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동남아시아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 30여 년.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약한 ‘한국의 동남아시아 연구: 역사, 현황 및 분석’이 발간되었다.
■ 동남아시아 8개 국가 및 아세안 연구 역사와 현황 ‘일목요연’ 정리
한국 동남아학계의 형성과 발전 과정, 그리고 동남아시아 8개 국가 및 아세안(ASEAN) 연구 역사와 현황에 대한 분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역작이다.
김형종(연세대), 김형준(강원대), 김홍구(부산외대), 오윤아(서울대), 이미지(가천대), 이한우(서강대), 전제성(전북대), 정미경(지역사회경제연구소), 정법모(부경대) 교수 등(가나다순) 여러 동남아 전공자가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안청시 명예교수(서울대)와 전제성 교수가 편집을 맡았다.
전제성 교수는 미국의 동남아 연구 사례나 한국의 다른 지역연구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 동남아 연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며, 그 원천에 “연구자 집단의 형성과 전략적 노력”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창기 동남아 연구자들의 선구자적 발자취, 한국동남아학회와 한국동남아연구소의 설립 과정 및 현황을 그리고 있다. 한국 대학에서 동남아 연구와 교육이 기대만큼 제도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학문 후속세대를 육성하고 학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성과도 소개한다.
각 국가별 분석은 해당 국가 연구에 대한 학위논문, 학술지 논문, 단행본 조사와 분석을 통해 역사, 경향, 특징, 쟁점을 도출한다.
각 장의 전반부에서는 최초의 연구가 무엇인지, 석-박사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의 연도별, 분야별 추세는 어떠한지, 주요 연구자 현황은 어떠한지 등을 꼼꼼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다 심도 있게 분석하고 쟁점과 과제를 제시한다.
■ 지역연구에 관한 참고 사례가 될 만한 교본...입문자에게도 추천
이 책의 의의는 무엇보다 방대한 범위와 분량의 연구를 망라하여 정리하고 분석한 데 있다. 책을 읽으면 그동안 경험적으로 짐작하거나 때론 막연하게 얘기되던 것들이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자료와 분석을 통해서 입증되거나, 혹은 정정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학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더불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연구자와 연구물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이로써 한국 동남아 연구사의 시간적, 공간적 지평도 더욱 확장되었다.
이 책은 동남아 연구와 같이 ‘소수학문’, ‘특수분야’ 위치에 있는 다른 지역연구나 그 외의 학계에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만한 교본이다. 또한 기성 연구자뿐만 아니라 동남아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입문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특히 국가별 분석을 통해 수많은 연구가 소개되고 정리되어 있는데, 이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참고서’로서 기능할 수 있으니 여러 모로 쓸모가 많다.
전제성 교수는 이 책의 핵심을 “한국 동남아학계의 역사와 성과를 포괄적인 방식으로 집약한 결과이며 개방과 연대를 과제로 제안하고 있다”고 밝히며, “동남아학계의 면면을 이해하고 학계와 협력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글쓴이=부경환(아시아문화원 연구원)
※ 이 글은 한국동남아학회가 발간하는 '동남아시아연구' 30권 2호에 실린 서평을 아세안익스프레스 독자를 위해 축약하고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