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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의 태국이야기8] 쁘라윳 총리 넋두리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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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의 태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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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아세안 중 최저 성장률, 군부통치-입헌군주제-자유민주주의의 변증법 주목

 

한국의 4.19 혁명과 유사한 성격의 '태국 10.14 혁명'이 일어난 지 47년 만인 지난 10월 14일을 기해 방콕의 주요 도심에서 일제히 점화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 일로를 걷고 있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 군주제를 도입하면서 촉발된 군사쿠데타를 시작으로 무려 19번이나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는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런 정치적 불안정 사태는 크고 작은 민주주의 변혁 운동과 맞물려 발생했다. 그 중 가장 큰 유혈사태를 야기했던 1973년의 10.14 혁명, 즉, 태국판 '피의 일요일' 혁명은 태국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지주다.

 

■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없는 ‘입헌군주제 개혁’ 등장의 의미는?

 

현재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를 주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자유청년연합’과 ‘탐마삿 공동연대'라는 학생·사회운동 단체가 이번 민주화 시위의 본격적인 확산 개시를 10.14 혁명의 성지인 민주기념탑에서의 10월 14일 자 시위에 맞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태국 현대사에서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한 민주진영의 움직임은 군사정부에 의해 번번이 와해되었다. 그 과정에서 왕권의 중재와 재가 절차가 행해졌고 이는 곧 태국적 정치상황의 특이성으로 세계사에 회자되곤 하였다.

 

일각에서 1973년의 태국 10.14 혁명의 데자뷰(旣視感, 기시감: 이미 본 것 같은 느낌)로 언급되고 있는 현재의 민주화 시위는 ①총리 퇴진 ②군부가 제정한 상원의원 총리선출권 부여 현행 헌법 개정 ③입헌군주제 개혁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 중, ‘입헌군주제 개혁’이라는 태국의 현대정치사 변혁과정에서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없는 관련 요구사항이 등장했다. 소위 '옐로우'로 불려지는 전통적 정치세력 측과 시위대 측의 첨예한 반목이 우려되고 있는 부분이다.


■ 연일 방콕 시내 중심가서 '세 손가락' 상징 태국 새 차세대들의 가두집회


지난 14일부터 방콕 시내에서는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 만명 이상의 군중이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태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정부 가두집회가 벌어지면 참가자 수에 대한 보도가 주최 측 집계와 경찰 측 집계가 판이하게 발표된다. 지난 15일 랏차쁘라송 시위에 모인 인파는 주최 측 추산으로 10만 명을 상회했다.

 

하지만, 7080년대 격동의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무수히 많은 시위 상황을 지켜 본 한국 사람들로서는 현재 방콕에서 벌어지는 민주화 시위는 참가 시위대의 인원 수만 보더라도 '한 마디로 예삿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단박에 직감케 된다.


2014년 레드셔츠 사태의 유혈진압과 함께 등장해 현 군사정부에 맞섰던 시위세력들이 사용하던 영화 ‘헝거게임’의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동작이 다시 등장했다.

 

예전의 시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입헌군주제 개혁론'까지 내세웠다. 학생 층을 중심으로 촉발된 시위지만 어느새 젊은 기성세대까지 저변이 넓혀진 대규모 시위 상황인지라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이가 있다. 다름아닌 자신의 퇴진을 첫번째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위태롭고 우려스러운 시위정국에 직면한 쁘라윳 총리다. 그는 최근 언론매체와의 공개적인 대화에서 뭔가 화난 듯한 얼굴로 기자들에게 일갈했다.

 

 "폼 탐 쾀핏 아라이 러?(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건가?)......" 이 말이 세간에 급속히 입길을 타고 있다. 

 

■ ‘바트 경제권’ 명예 실추 속…코로나19, 아세안 중 최하위 경제성장률이 '트리거'


여러 해 전 소위 '바트 경제권'이라는 함축된 표현으로 태국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경제 리더십 국가로 회자되었다. 그런 태국이 이제 '중진국 함정에 빠져있다'는 말이 듣고 있다. 


태국의 경제 위기론은 '정치권력과 부의 편중에 휘말린 일방통행적인 정치경제 인프라를 가진 탓에 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로 요약된다.

 

그런데도 국가권력과 정치세력이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올 어떤 제대로 된 처방을 통한 치료나 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2014년 군사쿠데타로 얽기설기 응급처치로 봉합되었다.

 

이렇게 출범한 현 정부는 정치·경제적 혼란과 부진 속에서 2020년 '코로나19'라는 경제 뇌관과 직면했다. 급기야 아세안 중 최하위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경제난에 대한 항의와 입헌군주제 개혁이라는 민주주의 요구라는 주장으로 뭉친 대규모 시위대가 '트리거(방아쇠)'로 등장했다.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한다. 그렇기에 "태국은 원래 그렇게 끓었다가 식기를 반복하며 지속력을 이어가는 '테프론(teflon, 판에 음식물이 잘 붙지않는) 프라이팬 경제국' 이어서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상황에 변곡점이 올 수 있음을 알리는 경종이 연속으로 울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총리가 말한 "폼 탐 쾀핏 아라이 러?(내가 대체 뭘 잘못했나?)..."를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계엄령을 통한 통행금지령을 내릴 수도 있으나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라고 해석하면서 내외신 언론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군부통치-입헌군주제-자유민주주의의 변증법


푸미폰 아둔라야뎃 선왕은 온정주의적 덕치를 통해 '아버지이신 나의 왕(Father, My King)'으로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1946년 19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2016년 서거할 때까지 국민들은 그를 군주(君主)이자 법왕(法王)으로 받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가 태국을 태평성대로 이끌어왔다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서거 이후 일각에서는 입헌군주제 하의 모순을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시시각각으로 격변하는 현대사적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차세대 젊은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대치되는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계층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국 국민들은 천성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지녔다. 그런 그들이 연일 수 만명이 넘게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도 놀라울 뿐더러, 지속적으로 대규모 가두시위를 이어가는 것 자체도 쉬 믿기지 않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니 어찌 한국에서 수입했다는 대당 2500만 바트(한화 약 9억 원)짜리 물대포 차량 몇 대로 이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싶다. 진압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한 바로 다음날, 태국의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1008명의 의사들이 즉각적 실명 연대서명으로 살상력 우려가 있는 물대포 사용의 위험성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태국은 이런 젊은 집단 지성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다. 어찌 총리 1인의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라는 넋두리성 발언으로 이 사태가 종결되어질 수 있을까.

 

치열한 민주화 시대를 겪은 재외국민으로서 태국 방콕에 살고 있는 필자는 부디 시위대 측과 정부 측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의 눈높이를 일치시켜 나감으로써 이 사태를 현명하게 조망하고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적 사상에 입각한 새로운 정치·경제적 패러다임을 개혁해 냄과 동시에 태국의 또 다른 현대사를 발전적으로 전진시켜 나가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군부통치로 뒤섞여진 태국의 지나온 정치경제적 상황과 새로운 자유민주주의가 뒤섞인 이번 시위 과정에서 태국 현대사가 변증법적 발전을 이루어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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