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개발과 자원의 공동개발을 연계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완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가 한국 신량난에 대해 거시적인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1일 서울대 식품영양산업 CEO 과정에서 ‘해외농업개발사업의 현주소와 성공사례’라는 주제로 특강을 맡은 그는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1980년대 초반 50% 수준에서 1990년대 초반 30%, 2018년 22%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국제곡물파동' 관련 보고서를 낸 바 있는 그는 "한국이 OECD에서 자급률 안정성이 꼴찌"라며 “국제 식량전쟁에 맞서 대안을 모색한 것이 ‘러시아 연해주 농업 진출의 역사’라는 책이다. 연해주에 농업개발을 위해 뛰어들었던 역대 법인장들을 취재해 책으로 펴낸 바 있다”는 걸 소개했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이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최상의 대안은 '해외농업개발사업'이다. 1단계는 해외 농업생산기지 건설이 기본이다. 여기에다 진화해서 한국 수요부족분의 조달기지, 해당 국가 및 제3국의 농식품 시장 공략기지, 식품가공 및 농업관련 기업의 해외진출기지로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쌀 자급률은 102%...보리 24%, 콩 8%, 옥수수 0.8%, 밀 0.8%
한국의 경우 2015년 기준 쌀 자급률은 102%이다. 하지만 보리 24%, 콩 8%, 옥수수 0.8%, 밀 0.8%로 5대 작물 식량 작물의 총 수입액은 2017년 기준 38억 달러(약 4조 5752억 원)였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33개국) 중 하위 수준(28위)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콩-옥수수-밀의 한국 수입량을 보면 총 1498만톤이고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했다. 국가별 수입(만 톤)은 미국 641, 브라질 221, 우크라이나 154, 호주 110, 캐나다 20이다.
그는 "미국의 비중을 보면 콩은 45%, 옥수수 47%, 밀 33%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기침하면 한국이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생길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어 “곡물유통은 4대 곡물메이저사가 80%를 장악했다. 바야흐로 곡물메이저 독과점 시대다. 저렴한 농산물 시대는 끝났다. 올라가면 가지 내려갈 수 없다. 여기에 이상기후, 투기자본 등에 따라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된다”고 상시적인 곡물 파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식량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1997년 서울대 북한농업연구소장을 맡으면서다. 탈북자를 만나고 북한에도 가며 “통일되면 먹고 사느냐”는 고민을 갖게되었다.
그는 “현재도 그렇지만 통일이 되어도 ‘먹거리’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생각했다. 이후 20년간 러시아 연해주와 동남아시아 진출 등 식량문제에 매달렸다. 미래를 위해 한국은 식량전쟁 전선에서 해외 농업개발사업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해외농업개발사업-러시아 연해주-몽골-호주
이처럼 ‘식량이 무기’가 된 시대에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대안이 해외농업개발사업이다. 우선 해외 농업생산기지 건설이 기본이다.
여기에다 더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한국 수요 부족분의 조달기지, 해당 국가 및 제3국의 농식품 시장 공략기지, 식품가공 및 농업관련 기업의 해외진출기지로 변화되었다. 그는 생생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러시아 연해주에 진출한 아그로상생은 2017년 6000ha를 경작한다. 벼, 콩 등 현지화에 성공했다. 유니베라(구 남양알로에)는 연해주 우스리스크에서 650ha서 콩과 축산을 했다. 서울사료는 연해주 미하일로프카 ‘그리고리’ 농장 7000ha에 콩, 옥수수 그리고 낙농을 했다.
현대중공업도 연해주서 2019년 콩-옥수수 7000ha를 경작했다. 아로 프리모리에 2019 3000ha, 바리의 꿈은 콩, 그린스타는 나제진스키서 양돈 3만두, 노이이스트는 바란바시서 고랭지 채소를 가꾸어 한국과 일본에 수출했다.
몽골 울란바투루 인근 센트럴파크는 1600ha에 밀, 가은 팜은 밀과 감자, 에프앤피은 유채, 알타이 티앤씨는 셀링게 아이막에서 1300ha 밀과 콩, 호주 퀸즈랜드에는 CJ제일제당이 9195ha 농장을 개발했다.
■ 캄보디아-필리핀-라오스-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
캄보디아는 성문의 카사바 농장, 서원유통 카사바, MH와 신송산업 카사바 그리고 필리핀은 코파농산이 팔라완 섬 1000ha 확보해 옥수수와 시설채소를 재배했다. 필리핀의 경우 태풍이 지나가는 지형과 기후를 사전에 인지 못해 코민-한진중공업-신명은 실패했다.
라오스는 코라오에너지와 에코프라임이 진출해 옥수수 건조 및 저장, 옥수수 및 콩재배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INDOCO가 서티모르 지역에서 2800ha를 확보해 카사바를 재배했다. 팜스코(옥수수), 코린도(팜유), 포스코대우(팜유),, LG상사(팜유),도 진출했다.
미얀마는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선진미얀마가 사료공장을 운영하고, 포스코대우가 대규모 미곡처리장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글로벌은 아보카도농장을 2019년 시작했다. 서울대 이정훈 교수가 하이글로벌을 원격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한다.
베트남은 신화가 호치민 남서부 135km의 까번성 롱툭 공단 내 3.2ha에서 옥수수, 콩 건조 및 가공시설, 해피팜은 남동성 달랏에서 채소, 플로렉스도 달랏에서 화훼와 딸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 "현지주민과 정부와의 관계도 주요 성공 요인"
연해주에 진출한 서울사료는 초기 기후-품종 및 재배기술 문제로 고전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옥수수로 시작해 낙농을 도입해 성공했다.
신송의 경우 캄보디아에서 진출해 한국의 의료봉사활동 등을 유치하면서 현지 주민의 긴밀한 협조가 쉬워져 현지화에 성공했다. 2018년 중국으로 카사바 전분을 수출했다.
플로렉스는 베트남에서 한국의 여름딸기 품종을 도입해 큰 성공을 했다. 특히 달랏지역은 해발 1300~1500미터의 고원지대로 베트남 최대 소비시장인 호치민에 가까운 장점이 있다.
김완배 교수는 “해외자원개발 및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사회발전-복지증진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원조)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 자원보유국은 개도국인 경우가 많다. 국가 관심사가 농업개발과 농촌 주민의 삶 향상을 위한 생활환경 개선이다”며 “자원의 공동개발과 더불어 자국의 농업-농촌 문제 해결과 연계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생산이 전무하거나 자급률이 매우 낮은 품목(사탕수수, 팜, 면화, 커피, 열대과일)에 대한 진출을 촉진하고, 특히 기상기후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진출 대상국가 및 지역-품목을 다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해외농업개발협력법에 의한 해외농업개발투자회사 설립, 정부의 융자지원 제도 개선, 영농기술지원단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완배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학과 학사-석사를 졸업해 미국 펜실비아 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과 박사를 땄다. 이후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1984~1994),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1995~2017)를 역임했다.
농림부 농정개혁자문단 단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경실련 공동대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현재)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