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이제 ‘K-푸드’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 외식 브랜드의 진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할랄 한류’가 새로운 시장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2026년 9월 3일 서울에서 말레이시아 대외무역개발공사(MATRADE) 서울과 협력하여 주최한 ‘한국, 할랄(Halal)을 만나다’ 세미나를 열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손상혁 HBT 컨설팅코리아 대표는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할랄 관문’이라는 주제로 F&B 부문과 시장 확장의 기회를 소개했다. 할랄 기존을 맞춰 성장사례를 다뤘다.
그는 “K-POP과 K-드라마 등으로 한국 여행이 많다. 한국 인식이 긍정적이다. 드라마 장면을 떠올리거나 다녀온 한국의 느낌을 얻는 음식과 식당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식당 500곳인데, JAKIM 할랄 인증은 10곳도 안 돼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한국 교민 약 2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계 식음료(F&B) 사업체도 1,000곳 이상 운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한국 음식점은 400~5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변화는 2022년 코로나19를 전후해 나타났다. 과거 말레이시아의 한식당은 주로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자영업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인 2023년에는 한국 외식기업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타깃이 교민에서 말레이시아 현지 소비자로 바뀌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할랄’이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이 60%를 차지한다. 단순 인증이 아니라 현지시장 진출에 필수다.
말레이시아에서 할랄은 단순히 돼지고기나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식재료의 원산지와 제조 과정은 물론 위생(청결)-안전, 조리와 보관 과정, 매장 운영 및 직원 관리까지 폭넓게 검토된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할랄 인증기관인 JAKIM이다. JAKIM은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batan Kemajuan Islam Malaysia)의 약자다. 말레이시아 영토 내에서 유통되는 할랄 제품은 JAKIM 인증이나 JAKIM과 교차 인증된 할랄 로고만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를 위반해 유통할 경우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며, 실제 정기적인 시장 점검도 이루어지고 있다. 인증을 받으려면 음식점뿐 아니라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안전 장비와 양념을 포함하는 메뉴 재료 모든 항목 등 주요 식자재 역시 할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외식 브랜드의 말레이시아 진출에서 가장 큰 난관 가운데 하나가 식자재다. 라면, 김밥, 단무지 등 한국 음식의 맛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일부 식재료는 현지에서 동일한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에서 할랄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확보해 말레이시아로 수입해야 한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영업 중인 한국 및 한국 콘셉트 외식업체가 500개 안팎으로 추산되는 데 비해 JAKIM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계 레스토랑은 아직 10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 시장의 기회가 있다.
■ 누가 말레이시아에서 통했나...파리바게뜨, 교촌치킨, BBQ 환호성
말레이시아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한국 외식 브랜드가 진출해 있다.
파리바게뜨, 교촌치킨, BBQ, BHC, 뚜레쥬르, 설빙, 롯데리아, 두끼, 고피자 등 국내에서 익숙한 브랜드들이 현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진출 방식도 다양하다. 한국 본사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부터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식, 현지 파트너에게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부여하는 방식까지 여러 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고, 교촌치킨과 BBQ 등은 현지 외식기업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현상은 말레이시아 현지인이 직접 만든 ‘한국 콘셉트’ 브랜드다.
한국인이 운영하지 않더라도 K-드라마와 K-POP을 통해 형성된 한국 음식에 대한 이미지를 활용해 떡볶이, 치킨, 두부요리, 삼겹살 등을 판매하는 현지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한식이 더 이상 ‘한국 사람들의 음식’에 머물지 않고 말레이시아 소비자가 즐기는 글로벌 외식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 왜 말레이시아인가...'미니 코리아' 동일한 메뉴가격 '객단가' 높아 유리
말레이시아 외식시장의 매력은 소비시장과 비용구조 양쪽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말레이시아 음식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차지와 판매세 등이 별도로 부과된다. 여기에 음료 주문이 자연스럽게 더해지는 소비문화까지 있어 동일한 메뉴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경우 객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차료와 인건비가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국가에서 유입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외식업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컬처가 만들어낸 경험 소비다.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한국 음식을 단순히 먹기 위해 한식당을 찾는 것만이 아니다. K-드라마에서 보았던 식사 장면, 한국 여행에서 경험했던 음식과 분위기를 다시 즐기기 위해 한식당을 찾는다. 한식당이 하나의 ‘미니 한국’이 되는 셈이다.
■ ‘할랄 인증’은 규제가 아니라 시장 진입 티켓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에서 할랄을 단순한 인증 절차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할랄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현지의 종교와 문화, 소비자 가치관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 외식 브랜드가 말레이시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할랄 식자재 확보 △현지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 △가격 현지화 △매장 운영 시스템 구축 △현지 인력 교육 △할랄 인증 준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특히 메뉴 현지화 과정에서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식재료를 그대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같은 양파나 파라도 품종과 생산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서 잘 팔리는 메뉴’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과 ‘말레이시아에서 잘 팔리는 한식’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 초기부터 '할랄' 염두 설계, 팝업에서 테스트하고, 현지화한 뒤 확장
최근 한국 외식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방식이 팝업스토어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직접 메뉴를 판매하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정식 매장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지 R&D센터를 활용해 식자재를 테스트하고 메뉴의 맛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이후 시장조사, 점포 선정, 법인 및 사업자 등록, 인력 채용과 교육, 매장 공사, 메뉴 현지화, 할랄 인증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할랄 인증 역시 매장 오픈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매장과 운영 시스템을 갖춘 뒤 인증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진출 초기부터 할랄을 염두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
■ ‘K-푸드’에서 ‘할랄 한류’로...‘말레이시아인이 즐기는 한식’으로 진화
말레이시아의 한식 열풍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인이 먹는 한식’이었다면 지금은 ‘말레이시아인이 즐기는 한식’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할랄은 선택적인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현지 주류 소비시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이미 파리바게트, 교촌치킨, BBQ, 롯데리아, 뚜레쥬르, 설빙, 두끼 등 다양한 한국 브랜드가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시에 소풍, 신짜장, 새마을, 도도코리아, Oiso 등 현지인들이 직접 한국식 외식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시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손상역(Billie Son) HBT 컨설팅코리아 대표는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한국 브랜드냐 아니냐’가 아니라 얼마나 말레이시아를 이해하고, 할랄을 존중하며, 현지 소비자의 경험과 입맛에 맞는 K-푸드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K-POP이 말레이시아에 한국 문화를 알렸다면, K-푸드는 한국의 맛을 팔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다음 단계는 ‘할랄 한류’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할랄 인증, 시장 진출 전략, 비즈니스 파트너십, 식음료(F&B) 분야의 새로운 사업기회, 무슬림 친화 관광과 서비스업의 특성 등을 정보를 공유했다. 한국 유수 기업들이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유익하고 뜻깊은 시간이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