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전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주철현 의원(여수갑)이 제기한 ‘동부권 소외론’에 신정훈 의원(나주화순)이 “갈라치기 선동”이라며 강하게 반박하면서 지역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의 오랜 박탈감을 전면에 내세운 주철현 의원의 발언은, 전남 전역이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라는 공통의 위기 상황 속에서 동부권 정서를 자극한 “새로운 지역주의”라는 역풍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동부권 소외론’의 타당성에 있지 않다. 이 논쟁은 전남의 균형통합발전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동부권 정서와 신정훈의 선택
“우리는 늘 뒷전이었다”
“도정은 멀어졌고, 산업은 늙어갔다”
순천과 여수, 광양 시민들이 느껴온 정서다. 주철현 의원이 제기한 ‘동부권 소외론’은 바로 그 정서 위에 놓여 있다. 전남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 정서는 눈에 보이는 정치적 자산처럼 보였다. 주철현 의원은 9월 전남지사 출마 선언 직후 “24년째 서부권 도지사라서 동부권이 많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엔 "김영록 도지사의 서부권 중심의 정책 제안은 전남의 3분의 2가 배제된 도정이었다", "기울어진 전남의 균형추를 바로 세우는 것이 이번 도지사 출마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신정훈 의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 들어왔다. 신정훈 의원은 지역 감정을 등에 업는 대신, 불리할 수도 있는 길인 전남 전체를 하나로 묶는 고지식하고 위험한 길을 택했다. 신 의원은 발언의 강도보다 의미의 깊이로 정치권을 흔드는 인물이다. 신 의원은 동부권 소외론은 사실이 아니라, “동부권 지사를 뽑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단언했다. 이 발언은 “누가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정치가 정서의 편에 설 것인가, 문제 해결의 편에 설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으로, 전남 정치에 균열을 냈다.
“전남 전체가 위기인데, 이 위기를 동서 지역별 대립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여유로운 지역은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더 많이 소외됐는지’를 따지는 건 문제를 풀려는 정치가 아닙니다.”
신 의원의 말투는 차갑다기보다 단호하다. 그 단호함 속에는 전남을 더 크게 보려는 고지식함이 들어있다. 일각에서는 “선거에서 손해 볼 수 있는 말”이라고 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신정훈 의원이 보여주는 정치적 태도는 계산보다 원칙이 먼저인 정치, 그것은 요즘 정치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다.

동부권 소외론 원인과 해법
신정훈 의원은 동부권 주민들의 소외감을 인정한다. “동부권 주민들이 체감하는 소외는 현실이며,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외감의 원인을 ‘서부권의 특혜’나 ‘도지사 출신 지역’에서 찾지 않았다. 동부권의 어려움은 서부권이 가져갔기 때문이 아니라, 전남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이 20년 동안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 진단했다.
신 의원은 문제의 원인을 석유화학·제철 중심 산업의 노후화, 국가 산업정책의 장기 공백, 글로벌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 청년 인구의 지속적인 유출, 전남 전체를 아우르는 미래 전략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 지점에서 신 의원의 빛이 발한다. “문제가 구조 때문이라면, 해법도 구조여야 하지 않습니까?” 신 의원은 전남을 쪼개지 않는다. 대신 전남 전체를 한 장의 지도처럼 펼쳐놓고, 각 권역이 어떤 기능을 맡아야 균형과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신 의원의 구상은 지역 몫 챙기기의 단계를 넘어선다.
“여수국가산단의 재도약, 광양제철산업의 생태계 전환, 순천·여수 관광의 혁신, 솔라시티의 Ai데이타센타 전후방산업의 유치, 신안 해상풍력과 무안공항 거점화.”
동부권은 석유화학·제철 중심의 기존 산업 구조를 그린 생태계로 전환하고 탄소저감 국책산업과 AI 제조 융합 혁신지구로 재배치한다. 서부권은 신안의 해상풍력과 무안공항 중심의 예너지·공항 물류 축을 강화한다. 내륙권은 바이오·푸드테크·스마트농업 축을 강화해 전남 전체를 ‘기능적 분업을 통한 고도화된 통합균형발전’을 구현한다.
신 의원의 구상을 간단히 말하면 지역별 기능을 재설정해 서로에게 필요한 경제적 순환을 만들어 ‘전남 전체가 대한민국과 경쟁’하는 거대한 설계 전환이다. 그 구상과 기질은 신정훈 의원이 무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해 도의원과 나주시장을 거치면서 “민주당보다 잘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동부권 소외론은 새로운 지역주의
신 의원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동부권 소외론’이 지역주의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호남 주민들 사이에 지역주의가 원래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1971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전남에 동·서부 지역주의가 존재합니까? 없습니다. 설사 위기감이 있다고 합시다. 그 위기감을 부추겨 동·서부 지역주의를 새로 만들어야 하겠습니까?”
신 의원은 영호남 지역주의는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는 데 활용됐지만, 결국 국가 전체의 발전을 지체시켰듯이, 동·서부로 전남을 나누는 구도 역시 영호남 지역주의의 부활이라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았다.
정치적 자극은 즉각적인 동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전남 내부의 분열과 전략 부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 전남이 마주한 질문은 단순한 선거 프레임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 프레임 너머의 길은 동부권 소외론이 아니라, 전남 전체를 하나의 미래로 묶어낼 수 있는 새로운 설계다. 전남이 동서로 나뉘어 싸울 것인지, 아니면 함께 설계해 전남 대통합균형발전을 이루어 낼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우리 앞에 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