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재의 緬甸 통신⑤ 미얀마 양곤에서 가장 두려운 '세 가지'

  • 등록 2020.03.09 17: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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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은근한 불편함...낙후된 하수도-모기, 너무 많은 비둘기, 큰 덩치 활보-대형견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양곤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있다.

 

미얀마 현대사의 중심이자 경제의 중심인 '양곤'이 여느 동남아 국가와 다른 점은 적지 않겠지만, 필자는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날씨"에 있다고 느낀다. 

 

동남아 기후가 겨울과 여름이 아닌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필자가 경험해본 양곤의 날씨는 직선거리로 불과 50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태국의 방콕과도 크게 다르다. 태국이나 캄보디아는 적어도 건기라도 비가 완전히 없는 게 아니라 가끔 스콜성 소나기가 간간이 내린다.

 

그런데 양곤은 오히려 인도남부와 기후가 비슷해 건기에는 비가 전혀 없다. 적어도 5월은 되어야 비가 시작될 것이고, 우기가 본격화되면 10월까지 거의 매일 비가 내리는 식이다. 이렇게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도로엔 먼지가 많아지고 당연히 해충의 독성도 세지기 마련이다.

 

1. 모기와의 전쟁이 매일의 일상

 

미얀마에서 사실 가장 불편한 점은 교통편도 음식도 아니고 '모기'라는 게 적지 않은 외국인 거주자들의 체험담이다. 모기가 얼마나 많냐면 창문이나 방문을 너무 오래 열어 놓으면 적어도 10마리 정도는 1시간 안에 잡을 정도로 몰려든다. 모기장 없이 살다가 잠을 설치는 일도 흔하다. 
 
미얀마 현지인들은 대개 롱지라고 불리는 긴 치마형 바지를 입고 여성들도 발목까지 가리는 복장을 선호한다. 더운 날씨에 왜 저런 긴 의복인지 의아해 하는 외국인이 많겠지만 반바지를 입고 반나절만 돌아다녀도 금세 이유를 알게 된다. 모기가 노출이 된 피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발목까지 덮는 옷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우리도 이제는 오래된 과거가 됐지만, 돌이켜보면 한국도 1980년대나 90년대까지는 모기와 파리가 많았다. 모기향과 모기장이 가정의 필수도구였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때와 사정이 얼추 비슷하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도심의 하수도가 제대로 정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실제 양곤 시내를 걷다보면 생활하수가 아무렇게나 흘러나와 악취를 풍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하수도 뚜껑이 다 깨어져도 아무런 정비없이 수십년을 버틴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게다가 양곤은 강하구의 습한 지역이고, 건기에는 비도 오지 않으니 고인 웅덩이에서 모기가 창궐하는 식이다.

 

너무 오랜 군사정부와 내전으로 인해 미처 생활환경을 정비할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이고, 건설자재와 자본이 부족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열악한 생활환경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방문이 늘고 양곤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그러한 문제점을 자각한 듯 보인다. 

 

최근 양곤 시내 주거밀집지역에서는 낙후된 하수도를 정비하는 사업들이 한창이다. 작은 건설사도 참여하는 듯 보이지만 주민들이 함께 벽돌과 시멘트로 하수도를 정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 유달리 많은 비둘기와 대형견...낯설지만 적응해야 

 

모기와 함께 가장 두려운 존재라면 당연히 양곤에 번성하고 있는 비둘기 떼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까지 비둘기는 '평화의 새'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닭둘기'로 불리는 혐오의 동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런데 그 비둘기가 지나치게 양곤에 많은 게 문제다.

 

비둘기가 많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비둘기가 살만한 도심 빈 집이 많은 것도 한 이유일 테고, 기후적인 요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매일 아침마다 마치 보시하듯 쌀가루를 뿌려주는 수많은 주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정신에서 나왔을 것 같긴 하지만, 비둘기 날갯짓에 그리 좋은 인상을 갖지 못한 이에게는 힘든 환경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대형견들도 많은 게 양곤 시내다. 인도 도심 거리에는 힌두교가 신성시하는 소가 많다면 미얀마의 도심에는 목줄 안한 개들이 꽤나 많다. 개를 키우는 집들도 많은데 하루에 2~3번씩 집 밖으로 자유롭게 방목을 하기도 한다.

 

낯선 이들에게 경고 목소리를 내는 개들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밤에 주택가에서 밤낮없이 짖어대는 소음도 조금은 낯선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비둘기와 개가 일으키는 소음이나 분진에 대해서 불평을 토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자신이 먹는 밥까지도 이웃 생명체와 나누면서 인간만이 아닌 여러 동물들과도 평화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신기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외국인의 입장에서 여러 마리가 함께 몰려다니는 덩치 큰 개와 전선줄을 가득 메운 비둘기, 그리고 방안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출몰하는 모기가 사실 두렵기도 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익숙해지는 방법일 것이다.

 

정호재는?
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며 현지 시장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 등을 번역했다.

 

정호재 기자 bradel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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