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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화가' 유영국 그림 속 '산'으로 걸어들어가다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 회고전 '유영국:산은 내 안에 있다' 8만 돌파 북적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유영국. 1997

 

'산의 작가' 유영국(1916~2002) 탄생 110주년을 기념한 회고전 '유영국:산은 내 안에 있다'가 10월 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시작된 전시는 한달만에 누적 관람객 8만 명을 돌파했다. 7월 첫 토요일인 4일 오전 10시 오픈이었다. 그 시간에도 관객이 북적였다. 추상임에도 강렬한 색으로 다가와 공감대가 컸다는 입소문으로 전세대 연령층의 호응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유영국은 수화(樹話)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화 1기의 대표적인 거장이다. 같이 일본에 유학했고, 두 사람은 한국에서 신사실파를 결성했다.

 

 

유영국은 도형 중심 구상주의에서 출발, 산과 바다 등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의 요소들을 점, 선, 면, 형, 색 등 보편적인 추상적 화풍으로 완성했다.

 

이에 비해 김환기는 반구상적인 백자 달항아리, 매화, 새 등 '한국적인 자연스러운 선'에서 추상으로 진화한 대조적인 화풍이다. 고향 신안 푸른바다와 섬에 도달한 한국 추상화의 기념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그것이다.

 

 

유영국은 1960년대 이후 평생 ‘산(山)’에 몰두했다. 한국에서 산은 어머니 같은 너른 품과 안식처다. 그의 산들은 보는 이에게 초록물감을 마음까지 물들일 정도로 강렬하다. 그리고 단순하다. 그의 그림에는 태백산맥의 첩첩산중 웅장한 산세와 울진 고향의 깊이가 알 수 없는 바다가 출렁거린다.

 

 

그의 산은 붉은색과 파란색, 노란색, 보라색까지 삼각형의 능선과 면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소위 ‘심상추상’이다. 느리게 걸어도 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자연과 자아가 하나가 되는 ‘자연적 심상’을 체화했다는 그림들이다.

 

 

그는 단순히 산의 외형을 그리는 대신, 능선이 만들어내는 선과 점, 정점에 이르는 삼각형의 구조 등 자연의 가장 원초적이고 절대적인 형태를 재구성했다. 편안하게 그림 앞에서 선 관객들은 거장이 발견한 자신의 깊은 산속, 마음 속에 울려퍼지는 메아리와 울림에 빠져든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랩 몬스터)이 구입했던 그림 앞에서 한 장 찍어도 기념이 될 것 같다. 전시장 안에서 김환기와 유영국이 함께 걷는 사진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김환기와 유영국, 두 거장은 가장 세계적인 추상화 기법으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구현했다. 서구의 추상을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자연과 미의식을 추상적인 선과 면, 색채로 환원해낸 선구자들이었다. 2026년 10월 25일까지 전시.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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