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동남아시아 소식을 주로 전하는 외신에서 흥미로운 기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랩(Grab)과 고젝(Go-Jek)의 합병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로 풀이되는 뉴스들이 잇따라 보도된 것입니다. 외신들은 동남아의 ‘유이(有二)’한 ‘데카콘(Decacorn,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 8740억 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현지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그랩과 고젝이 합쳐지는 시나리오를 소개했습니다. 사실 두 모빌리티 데카콘의 합병 가능성은 그동안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독점 문제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은데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합병 논의에 다시금 불이 붙었고, 이는 동남아 스타트업계 전반이 구조조정 및 사업 축소 등에 내몰리는 위기 상황에서도 그랩과 고젝의 존재감이 여전함을 증명했습니다.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거나 출장길에 오른다면 한 번쯤은 그랩과 고젝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랩 또는 고젝의 헬멧을 쓰고 손님을 태우거나 주문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하반기 인도네시아 사회에는 어수선함이 가득합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가적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국, 베트남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이웃들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에는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며 우려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8월 30일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총 17만 2053명의 확진자와 7343명의 사망자가 보고됐습니다. 확진자의 약 41%가 자카르타주와 자바섬 동부에 집중된 가운데, 신규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숫자를 설명하는 그래프가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7월 하순 이후 매일 20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발생해 오다가 8월 29일 일일 확진자 수 330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일 사망자 수 또한 7월 22일 139명으로 최고치를 나타난 이래 매일같이 50~100명의 새로운 사망자가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 더불어
최초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두 달 넘게 지속된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3월 중순부터 완치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역전한 흐름이 보름 이상 계속되면서 희망을 키웠지만, 며칠 간 두 자리대로 떨어진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100명을 돌파하는 등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른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대부분 지역의 사정은 더욱 긴박합니다. 특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이란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은 사실상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마비됐을 정도입니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가 심각성을 더하기는 인도네시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월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청정 국가’ 자부심을 드러냈지만, 3월 2일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래 감염 사례가 급증해 왔기 때문입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총 1414명의 확진자와 122명의 사망자가 보고됐습니다.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듭 당부할 만큼 위기감이 커지며 밀집 예배와 대규모 인구 이동이 수반되는 4월 하순 라마단(Ramadan) 금식기간 및 5
지난 1월 20일 한국에서 최초 확진 환자가 보고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 연휴 직후 급등한 확진자 숫자가 2월 중순 들어 주춤해지면서 한때 중국발 전염병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월 19일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의 확진 판정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 급증세가 뚜렷해졌습니다. 이후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감염이 본격화됐고, 이미 7513명(사망자 54명, 3월 10일 0시 기준)에 육박할 만큼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서울에서도 또 발병자들이 늘어나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주지하다시피 사회 곳곳에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입니다. 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외에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 역시 예상하지 못한 악재에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
"Paris Van Java(자바의 파리)’, 인도네시아 반둥을 아시나요?" 1만 7000여 개 섬에 지구촌에서 네 번째로 많은 2억 6000여만 명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에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세계적 휴양지 발리나 정치·경제의 핵심인 수도 자카르타만큼 익숙하지는 않지만, 빼놓을 수 없는 고장으로 인도네시아 생활을 처음 시작한 반둥을 들고 싶습니다. 서구 사회에는 ‘Paris Van Java(자바의 파리)’ 별칭으로도 기억되는 반둥은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The Asian-African Conference, 1955년 4월 식민 정책에 반대하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29개 신생 독립국 대표들이 모인 국제회의)’ 개최지로 어렴풋이 기억되는 곳입니다. 해발 고도 약 700m에 위치한 반둥은 연평균 기온 22도를 뽐내는 쾌적한 도시입니다.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180km 가량 떨어져 있는 지리적 접근성 덕분에 차량, 기차 등을 이용해 손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2021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인도네시아의 첫 고속철도 공사도 한창입니다. ‘꽃의 도시(Kota Kemba
지난 18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저에서는 의미 있는 송년 모임이 개최됐습니다. 한국측, 인도네시아측 참석자 50여 명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진행된 ‘2019 Year-end Gathering’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함이 묻어났습니다. 흥이 많고 춤과 노래를 즐기는 전반적인 국민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사관 직원들로 구성된 밴드는 즉석 연주를 펼치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딱딱함보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 참석자들의 다양한 면면 또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우마르 하디 대사를 포함한 기혼 인도네시아 대사관 직원들은 예외 없이 배우자를 동반했습니다. 한국측에서는 대사관의 주요 소통 채널인 외교부 아세안국은 물론 대통령 경호처, 국가정보원 등에서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는 이날 모임이 2019년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가장 정성을 쏟았던 두 가지 이벤트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행사는 10월 중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제1차 한-인도네시아 영 리더스 다이얼로그’였습니다. 영 리더스 다이얼로그는 2018년 9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젊은 세대간 교류를 강화
한국과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11월 25~27일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은 ‘부산 선언(평화·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비전 및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채택하면서 2009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특별정상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아세안과 협력 관계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기존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펼쳐진 ‘신남방 외교전’을 지켜보면서 한국 사회의 아세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만한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한국의 2대 교역 파트너이자 두 번째로 큰 해외건설 수주시장으로 발돋움한 아세안 지역으로 한반도의 경제 지평을 넓히려는 노력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기를 기대해 봤습니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속속 한국에 도착한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시시각각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특히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총리를 대신해 방한한 캄보디아를 제외한 아세안 9개국 정상들이 공식 행사
이달 20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재선 취임식을 갖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인도네시아에서 2013년 12월 무렵 경험했던 일입니다.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 반둥 남쪽의 한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뒤 틈나는 대로 단지 내 수영장을 방문했습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현지인들이 주로 수영장을 찾았는데, 어느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간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없지?” 젊은 여성들조차도 반바지 혹은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갈 만큼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마주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히잡(Hijab, 무슬림 여성들이 얼굴 등을 감추기 위해 쓰는 가리개)을 포함해 입던 옷 그대로 물장구를 치는 여성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약 85%인 2억2000여만 명이 이슬람교를 따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거주하는 국가입니다. 비록 국교는 아니지만, 이슬람교가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관계 고위직 등에 진출한 비 무슬림이 여전히 손에 꼽을 정도인 점, 경기가 침체되면 전통적으로 상권을 장악해 온 중국계 인도네시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