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서 납치-살해된 한국인 대학생과 관련 경찰이 국내에서 피해자를 유인해 출국시킨 조직원을 붙잡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11일자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 씨(22)의 납치-살해 사건에 연루된 조직원 1명을 10일 체포했다’.
이 인물은 국내에서 박 씨에게 처음 접근해 “현지에 가면 동료들이 은행 통장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며 출국을 유도한 ‘유인책’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확보한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의 출국 경위부터 납치, 금품 갈취 협박, 고문, 살해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박모씨는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한 바 있다. 이후 조선족 말투를 쓰는 한 남성이 박 씨의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곳에서 사고를 쳐서 감금됐다. 5000만 원을 보내라”고 협박했다.
가족들은 즉시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신고했지만, 며칠 뒤 연락이 두절됐다. 박 씨는 8월 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 범죄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사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캄보디아는 보이스피싱과 불법 카지노, 마약 거래 등이 집중된 조직범죄 거점으로 변모하면서 ‘동남아의 범죄 허브’로 불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과 필리핀 정부가 강력 단속을 강화하면서 현지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로 옮겨오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밀린 빚을 탕감해준다거나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국인을 캄보디아로 유인해 납치하고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범죄에 가담시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해외 취업을 유도한 뒤 피해자를 감금-착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조직은 피해자들의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감금하고 고문을 일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폭행-살해 사건은 급증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지난달 경찰 인력을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해 시신 확인과 송환을 추진했으나, 현지 정부의 협조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