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AN 칼럼6] 코로나19, 아세안 진출 한국기업 '고용문제' 태풍의 핵

2020.04.24 06:18:27

김진섭 주아세안대표부 노무관...동남아 국가 해고와 실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이동 통제와 생산 차질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 세계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심각한 영향...아세안 예외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국가 및 도시봉쇄, 경제활동 중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적 영향은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측면의 충격과 각국이 봉쇄조치(lockdown)를 시행함에 따라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이루어지지 않은 수요 측면의 충격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결국 대규모의 해고 등 고용 측면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 IMF 보고서는 2020년 세계경제가 –3%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성장률은 2020년 –0.6%의 성장을 전망했다.

 

 

ILO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일자리의 80%인 27억 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가장 충격이 심한 산업으로는 서비스업종, 제조업(자동차산업, 섬유, 신발업종)을 꼽고 있다.

 

올해 3월 20일 발표된 UN ESCAP(아태 경제사회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하여 1차적으로 전통적 서비스 업종(관광, 항공 등), 봉제와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 그리고 대규모 부품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 산업 등의 공급망 의존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며 이로 인해 해고와 실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동남아, 코로나19 가파르게 확산세 각국 다양한 대책

 

최근에는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올 정도로 아세안 각국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가파르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2020년 4월23일 기준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확진자 10,141명, 사망자 12명), 인도네시아(확진자 7,418명, 사망자 636명), 필리핀(확진자 6,710명, 사망자 446명), 말레이시아(확진자 5,532명, 사망자 93명) 등 주로 해양계 아세안 국가에서의 바이러스 확신이 주목된다.

 

이에 비해, 베트남, 캄보이다, 라오스, 미얀마 등은 몇 백명 단위 이내의 소규모의 확산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안정을 나타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경우, 사망률이 각각 8.6%, 6.6%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등의 경우 지역 확산이 상당히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며, 개도국의 방역 및 의료 수준을 감안할 때, 향후 방역과 경제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을 의미할 수 있다.

 

아세안 각국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봉쇄, 도시봉쇄, 각종 사업장 영업 중지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에 있다.

 

■ 아세안 내 한국 진출 기업, 코로나19 길어질수록 타격 눈덩이

 

아세안 내 진출 기업은 봉제,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부터, 자동차, 전자, 철강 등 기간 제조업, 금융, 항공, 관광, 유통 등 서비스 산업까지 포괄적이다.

 

그 가운데, 봉제,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은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은 진출기업 8,200개 기업 중 봉제·신발 등 노동집약업종은 800여 개 규모이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진출기업 2,172개(‘18말 기준) 가운데 봉제 기업은 210여 개, 신발 기업은 270여 개 정도이다.

 

캄보디아는 부동산, 봉제업체 등 250여개 기업이 진출하였으며 그중 봉제업이 50여 개에 이른다. 미얀마는 현재 약 425 진출기업 중 약 300개 업체가 활동 중이며, 제조업 중 봉제업이 140여 개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아세안 대표부에서 아세안 역내 공관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국 봉제 및 신발 산업의 경우 주요 소비시장인 미국, 유럽의 도시 봉쇄에 따른 해외 바이어의 주문 취소 또는 단가 인하,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수급 애로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베트남 산업무역부 자료에 의하면 올해 4~5월 기간 중 섬유 및 신발 주문이 전년대비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비나텍스(Vinatex) CEO 르 티엔 트루 옹(Le Tien Truong)은 200개 업체, 1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나 30~50%의 일자리가 5월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봉제협회장인 제미 카티와(Jemmy Kartiwa)에 의하면 300만 명이 봉제업에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나 주문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노동부 대변인에 의하면 9만 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110개 공장이 가동중지를 신청하였다. 미얀마에서는 최소 20여 개의 공장이 원단부족 등의 이유로 공장이 문을 닫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공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 각 국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어, 삼성, 현대자동차 등 우리 투자 기업이 아세안 각국에서 진행 중인 각종 프로젝트, 신규 건설 및 플랜트 프로젝트의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는 우리 기업인이 아세안 각국에 예외적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아세안 국가들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음성 확인서의 제출, 격리 기간의 최소화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인의 입국이 이루어지면,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사업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금융위기보다 훨씬 큰 파고, 아세안서 한국 기업 극복 방안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은 결국 고용의 어려움을 야기하게 된다. 특히 관광, 봉제 산업 등 노동집약적인 분야에 주로 취업하고 있는 취약 계층에게 이러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하겠다.

 

한국의 경우,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40조원 규모의 위기극복 및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 안정기금 긴급 조성, 13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과 기업들의 회사채 매입 확대를 통한 기업의 유동성 지원, 고용안정대책에 10조원을 투입하여 실업대란 차단, 휴직수당의 90%까지 보전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 지원하는 등 해고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사람, 무급휴직자, 취업생 들을 지원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어려움 극복을 위해,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지연납부 허용, 금리 인하, 일시해고자 임금지원, 생활지원금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관광, 봉제, 운송, 건설 분야를 4개 운선 분야로 지정하여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각국별 국가재정이 넉넉하지 아니하여 아세안 진출 한국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 각국의 경우, 다량의 해고 발생 등은 사회 불안 등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당장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공장의 가동이나 해고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진출 기업들은 현재의 코로나19 파고를 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봉제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방호복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방호복 유통 및 허가를 따내 물량을 확보하고 공장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보다 훨씬 큰 파고가 될 수 있는 코로나 사태를 한국 진출기업들이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리=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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