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백발의 호주인은 비행기 문이 열리자 잠시 담담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했다. 이윽고 주먹을 높이 치켜들며 얼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활주로를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어가 아내를 껴안은 뒤 번쩍 들어올렸다.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뒤에서 기다리던 아버지와도 포옹을 했고 아버지는 왼손으로 아들의 등을 쓰다듬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가 14년의 도피와 수감생활을 끝내고 고국 땅을 밟았다.
그의 첫 통화 상대는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였다.
"당신이 제 목숨을 구했어요."
앨버니지 총리는 공항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국회의사당의 기자회견장에서 어산지의 말에 답을 했다.
“내 임무는 호주 시민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정부가 이 일을 조용하고 끈질기게 해냈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우리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우리는 남자다움의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일을 완수하는 것이고 우리 정부는 조정된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참을성 있게 옹호한 끝에 이러한 결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노동당 대표로 있던 야당시절부터 2022년 총리가 된 이후 지금까지 어산지를 옹호해왔다.
그의 단호하고 공개적인 노력은 어산지를 석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산지의 호주 변호사인 젠 로빈슨(Jen Robinson)은 “이러한 결과를 가능하게 한 정치 수완,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 외교에 대해 총리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총리로서 그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그는 어산지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했다.”라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반대파들에게 약하다는 비판을 줄곧 들어왔었다.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평가도 갈려 있는 상황에서 호주 시민이기 때문에 할 일을 다했다는 총리의 말에 호주 국민과 호주 정치인이 반응을 보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