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여기가 인도네시아 신수도 동부깔리만딴!”

  • 등록 2020.03.14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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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올해 7월 착공 현장 탐사기

 

발릭빠빤은 축복받은 도시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발릭빠빤은 1897년 석유가 발견되자 식민지배하던 네덜란드가 유전을 개발하고 광업중심지와 무역항으로 키운다.

 

이어 천연림이 펼쳐진 동부깔리만딴은 천연목 벌채 사업과 합판사업, 석탄광산과 오일팜 사업 등 자원사업이 번창하면서 아직도 인도네시아에서 소득이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2020년 2월 24일. 자카르타에서 여객기로 2시간 만에 동부깔리만딴 주(州) 발릭빠빤 시(市) 스삥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14년 완공한 스삥간 국제공항터미널은 연간 1000만명의 여객을 소화할 수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지난해 8월 조꼬 위도도(조꼬위) 대통령은 동부깔리만딴 주(州) 뻐나잠 빠세르 우따라 군(郡)과 꾸따이 까르따느가라 군에 신수도 (행정수도)를 확정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뿐만이 아닌 전세계가 주목한 신수도 예정 이전지역 인근에 있는 발릭빠빤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직접 둘러본 이곳은 천혜의 명당은 아니라도 인도네시아를 크게 품을 지형과 형세를 끼고 있었다.

 

■ 저지대 자카르타 매년 7.5㎝ 지반 침하...조꼬위 야심찬 계획 시작

 

원래 저지대인 자카르타는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건물 급증 등의 영향으로 매년 평균 7.5㎝씩 지반이 내려앉는 바람에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졌다.

 

우기 때는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홍수가 발생한다. 아울러 교통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등으로 수도로서 기능이 상실한 상태다.

 

깔리만딴은 인도양에서 태평양 사이에 길게 펼쳐진 인도네시아의 중심이다. 이 지역이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아니다. 이미 수까르노 초대 대통령 집권 시기부터 중부깔리만딴 주 빨랑까라야 지역으로 수도 이전을 계획했다.

 

 

이후 수하르또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하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알려진 조꼬위 대통령이 결국 일냈다. 조꼬위 대통령이 확정한 신수도 이전 메가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서부에 편중된 지역개발을 지양하고 국토 균형발전과 2040년까지 인도네시아를 5대 경제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출발점이다.

 

새로운 행정수도로 발표된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주는 풍부한 광물 자원의 활발한 수출로 경제적 중요성이 높은 한편, 산림-자연 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이기도 하다.

 

■ 발릭빠빤 시내에서 북쪽 2시간 반...눈아래에 새 수도 현장

 

신수도 이전지역을 한눈에 보려면 뻐나잠 빠세르 우따라 군(郡) 스빠꾸 면(面)에 있는 조림회사 ITCI(PT ITCI Hutani Manunggal) 사업장으로 가야 한다.

 

발릭빠빤 시내에서 북쪽, 사마린다로 가는 국도 38km 지점까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 거기서 스빠꾸 방면으로 좌회전, 곳곳이 파손된 지방도로를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조림회사 ITCI 사업장이 보인다.

 

 

신수도 발표 후 화물차 통행이 급증하고 있는 스빠꾸로 향하는 지방도로에는 오일팜 농장이 주변에 펼쳐졌다. 지대가 높은 지역으로 들어서자, 드문드문 깔리만딴 원주민인 다약족의 주택들이 눈에 띄었다.

 

신수도 예정지를 방문하기 전날 만났던 수르얀또 발릭빠빤 환경국장은 “수도 예정지는 정부가 토지매매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주변지역과 발릭빠빤 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자연스런 현상이다”라고 귀띔했다.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토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했다.

 

ITCI 조림지역은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의 가족이 사업권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다. 입구부터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어려운 절차를 거쳐 지방정부와 ITCI 사의 허가를 받아, 조꼬위 대통령이 방문해 내려다본 전망대에 설 수 있었다.

 

그곳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시야로 신수도 예정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아! 저 멀리 오른쪽에 코린도 사업장과 중앙에 신수도 청사가 들어갈 지역이 있구나! 더 멀리 발릭빠빤 만(灣)과 수평선이 펼쳐진다.

 

 

수르얀또 환경국장은 “조꼬위 대통령이 신수도 완공 1년을 앞두고 현장에 집무실을 만들어 2024년에는 목표한 대로 신수도로 이전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신수도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항간의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신수도는 스마트도시(Smart City), 녹색도시(Green City)로 조성된다. 최대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원칙에 따라 부지 주변의 녹지를 보전할 방침이다.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경우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 등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깔리만딴 250여 명의 거주 한인 사회, 학교 확장 계획 등  활기

 

올해 상반기에 완공을 앞두고 있는 동부깔리만딴 주도 사마린다 시와 발릭빠빤 시를 연결하는 연장 99.3km 고속도로는 동부깔리만딴을 인도네시아 중심지로 발전시킬 대동맥이 될 것이다.

 

발릭빠빤과 사마린다는 신수도를 지원하는 거점도시로 발전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미래를 책임지게 될 신수도 건설은 인도네시아 경제 발전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7000만 명의 세계 4번째 인구를 가진 국가로서 아세안의 대표 경제국이다. 머릿속으로 그 고속도로를 통해 새 수도와 왕래하는 차량의 모습을 그려보며 발릭빠빤으로 돌아왔다.

 

 

발릭빠빤은 인도네시아에서 깨끗하고 소득이 높은 도시다. 자원을 중심으로 발전한 지역인 만큼 한인들에게 낯설다. 발릭빠빤 외곽에 있는 부두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20분 거리에 50여년 전 코린도(당시 인니동화) 목재사업부가 설립돼 지금도 합판을 생산하고 상업용 조림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신수도 이전 계획이 발표되고, 메가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곳 한인사회도 활기를 찾고 있다. 2019년 12월 설립된 ‘깔리만딴 한인회’에 따르면 깔리만딴 지역에는 250여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인회원은 20여 명이다.

 

발릭빠빤 시 인근에는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코린도 목재사업부와 삼탄의 인도네시아법인 키데코(PT. KIDECO JAYA AGUNG),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뻐르따미나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를 수주한 현대엔지니어링 주재원 등 동포 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스삥간 국제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인이 설립한 영어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깔리만딴 크리스천 국제학교(KICS)’가 있었다. 2007년 이곳에 KICS를 세운 이성헌 선교사는 “신수도가 완공되면 학생 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은 유치원부터 중학교 학생까지 공부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고등학교를 지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글쓴이=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신성철 대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30년간 거주 중이다. 1999년 현지 인터넷매체 ‘데일리인도네시아’를 창간해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기도 하다.

정리=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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