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재의 緬甸 통신② 싸긴 싼데 결코 싸지 않는 양곤 물가...왜?

  • 등록 2020.02.10 0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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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물가에 대해 알아보기 (1) 휴대폰 한국보다 비씨지만 버스비는 6분의 1

정호재의 緬甸 통신②: 미얀마 물가에 대해 알아보기 (1)

 

 

해외 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 정보 가운데 하나는 해당 지역의 '물가(price)'일 것이다. 실제 생활은 물론이고 향후 비즈니스 설계에 가장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얀마 양곤 물가가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런데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무척이나 애매한 질문이다. 그 의도에 따라서 무척이나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실제 물가란 주관적 체험이 객관적 현실을 압도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미얀마 물가를 이해시키는 첫 번째 어려움은 한국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1인당 국민소득'이란 고정관점을 깨는 일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약 3580만 5000원)를 웃돈다. 반면 아세안에서도 가장 취약한 경제로 평가받는 미얀마의 1인당 소득은 2000달러(약 238만 7000 원) 정도다.

 

이 수치가 전체 평균을 낸 것이기 때문에 참고는 될 지언정 '물가(物價)'를 나타내는 직접적 지표는 될 수 없다는 점을 공유해야 한다. 의외로 우리 주위엔 '선진국=고물가' '저개발국=저물가'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1. "소득차이가 15배면, 물가도 15배가 될까?"

 

물론, 미얀마는 물가가 싼 편이다. 그런데 완벽히 현대적인 생활을 하는 양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 미얀마에서 얼마에 팔릴까? 양곤 휴대폰 가격은 아주 당연하게도 한국과 엇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

 

유통비용이 더 드는 탓이 첫번째 이유고, 판매대수가 적으니 당연히 부자들을 겨냥해 마케팅하기 때문이다(아이폰의 사례 하나만 봐도 글로벌 시대 전세계 물가는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빠르게 이해하면 좋겠다).

 

물론 저가폰도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저개발 국가에 사는 한국인이 갑자기 갤럭시 말고 중국 저가폰을 쓸 수 있을까? 글로벌 시대에 첨단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경쟁력 유지에 아주 중요한 요건이 된다. 이 같은 사정은 미얀마 엘리트와 젊은이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월급은 30만~40만 원을 받더라도 100만 원짜리 폰을 사야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더욱 가혹한 환경인 셈이다. 

 

대략적으로 물가를 구성하는 요소는 1)집세 2)인건비 3)식음료비 4)생활용품 5)전자제품 등으로 구성된다. 미얀마의 물가를 이 다섯 가지 분야에서 간략하게 평가하고 넘어가보자.     

 

휴대전화 얘기가 먼저 나온 김에 이 얘기부터 해보기로 하자. 미얀마 가전제품 시장을 둘러보면 느낄 수 있는 점은,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 속칭 '제1세계'에서 이미  3~5년 전에 유행이 끝난 제품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된 점이다. 가격도 문제가 되는데, 철 지난 제품이 싸게 팔린다면 납득을 하겠지만 한국에서 한참 전에 유행한 제품이 그 당시 출시가에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형 유통사들의 글로벌 전략에 기인한 탓일 수는 있는데, 보다 정확하게는 시장경쟁이 한국처럼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행이 지난 제품을 할인 없이 판매하고 있으니 당연히 선진국보다 비싼 값에 낡은 제품을 쓰고 있는 꼴이 된다. 전자제품에 관해선 미얀마의 물가가 싼 게 아니라 더 비싼 셈이 된다. 요약하면 첨단제품이나 신제품은 무한경쟁의 미국이 가장 싸고, 제3세계는 한국보다 더 비싼 게 현실이다. 

 

2. 식당과 공공요금....버스비 한국보다 6분의 1이지만

 

글로벌 시장에 연동되는 가전제품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음식과 소비재 물가는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의 절반 정도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 싶다. 그런데 또 이게 그렇게 간단하게 계산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미얀마를 비롯해 대다수의 동남아 국가에서는 밥과 반찬 및 요리를 따로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얀마에서 아주 흔한 볶음밥이나 볶음국수의 가격은 2500~3000 짯(kyat) 내외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짯의 85%로 계산하면 되기 때문에 2000~2500원 남짓이다.

 

이 가격이 싸다면 쌀 수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물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반찬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애매해진다. 추가 반찬을 하나 더 시키거나 물을 하나만 더 시켜도 간단하게 5000~6000 짯(약 5000원)을 넘기 일쑤다. 외국인 눈높이에 맞는 수준급 위생을 제공하는 식당에 가면 사실 한국과의 가격 차이는 없다고 보면 쉽다.

 

위생도 지키고 한국적인 맛도 동시에 챙기려면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는 방법이 있다. 대형 마트에 가면 일반적인 식재료는 한국의 딱 절반 정도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100g의 가격이 900원 정도. 그런데 또 막상 한국인의 입맛에 맛게 김치나 사과 등의 식재료를 챙기면 한국과 별반 차이도 없어진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생활용품 가격도 그리 싸다고 말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미얀마는 여전히 소비재 산업의 발달이 미약하다. 자연스레 수입품이 많다보니 생활용품 가격의 양극화가 큰 편이다.

 

확실하게 체감되는 저렴한 요금은 다름 아닌 버스나 택시 등의 교통요금과 공공요금이다. 택시는 양곤 시내를 아주 멀리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3000~5000짯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양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택시일 수밖에 없다. 미얀마 버스비 경우는 200짯. 한국의 버스비 1200원과 비교하면 1/6 정도까지 내려온다. 확실히 정부나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은 한국의 1/5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3. 은근히 부담되는 외국인 요금: 숙박 내국인 4000원-외국인 2만 5000원

 

그런데 막상 관광객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게, 바로 미얀마의 독할 정도의 '외국인 요금'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여행객의 증가와 경제활동의 표준화로 인해 '외국인 요금제'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폐지됐지만 개방한 지 이제 10년차에 접어든 미얀마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가격 통제 수단으로 쓰이곤 한다.

 

예를 들어 양곤의 상징이자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고다'의 입장료는 1인당 10달러(약 1만 1935 원)다. 미얀마 국민들은 거의 공짜나 상징적인 의미의 입장료로 오가곤 하지만 외국인에겐 꽤 부담되는 수준의 요금이 책정된다. 이런 차별적인 정책은 미얀마의 거의 전 관광지에서 시행 중이다.

 

단지 입장료 뿐만이 아니라 일부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적용이 되는데, 외국인에게는 20달러 미만으로 숙박시키지 말라는 정부의 시행령도 대표적이다. 내국인은 숙박시설은 4000원 정도에 쓰지만 외국인은 2만 5000원 돈을 무조건 내야 한다라는 정책이다. 

 

물론 그렇게 강제적으로 가격을 올려 받아도 아직은 저렴한 편이기에 이해는 가지만, 자주 이동하는 관광객에게는 은근히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밖에도 외국에서는 숫자로 계산이 안되는 '팁' 문화가 남아있는 곳도 많아서 이래저래 부담은 늘어만 간다. 

 

일단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가격을 위주로 먼저 살펴봤는데, 결론적으로 미얀마에서는 결코 한국보다 싸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물가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집세'와 '인건비'에 대해서 다음편에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과연 집세는 한국과 비교해 어떨 것인가? (계속)

 

정호재는?
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며 현지 시장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 등을 번역했다.

정호재 기자 bradel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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