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LuxSE)가 ‘금융감독원장 인정 해외 주요시장’에 지정되면서 한국 외화채권(KP・한국물)에 유럽의 채권 투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는 글로벌 상장 채권의 30%가 거래되는 시장이다.
오는 11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예정된 한국물은 유럽 증권시장에서도 한국 외화채가 장기간의 은거(隱居)를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23일 기준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LuxSE)에 상장된 한국물 글로벌본드(Global Bond) 종목은 총 11개로 첫 상장된 채권은 2001년 KT&G와 2003년 KDB산업은행의 채권이었다.
10년의 기간이 지나 2015년 KB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가 상장 후 만기 이후 상장된 채권이 없어 사실상 20년 넘게 한국물은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지난 2024년 7월 룩셈부르크 증권시장에 KDB산업은행 채권과 2024년 10월 주택금융공사의 채권이 다시 상장하면서 유럽증권시장에 한국 외화채권이 등장했다.
지난 1월 7일 한국수출입은행도 30억 달러의 글로벌본드의 발행했다. 글러볼본드는 3년물(변동금리) 4억 달러, 3년물(변동금리) 8억5000만 달러, 5년물 12억5000만 달러, 10년물 5억 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수출입은행 채권은 룩셈부르크 증권시장(LuxSE)이 해외 주요 시장에 최초 지정된 이후로는 첫 상장이다.
모집 당시 20억 달러 규모 발행을 목표로 했으나, 투자자 400여 곳으로부터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주문을 받으면서 최종 발행 금액은 30억 달러로 증액했다.
최종 발행금리는 제시금리보다 25bp(1bp=0.01%p) 이상 축소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한국물 발행인데도 견조(堅調)한 해외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국제 채권 거래소인 룩셈부르크(LuxSE)는 런던(14%), 파리(10%), 싱가포르(5%) 등을 제치고 전체 글로벌 상장 채권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장외기관투자자의 채권은 싱가포르거래소(93.7%)에 가장 많이 상장됐으며, 이어 프랑크푸르트거래소(3.0%) 순이었다.
사실상 그동안 한국물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웠던 환경인 셈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많은 채권이 거래되는 룩셈부르크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의 신인도가 상승해 해외 자금 유입에 긍정적이지만 그동안 비용이나 절차 문제가 까다로워 (상장을)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해외주요시장 지정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첫 상장에 나섰다.”고 했다.
지난 9년간 국내 기업들의 룩셈부르크 상장이 끊겼던 이유는 상장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신 싱가포르거래소로 집중됐지만, 발행 경로는 한정적이었다.
이번 주요시장 지정으로 국내 코스피, 코스닥 기업들은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채권 상장 시 증권신고서 제출 면제 등 간소화된 채권 상장 절차를 밟게 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채권 상장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유동성 또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 상장은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자금이 유입되면 국내 환율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룩셈부르크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24년부터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기업 외화대출 규제를 폐지하는 등 해외 자금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