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폭염은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인구밀도가 높거나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국가의 지역에 건강, 경제 및 교육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인도는 5월 중순부터 역대 가장 긴 폭염을 겪었다. 인도 북부는 기온이 45도 이상으로 올랐고, 일부 지역은 50도를 넘었다. 3월과 5월 사이에 폭염으로 56명이 사망했다는 공식 보고가 있지만 실제 숫자는 더 높을 것이다.
미얀마는 마그웨이(Magway), 만달레이(Mandalay), 사가잉(Sagaing) 및 바고(Bago) 지역에서 전례 없는 폭염이 닥쳤다. 캄보디아는 43도까지 치솟으며 17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태국 북부는 44도 이상으로 올랐고, 방콕은 40도를 넘었다.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이어지는 태국의 여름은 전년보다 1~2도 더웠으며 강수량은 평균보다 낮았다. 5월 10일까지 최소 61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는 37명이었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중부와 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이다. 몇 년마다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며 전 세계 날씨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 기간 동안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 순환이 변화하여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가 발생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한다. 또한 제트기류에 영향을 주어 전 세계적으로 태풍 패턴을 변화시킨다.
엘니뇨, 중립, 라니냐로 통칭하는 엘니뇨-남방진동(ENSO) 주기는 불규칙적이며 상당한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자연 현상이다.
그러나 인간이 유발한 지구 온난화가 이 순환에 영향을 미쳤다. 기후 모델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심한 엘니뇨 현상 발생주기가 20년에서 10년으로 짧아졌다고 예측했다. 이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허리케인 패턴 변경과 같은 기상 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는 농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영향에 큰 타격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농작물 실패, 식량 불안, 빈곤 악화를 겪는다.
사회적으로, 기후 변화는 이들 국가 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가장 가난한 인구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기후 변화로 발생한 홍수와 가뭄 재해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다.
저소득층이 사는 주택은 단열이 불량하고 에어컨이 없어 폭염에 무방비 상태다. 게다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둘러 싸인 도시 빈민지역은 열섬 효과로 인해 고소득층 지역보다 훨씬 뜨겁다. 에어컨이 있다 해도 냉방 비용으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된다.
저소득층 지역은 탈수, 열탈진, 열사병 등 온열 관련 질병이 발생해도 제한적인 의료 서비스 접근으로 비상 상황 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더욱이 호흡기 질환, 심장 질환 등 이들 지역에 만연한 질병은 폭염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경제적으로 폭염은 야외 작업에 의존하거나 기후가 통제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는 저소득 근로자의 건강 악화와 생계 불안을 초래한다. 에어컨이 없거나 에어컨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곳이 저소득층의 일터가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간병 책임으로 인해 근무 시간이 손실되면 임금이 줄어들어 재정적 불안해진다.
폭염은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필리핀 당국은 수백만 명의 학생들에게 이틀 동안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집에 머물도록 했다. 교육부는 4만7000개 이상의 공립학교에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시했다. 장기간의 폭염은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방해하고, 청소년의 발달과 미래 전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에어컨이 설치된 사립학교에서는 대면 수업을 진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취약 계층인 여성 및 노인들은 폭염에도 취약하다. 주로 농업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은 제한된 의료 서비스와 야외 작업으로 온열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욱 크다. 이동성이 제한된 노인은 열 스트레스 합병증의 위험이 높으며, 냉방 장치 부족으로 인해 합병증은 더욱 악화된다.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이 많은 국가들은 극심한 폭염이라는 가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들 지역사회는 일상 생활을 방해하고 건강을 위협하며 경제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극한의 기온과 씨름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선진국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약137조원)의 기후 금융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초 인도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간 1000억 달러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최소 1조 달러(약1370조원)의 기후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차기 기후 정상회의인 COP29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