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Amazing Thailand: Masterpieces of Thai Art)’이 누적 관람객 3만 명을 돌파했다.
7월 24일 교육관서 특별전 개최 기념 리셉션이 열렸다. 리셉션에는 타니 쌩랏(Tanee Sangrat) 주한태국대사, 와치라차이 시리삼판(Vachirachai Sirisumpan) 태국정부관광청 서울사무소장, 이애련 국립중앙박물관 부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가 참석해 언론관계자, 인플루언서, 여행사 및 주요 초청 인사들을 환영했다.
참가자들은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의 해설과 함께 진행한 특별 도슨트 투어에 참여했다. 도슽트 투어에서는 전시 의도, 역사적 배경, 전시 작품이 담고 있는 문화적 의미를 풍성한 설명을 들었다.
특별전시실에서는 태국 조각, 회화, 공예품, 고고학 유물 등을 통해 800여 년에 걸친 태국의 예술과 종교,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태국의 문화유산을 이어오고 있는 역사 도시와 사원, 박물관, 그리고 문화적 공간을 함께 조명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도 마련했다.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직접 돌아보면서 절로 발이 멈춘 전시물 4선을 소개한다.
■ 몸에서 수많은 부처를 탄생시키는 관음보살...부처가 된 왕
다부지고 우람한 이 부처상 앞에 서서 자세히 살펴보면 놀라운 비밀과 마주친다. 조각상의 상반신을 빽빽하게 덮은 무늬가 그 소름 돋는 미스터리의 정체다.
이 주인공은 ‘몸에서 수많은 부처를 탄생시키는 관음보살’이다. 얼핏 보면 그저 무늬 같지만, 사실은 깨알같이 작은 불상들이다.
'관음보살의 모든 모공에서 부처가 태어나고, 그 하나하나 안에 우주가 깃들어 있다'는 한 경전의 내용을 생생하게 조각으로 표현했다.
상투의 앞부분에는 관음보살임을 알려주는 아미타불이 나타나 있다. 펼쳐진 8개의 팔은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뛰어난 능력을 상징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온화한 관음보살의 얼굴은 다름 아닌 왕의 얼굴이다. 한때 동남아시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었던, 크메르 제국의 왕 '자야바르만 7세' 얼굴을 본땄다. ‘앙코르의 미소’ 또는 ‘바욘의 미소’로 불리는 독특한 얼굴 표현은 자야마르만 7세의 초상에 따라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왕에게 신과 같은 권위를 부여하는 '신왕사상'을 기반한 관음보살의 아미타불이다.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이 조각상, 경이로운 예술의 정수다. ‘몸에서 무수한 부처를 탄생시키는 관음보살’, 롭부리 양식, 13세기.
■ 세계에서 유일한 걷는 불상 ‘걷는 부처’
‘걷는 부처’는 태국의 첫 독립 왕조이자 ‘행복의 서막’이라는 뜻을 가진 수코타이(Sukhothai, 13~14세기) 시대를 대표하는 청동 불상(부처유행상, 佛陀遊行像)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걷는 불상으로 우아하고 유연한 자세(빵리라 Pang Leela)로 유명하다. 오른발(혹은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발뒤꿈치를 살짝 든 채, 한쪽 손은 두려움을 없애주는 무외인(Abhaya Mudra) 손짓은 전 미술사에서도 보기 드물다.
해설하는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 모습은 부처가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천상(도리천)에 올라가 설법을 마친 뒤, 보석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정면의 순간을 형상화한 것”으로 설명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앉아 있거나(좌상), 서 있거나(입상), 누워 있는(와상) 부처와 달리 한쪽 발을 내딛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또한 수코타이 왕조가 상좌부 불교를 수용하면서, 왕을 '신(神)'이 아닌 '불법을 수호하는 인자한 군주'로 규정했던 통치 철학과 맞아떨어졌다.
수코타이 양식으로 우람하고 정형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독립 불상으로 창조해냈다. ‘걷는 부처’ 수코타이, 14세기 사완워라니욕박물관
■ 태국 밖으로 처음 나온 에메랄드 사원의 옛 중문
태국 왕궁 안에는 에메랄드 사원(왓 프라깨우 사원)이 있다. 그 안에는 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귀중한 에메랄드 불상이 있다. 태국불교 및 왕실 권력의 상징이자 태국 국민의 정체성 그 자체로 알려졌다.
태국 국왕은 매년 계절에 따라 약 66~75cm 높이의 에메랄드 불상에 직접 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가사(옷)을 여름(3월 중순~7월 중순)과 우기(7월 중순~11월 중순), 겨울(11월 중순~3월 중순) 등 직접 세 번 갈아입힌다.
이 불상은 파란만장한 여정을 밟은 조각품이다. 이 에메랄드 불상은 원래 라오스 수도 비엔타인에 가장 유명한 왕실 사원 ‘왓호빠깨우’에서 모셔져 있었다. 그래서 라오스는 태국에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불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불상은 태국 북부의 란나 왕국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1779년 태국 샴 왕국과 라오스의 전쟁때 사원은 파괴되고 소실되었고, 200년간 모셔져있던 에메랄드 불상은 태국으로 옮겨졌다.
역사적으로 에메랄드 불상은 태국 것이었다. 태국 아유타야에서 있다가 버마 침입으로 사라졌다가 1434년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1551년 라오스 루앙프라방-비엔티안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태국으로 간 것이다.
1779년 짜끄리 왕조 개창자인 라마 1세가 된 짜끄리 장군이 비엔티안을 함락하면서 불상을 다시 가져왔다. 훗날 방콕이 태국 수도가 될 때 라마 1세 국왕이 에메랄드 사원을 짓고 봉안하고 현재 태국 국보1호가 되었다. 이 사원에는 승려가 머무는 요사채가 없다. 오직 왕실의 의식과 제사를 수행하는 위한 신성한 공간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에메랄드 사원의 세 번의 옷을 갈아입히는 내용과 함께 에메랄드 사원의 옛 중문이 전시되어 있다. 이 불상은 사원 본당 높은 곳에 안치되어 있고, 본당 내부는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된다.
이번 전시가 에메랄드 사원의 옛 중문이 태국 밖으로 첫 나들이다. 정교하게 조각한 목판에 금박을 입히고 색유리를 박아 넣어 화려함과 깊이를 강조한 문이다. 두 명의 수문장을 도드라지게 새겼다. 이 중문이 있던 사당은 라마 4세 때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새로 건립되었으나, 내부 공간이 좁아 이후 왕들의 초상화를 공간으로 바뀌었다.
라따나꼬신, 19세기, 나무에 옻칠, 금박. 태국국립박물관 중앙사장고
■ 태국 전통무용극 라콘에서 사용한 ‘머리장식’과 가면극 콘의 ‘가면’
태국 전통 무용극인 라콘(Lakhon)과 그 공연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머리 장식(왕관)은 태국 왕실 문화와 고전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다.
라콘의 상징하는 머리장식은 차다(Chada)와 몽꿋(Mongkut)로 무용수들이 머리에 쓰는 높고 뾰족한 황금빛 왕관 모양 머리장식이다.
차다는 왕, 왕자, 신분 같은 남성 주인공으로 위로 갈수로 가늘어지고 뾰족한 탑 모양이다. 뭉꿋은 왕비, 여왕, 신성한 여성 캐릭터다. 여성용 머리 장식은 화려한 장신구과 꽃 연꽃등이 새겨졌다.
라콘은 태국의 또 다른 대표 무용극인 가면극 '콘(Khon)'과 함께 태국 고전 무용의 양대 산맥이다.
콘이 화려한 가면을 쓰고 격렬한 동작으로 전쟁 이야기를 다루는 반면, 라콘은 가면을 쓰지 않고 섬세한 얼굴 표정과 손동작, 우아한 신체 곡선으로 서사를 표현한다.
콘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태국 최고 권위의 전통 가면극이다. 비슈누 신이 정의로운 왕자 라마로 태어나 악을 물리치고 질서를 되찾는 이야기다.
태국의 대서사시인 '라마끼안(Ramakien)'(인도 라마야나의 태국 각색본)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공연된다. 배우들이 정교하고 화려한 가면(후아 콘)을 쓰고 연기한다. 가면을 쓴 배우들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 무대 옆의 소리꾼(방창)이 해설과 대사를 대신 전달한다.
극중 인물은 신·영웅(라마), 여주인공(시타), 악마(악샤), 원숭이 군단(하누만) 등 4가지 부류로 명확히 나뉜다. 과거에는 오직 왕궁 안에서 남성 무용수들로만 구성되어 연기되었다. 현재는 여성 무용수도 참여한다.
이번 특별전은 6월 23일부터 오는 9월 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태국 예술 문화 전시다. 태국 미술국(Fine Arts Department)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협력으로 진행되며, 태국 전역 21개 국립기관이 소장한 239 점의 대표 유물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