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 공항서 체포 ‘신구권력 혈투’

  • 등록 2025.03.11 17:11:39
크게보기

‘마약과의 전쟁’ ICC 영장 집행…집권 기간 최소 6000명 사망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79, 2016∼2022년 재임)이 1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현재 구금 상태이며,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는 5월 12일 중간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필리핀 경찰은 홍콩 방문 뒤 귀국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임기중 ‘마약과의 전쟁’으로 벌어진 대규모 살상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지방 검사 출신인 두테르테는 1988년부터 28년 동안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자경단을 조직해 재판 절차도 없이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다. 1000명이 넘는 범죄자를 처형했다.

 

범죄 도시로 악명 높았던 이 도시의 범죄율은 크게 줄었고, 2016년 두테르테는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6년 7월부터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다. 그는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사살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 과정에서 경찰 총격으로 용의자 약 6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ICC는 그 규모를 1만2000~3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필리핀은 ICC가 2018년 마약과의 전쟁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ICC를 탈퇴했다.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후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ICC의 조사를 거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두테르테 체포에는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 가문 간 불화가 도사리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개헌 추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남부 민다나오섬의 독립 주장 등으로 계속 부딪혔다.

 

지난해 6월 사라 부통령이 겸직 중이던 교육부 장관직과 반군 대응 태스크포스(TF) 부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갈등을 빚으면서 필리핀 정부는 ICC가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 할 경우 협조하기로 돌변했다.

 

그리고 지난해 마르코스 대통령 측과 두테르테 측은 좁힐 수 없는 견해 차이도 한몫했다. 친미 노선인 마르코스 대통령과 친중파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신구권력 간의 정치적 대립은 파국을 맞았다.

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Copyright @2019 아세안익스프레스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제호 : ASEANEXPRESS |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5(1103호, 서초동) 발행인-편집인 : 박명기 | 등록번호: 서울 아 52092 | 등록일 : 2019년 01월 19일 발행일 : 2019년 4월 10일 | 전화번호 : 070-7717-326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성진 Copyright @2019 아세안익스프레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