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식당은 우리의 전통 맛만을 강조하며 모호한 정체성으로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화하는데 실패했다.
식당은 단순히 맛만 있으면 되는 곳이 아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 분위기, 인테리어, 마케팅, 콘텐츠 등 모든 것들이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그렇기때문에 한국 사람이 해외에 나와서 성공하는 것은 한국에서의 3배 이상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다 문화까지 잘 어우러져야 한식당 고유의 특색이 살아날 수 있다. 우리의 음식문화로 가치와 의미를 주어 상품화시키며 미각뿐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 삼겹살-김치찌개-짜장면 ‘최애 한국음식’ 베트남인의 한식은?
‘한국풍’을 만들어간다는 건 뭘까.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우리다움을 세계화에 맞게 재해석하여 새로운 것을 그 문화에 맞게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한국적 아이덴티티(동질성)와 미의식은 우리의 독특한 식문화를 상품화할 때 국가 경쟁력까지 뒷받침될 수 있다.
단순한 퓨전스타일의 어설픈 동서양 혼합이 아닌 우리 고유의 색과 정신을 문화화시키고 그것을 상품화하여 식당을 좀 더 풍성하게 한다면 베트남에서의 사업화는 성공으로 이어지리라 본다.
그렇다면 베트남인들이 한식에 대한 생각과 불만은 무엇일까? 한식을 좋아하는 주요 고객층은 10대에서 30대의 여성들이 많다. 선호하는 한국음식은 삼겹살, 김치찌개, 짜장면, 김밥, 떡볶이, 비빔밥, 소주 등과 같은 대중음식이고 음식 가격에 민감하다.
삼겹살 1인분(200g)의 예로 본다면 한국식당이 16만동(약 8176원)이고 로컬식당 9만동(약 4599원)의 가격 차이가 있다. 한국식당에 대한 불만의 대부분은 가격대비 품질 만족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식당보다 현지 로컬 한식 브랜드가 대체되고 있다.
한국을 제대로 아는 베트남인들은 ‘과한 현지화’로 한국음식 본연의 맛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변형하고 자기네들의 식으로 변화시키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김치찌개의 국물맛이 지나치게 달거나 비빔밥의 소스가 정체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 베트남에서 꼭 알아야 할 현지기업 ‘골든게이트’와 ‘레드썬’
베트남에서 와서 알게 된 것 중 하나인 한국어 간판을 단, 줄을 서는 한식당은 알고 보니 주인이 베트남인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보다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현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 현상도 목격된다.
공통점은 적극적인 온라인 홍보, BBQ, 뷔페식 메뉴 구성(가성비) 다양한 이벤트, 할인 프로모션, 콤보메뉴 등이 있다는 점이다. ‘고기하우스’의 고기를 시키면 콜라를 서비스하는 이벤트와 서울가든 BBQ의 어린이 요리교실이 대표적이다.
현지 베트남 소비자에게 ‘한국보다 더 한국다운’ 베트남인 운영 한식당으로 골든게이트의 ‘고기하우스’와 레드썬의 ‘킹비비큐’가 있다.
베트남 기업이 운영하는 이 두 군데의 한국식당을 한국 사람이 가서 음식을 먹고 나서 뭐라 말할까? 한마디로 “뭔 맛이 이래….” “내가 와서 제대로 한국맛을 보여주겠다”는 반응이었다. 결론적으로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베트남에서는 이 두 곳은 가장 핫한 한국식당이다. 골든게이트와 레드썬이란 어떤 기업일까? 공통점은 투자를 받아서 만든 전문 외식기업이라는 것이다.
골든게이트는 2005년에 설립한 베트남 회사다. 현재 약 20개의 외식 브랜드와 250개 이상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골든게이트가 주력하는 업종은 한국 고깃집이고 전체 매출에 한국 고깃집 식당의 매출이 가장 크다.
골든게이트가 운영하는 대표 브랜드 ‘고기하우스’는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식당이다. 골든게이트는 한국의 CJ그룹과 연간 100억 원대의 식재료 납품 계약도 체결했다.
골든게이트와 쌍벽을 이루는 베트남 외식기업 레드썬도 주목할 회사다. 2008년 설립된 외식기업으로 현재 11개의 브랜드에 50여 개의 식당을 운영 중이다. 한국고깃집으로 ‘킹바베큐’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인사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곳 역시 매출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장 높다.
한국의 외식 창업자 입장에서는 베트남 외식기업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대형자본을 앞세운 그들의 행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레드썬 역시 (주)아모제푸드와 식자재 유통분야 및 상호 브랜드 협력 분야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국과 베트남과의 외식 교류에 상호 협력해 나가자고 MOU를 맺었다.
■ 현지화 전략-마케팅-킬러 콘텐츠 부재는 현지화 실패 직결
이 두 회사는 막대한 자본력과 상권 경쟁력, 시설 경쟁력, 콘텐츠 경쟁력, 섬세한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여 꼼꼼한 디테일 전략을 세웠다.
특히 자본력이 많다 보니 마케팅 전담팀에도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에서 좋은 상권인 대형쇼핑몰도 거의 다 선점했다. 이처럼 상권 경쟁력을 확보하고 마케팅팀이 갖춰져 있어 많은 프로모션을 해도 디테일한 전략이 나올 수 있다.
이들이 한식을 가지고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에 들어와서 현지화 전략의 실패로 줄줄이 쓴맛을 보고 있다.
한국에서 크게 성공을 이뤘다는 사장의 대부분은 “맛은 한국에서 나를 따라올 수 없다” “맛좋은 한국음식점이란 타이틀을 걸고 이 맛으로 그대로 베트남에 오면 성공한다”고 장담한다.
고기하우스나 킹바베큐의 음식의 맛을 보고 “이런 맛으로도 이렇게 손님이 많으니 본인의 실력으로 장악한다”고 큰소리를 쳤던 이들은 이미 많이 손해를 보고 한국으로 뒷걸음치며 돌아갔다.
마케팅의 부재도 문제다. 여긴 한국이 아니기에 베트남인 상대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 베트남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잘 분석해야 한다. 그들이 모일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벤트성이 아닌 그들이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하는 요소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음식점으로 성공하려는 음식점 창업자들이라면 꼭 생각을 해야 할 필수사항이 있다.
그들이 따라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한국음식만을 먹고 싶어서 한국식당을 찾은 게 아니다.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한국을 느끼고 싶고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게끔 끊임없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전략이다.
한국에서 음식점으로 돈도 벌어봤고, 베트남은 한류도 있고, 인건비가 저렴하니 큰 돈 안들이고 음식장사나 해야지 하는 분이 있다면 필자는 3년간 베트남 살면서 한국으로 되돌아간 이들의 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
베트남 상권은 불황의 늪을 건너고 있는 70만 한국 외식경영자들에게도 의미있는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접근하기보다는 우선 치밀한 현장 상권분석, 발로 뛰는 시장조사부터 필요한 시점이다.
유혜전은?
한국에서 22년간 유앤케이라는 회사의 대표로서 기업 마케팅과 프로모션대행사를 운영했다. 주요 거래처로는 비씨카드, KTF, 삼성전자, 일양약품, 이마트, 롯데월드, 하나로클럽, 코오롱 등이고 브랜드기획 브 랜드인큐베이팅를 100여군데에 진행을 했다.
‘귀신반점’이라는 중식당을 직접 기획해서 1년만에 50호점을 계약해 오픈을 해서 현재 한국의 대표 휴게소에 30여 곳에 입점해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서 미스터그룹을 창사해 ‘미스터짬뽕왕’, ‘미스터 인생포차’, ‘신짜오선생’의 브랜드를 만들어 호치민에 오픈해 베트남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잘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베트남 내에서 베트남과 한국 축제 및 지자체 관련 일을 하며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시 꼭 필요한 현지 마케팅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