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룹’의 빈마트(Vin Mart)가 대표적인 식품 업체 마산(Masan)과 합병 형태로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베트남 유통가에 충격파를 던졌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Vin group)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1위 민간기업이다.
부동산 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등 48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 빈마트는 그동안 마구잡이로 확장해나갔다. 베트남 전역 50개 성에 2600여개의 슈퍼마켓, 즉 대형 할인점, 소형 슈퍼, 편의점을 오픈하면서 확장세를 자랑했다.
그렇지만 무리하면 탈 나는 법, 방만하게 운영하더니 결국에는 매물로 내놓았다. 빈마트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방문했던 농업 관련 기업이었던 빈에코(VinEco)로 함께 마산에 합병된다.
마산그룹은 시총 2위 음식료 회사다. 마산그룹은 조미료, 편의식품, 음료 부문에서 압도적인 베트남 1위 기업이다. 합병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서 마산 그룹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빈 그룹은 지분을 갖는 형태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두 그룹이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유통사업 부문을 합병,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합병금액은 약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에 달한다.
빈그룹은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 선두지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력 업종인 자동차와 부동산발 빈그룹의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핵심사업인 자동차와 부동산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빈그룹은 2017년 9월 자동차 생산회사인 빈패스트(Vinfast)를 설립했다. 이후 1년 반만에 하이퐁에 생산공장을 완공하다 싶더니 올 하반기부터 자동차를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1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매체는 빈그룹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빈패스트 지불 보증에 나섰다. 회사채, 대출 및 채권 발행 관련 의무에 대한 지불 보증인이 됐다고 밝혔다.
전문성과 경험없이 속도만 내세운 자동차 사업은 잇단 사고 발생 후 안전과 정비 문제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빈패스트 설립 초기에 합류했던 외국 기술자들이 상당수가 떠나고 해외 부품사들의 투자가 보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룹의 돈줄인 부동산 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건설경기의 거품이 빠지고 물량이 넘치면서 대형 프로젝트인 하노이 스마트시티가 빈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빈그룹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이번 '빅딜'은 이 같은 위기설을 털어내고, 내년 통신 등 새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새 신발끈을 매는 전략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