”

 

김달수는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사카쿠치 안고 씨의 시야는 웅대할 뿐만 아니라 인종이라는 것에서 민족으로의 발전·변모하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실로 훌륭한 사안(史眼)을 번뜩이고 있다(위 책, 240).”

 

글쓴이가 다소 부연해 7세기 고대 일본에서 일어난 대사건을 설명하면 안고의 역사관에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그 중 하나인 「진신의 란」을 되돌아보자. 「진신의 란」이란 오-미(近江)에 근거를 둔 백제 계의 오토모(大友) 왕조에 오-아마(大海人) 황자가 반란을 꾸며 쿠데타를 성공시킨 사건이다. 그가 불출세의 영웅 텐무(天武) 천황[제위 673~686]으로 친 신라 계 왕조이다.

 

텐무 왕조가 친 신라 계라는 것은 그 전 임금 텐지(天智) 8년, 즉 669년까지 이어지던 견당사(遣唐使)가 「진신의 란」 직후 끊어지고 대신 견신라사(遣新羅使)가 10회가 파견되는 한편 신라 측에서는 무려 22회나 사절을 일본에 보냈던 것이다. 김달수는 이렇게 평가한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를 가지는가. 그것은 「진신의 란」을 일으켜 생긴 텐무 조는 전적으로 신라일변도이었다. 이런 말이 지나치다고 하면 적어도 그 사이 관계는 가장 밀접하다는 이야기하는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습니다(金達寿, 1985, 153).

 

685년 텐무 제가 죽자 신라 측이 표한 조의는 더욱 실감있는 장면을 보인다. 신라사절 김상림(金霜林) 일행이 筑紫(옛 규슈의 이름) 다자이후(大宰府)에 도착해 임금의 죽음을 알고 모두 상복(喪服)을 입고 동쪽을 향해 곡(哭)을 올렸다 한다.

 

이런 친 신라 관계는 텐무의 죽음과 함께 반전된다. 텐지 임금의 딸이라는 황후 지토-(持統)가 황위를 계승하자 대 신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백제 계로 정권이 바뀌게 된다. 그것을 보여 준 사건이 이른바 오-츠(大津)황자의 이른바 「모반사건」이다. 지토의 배앓이로 난 자식이 아니어서 이겠지만 그는 결국 희생되고 만다.

 

위에서 보듯이 「진신의 란」은 백제 계와 신라 계의 권력 투쟁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으며, 그 뒤 반전도 양 세력 간의 세력 다툼이다. 안고가 말하듯이 이런 투쟁을 거쳐 일본의 중앙 정권 수립되었던 것이다. 결국 일본 민족은 고구려 계, 백제 계, 신라 계가 소멸되어서야 성립된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안고의 사관은 이른바 ‘귀화인 사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대 일본사의 결정적인 도래인 역사를 명료하게 말해 주고 있다.

 

참고문헌

 

金達寿, <日本の中の朝鮮文化 3: 近江·大和>, 講談社, 1984

--. <日本古代史と朝鮮>, 講談社, 1985

坂口安吾, <新日本地理>, 河出書房新社, 1988

--. <安吾史談>, 河出書房新社, 1988

--. <安吾新日本風土記>, 河出書房新社, 1988

 

글쓴이=김정기 한국외대 명예교수 jkkim63@hotmail.com

 

김정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정치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언론학회 회장, 방송위원회 위원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외대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커뮤니이션 학부 명예교수.

 

저서로 『국회프락치사건의 재발견』(I·II), 『전후 일본정치와 매스미디어』, 『전환기의 방송정책』, 『미의 나라 조선:야나기, 아사카와 형제, 헨더슨의 도자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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