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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과거의 결핍을 성공과 권력으로 덮을 수 있을까?

전쟁 트라우마-가족의 비밀 다룬 베트남 소설 『완벽한 위장』
베트남 작가 트엉하 심리 서스펜스 장편소설 한국어판 출간

 

베트남 작가 트엉하의 장편소설 『완벽한 위장』이 배양수 번역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원제는 『Vỏ bọc hoàn hảo』로, 제목 그대로 인간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완벽한 외피’와 그 아래 감춰진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도서출판 다해, 신국판 320페이지)이다.

 

작가 트엉하(Thương Hà)는 1981년생으로 현재 하노이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 중이다. 그녀는 “문학은 사랑을 통해 인간을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내는 힘이다.”라고 말한다. 출간 작품으로는, 『한 길』, 『유랑』, 『PTSD의 사람』, 『불온한 변경』, 『NALIS - 운명에 밀려』, 『지우의 어둠』, 『불멸의 원혼들』, 『원한의 사랑』, 『대가』, 『가자 지구의 잔해』 등이 있다.

 

■ 상처와 침묵,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에 대하여

 

이 소설은 겉으로는 성공한 기업인이자 존경받는 인물로 살아가는 부이이엔과, 그의 아들 응이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이이엔은 전쟁과 결핍,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지나오며 사회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삶을 구축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쌓아 올린 명예와 성공은 진정한 치유의 결과라기보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장막에 가깝다. 반면 응이아는 아버지의 보호와 그늘 속에서 성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완벽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 놓인 어둠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작품의 도입부는 페루 마누 열대우림에서 시작된다. 응이아는 루푸나 나무 아래에서 기묘한 체험을 한다. 늪, 뱀, 아버지의 환영, 그리고 황금빛 하늘의 문은 단순한 환각이나 모험 소설적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외면해 온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인간 내면의 충격을 상징한다. 응이아가 ‘구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멈춰 서는 장면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적 물음이기도 하다.

 

『완벽한 위장』은 전쟁의 상처가 한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가족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전쟁은 끝났지만, 총성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부이이엔에게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움직이는 그림자다. 그는 과거의 결핍을 성공과 권력으로 덮으려 하지만, 감춰진 상처는 결국 다른 형태로 되돌아온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 인물을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이이엔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응이아 역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이면서 진실을 외면할 수 없는 목격자다.

 

 

소설은 가족, 죄책감, 침묵, 명예, 사회적 체면의 문제를 긴장감 있게 엮어낸다. 특히 겉으로는 존경받는 삶과 그 이면의 어두운 거래, 전쟁의 기억과 평화 시대의 위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사랑과 의심이 교차하면서 독자는 ‘완벽한 삶’이라는 말이 얼마나 불안정한 환상인지 생각하게 된다. 화려한 사건보다 인간 내면의 균열을 천천히 드러내는 방식은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완벽한 위장』은 낯선 베트남 문학이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전쟁과 재건, 가족 안의 침묵, 체면과 명예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한국 사회 역시 깊이 경험해 온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베트남 현대사의 그늘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특정 국가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상처를 감추며 살아온 사람들, 가족의 침묵 속에서 진실을 감지한 사람들, 그리고 언젠가 그 진실과 마주해야 했던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트엉하는 이 작품을 통해 묻는다. 인간은 자신의 가장 깊은 상처를 감추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외피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진실을 견딜 수 있는가. 『완벽한 위장』은 그 질문에 쉬운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인물들의 선택과 침묵, 흔들림을 따라가며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 그것이 이 소설을 단순한 미스터리나 가족 서사를 넘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층위를 탐색하는 문학적 작품으로 읽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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