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加坡 통신⑤ 싱가포르는 진짜 바이러스에 취약할까?

2020.02.11 06:00:50

신종 코로나, 싱가포르 취약점 공격...전통적 안보 강하지만 생물학적 위기 약점

1. 싱가포르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싱가포르와 미얀마를 자주 오가다 보니 최근 한국에 계신 지인들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안부 인사를 자주 받게 됐다. 싱가포르에 다녀간 분들로부터 감염된 사람이 한국서 생겼으니 몸 조심하라는 당부였다.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며 갑자기 주목을 받은 두 국가가 있다. 바로 '태국'과 '싱가포르'다. 태국은 사건이 본격화된 이후 줄곧 중국에 이은 2위 감염국가로 집계되어 왔다. 싱가포르는 2월 9일 현재 감염자가 40명에 이르러 3위 국가가 됐다.

 

태국이 중국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인구 7000만 명에 중형 국가임에 반해 싱가포르는 700만 명에 불과 도시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싱가포르가 이번 신종바이러스에 취약함을 드러낸 점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동북아 국가들로의 바이러스 전파를 넘어 지난주엔 프랑스와 영국에까지 바이러스를 전파한 경유지로 '싱가포르'가 지목되면서 이 서울만한 크기의 국제도시는 그야말로 한바탕 커다란 난리법석을 치르고 있다. 

 

일단 이번주부터 모든 국제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됐고, 주말에 열리는 평범한 종교행사까지 사람이 대규모로 모이는 행사는 당분간 불가능하게 됐다. 싱가포르 내 모든 회사와 학교는 모든 구성원들의 최근 해외여행 경유지를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중국 여행자의 자가 격리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드디어 2월 7일 국가적 보건위생 경보시스템을 '옐로우' 단계로 올렸는데, 2003년 사스(SARS) 파동 이후 17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도 8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라스의 정부 대응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고, 사망자도 사스에 비해서는 1/10, 일반 감기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에 빠지지 말라"고 적극적인 민심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뒤늦게 사스 위기와 동급의 위기로 인지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내놓는 중이다.
  
2. 국제도시의 취약점....창이공항 1달 이용자 600만 명

 

싱가포르의 1인당 GNP는 6만 4000달러(약 7593만 6000원, **IMF 2019년)로 동아시아 최고의 부국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의료체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남아와 중동의 부자들이 가장 먼저 의료쇼핑의 목적지로 생각하는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다. 당연히 질병의 치료와 예방 수준도 수준급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수준의 항구와 공항 인프라를 가진 국제도시인 만큼 이른바 "물리적 안보"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방어체계를 가진 국가다. 도심 곳곳에는 총을 든 무장경찰이 상시 근무하며 '사이버 해킹'에 대한 대응도 테러 수준의 위협으로 인식하며 치밀한 사전 예방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전통적 개념의 안보에 대해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바이러스와 같은 생물학적인 위기에 대해서는 일견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점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실제 2003년 사스 위기 때도 싱가포르에서는 238명이 감염돼 33명이 사망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의 사망자가 2~3명에 그친 것과는 큰 대비를 이룬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첫번째는 아시아 최대의 중립국이자 국제도시의 특성상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국제허브 공항으로 매달 600만 명, 1년 7000만 명이 오가는 말 그대로 "아시아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행사 역시 하루 종일 수십 개가 열릴 정도로 성행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행병에 취약한 것은 싱가포르의 숙명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중국과의 급격한 관계 증진에 있다.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남지나해의 관문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중국의 사람과 화물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지정학적 핵심 위치가 됐다. 당연히 중국인들의 이동도 많을 수밖에 없고, 특히 화교가 전체 친구의 75%를 넘는 싱가포르 특성상 인적인 교류도 특히 많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조금 민감한 얘기일 수 있지만, 특유의 중앙집권적인 국가 운영구조가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우한 사태 초기에 국가 체면을 중시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처럼, 싱가포르 역시 정부가 지나치게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쟁이나 테러 등의 전통적인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중앙의 통제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생물학적 위기 등 모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신종 위기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시스템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싱가포르는 이번 사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물론 필자는 싱가포르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방역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다.

 

정호재는?
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며 현지 시장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 등을 번역했다.

정호재 기자 기자 bradel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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