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AN 칼럼12] 한국, 코로나19 덮친 아세안 ‘교육-디지털’ 돕자

  • 등록 2020.08.21 06: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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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 아세안과 교육-디지털-서민중소기업 분야 협력 강화 계기

 

아세안 사무국은 지난 7월 30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세계경제포럼(WEF) 등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19 회복에 대한 아세안 고위급 대화를 화상으로 개최하였다.

 

해당 대화의 참가자들은 사회 경제 전반에 있어 코로나19가 아세안에 미친 영향과 향후 회복을 위한 논의를 했다. 특히 교육, 디지털로의 전환과 핀테크, 서민중소기업과 같은 분야를 향후 회복에 있어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 비대면 교육도 디지털 기기-인프라 수준 차이 극복해야

 

유네스코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으로 전세계 190여 개국 16억 명의 학생들이 봉쇄조치(lockdown)와 휴교령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 부재는 학습 능력의 저하를 가져온다. 장기적으로는 인적 자본과 국가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코로나19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동이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나가 아동노동력 착취의 위협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 대면 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아세안 회원국별로 상이하다. 싱가포르와 같이 경제적 여유가 있고 디지털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는 기존의 수준에 못지않은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도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경제적 부의 문제는 아니다. 온라인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라인 교육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디지털 기반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 코로나19로 인해 아세안 청년들 급속한 디지털로의 전환 ‘주목’

 

아세안 국가 내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앞으로도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세안의 젊은 청년층에서의 디지털화는 주목할 만하다.

 

 

세계경제포럼은 아세안 10개국 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6개국의 16~35세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는 아세안의 청년층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높은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전례 없는 디지털로의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례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소득원을 찾았다고 대답한 비율이 31%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6년과 2020년 5월 사이 18~25세 증권투자자의 숫자가 339% 급증했다고 한다. 이는 청년들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 접근성,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높은 적응력을 보여주고 신분야의 기회를 잘 포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과 비즈니스 컨설팅업체인 베인 앤드 컴퍼니(Bain & Company)가 함께 발간한 또 다른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했다. 보고서는 아세안 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며 아세안의 디지털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사회·경제적 격차를 허물고 더 많은 공급자가 디지털 상점 및 결제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태국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통해, 5억 6700만 달러(약 6735억 9600만 원)의 두리안을 중국에 수출했다. 전년 대비 78% 상승한 수치이다.

 

전자상거래와 함께 전자결제시장의 폭발적 성장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아세안 전자결제시장 동향’에 따르면 아세안의 전자결제액은 전자상거래의 확대, 금융 인프라 발전, 젊은 인구층이 활용 증가와 같은 요인에 힘입어 2023년까지 연평균 11.2%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필리핀의 전자화폐 GCASH는 필리핀 사회복지개발부의 코로나19 현금 지원 프로그램과 협업한 결과로 올해 5월 결제액이 전년 대비 70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물리적으로 지원금을 수령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지원금을 받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업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 50%가 부도 위기 속 ‘서민중소기업’도 디지털 전환으로 새 활력

 

지난 6월 아세안과 경제협력개발기국(OECD)는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는 서민중소기업에 관한 정책보고서를 발간하였다. 회원국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서민중소기업은 아세안 전체 기업체 수의 89~99%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52~97%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서민중소기업이 아세안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대응 및 향후 회복에 있어 서민중소기업이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세안 청년 세대가 디지털로의 전환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 나가고 있듯이 많은 서민중소기업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현재 상황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의 대표 온라인 플랫폼인 고젝의 음식 주문 서비스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5월초 거래가 4월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디지털화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는 많은 서민중소기업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그럼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으며 많은 서민중소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및 수요 하락, 현금 부족 등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소기업부 장관은 이번 사태로 50%의 서민중소기업이 부도가 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와 고젝이 함께 한 설문에서는 3~6월 기간에 85%의 서민중소기업 매출이 하락했다고 조사되기도 했다.

 

현재의 서민중소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의 과제가 디지털화임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아세안 차원에서 이러한 요구에 맞춰 서민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이뤄내기 위해 최근 구글의 자선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google.org 의 지원을 받아 ‘Go Digital ASEAN’이라는 이니셔티브를 런칭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구글의 330만 달러(약 39억 2040만 원)의 지원을 통해, 브루나이 중소벤처청(DARe)과 아시아재단(Asia Foundation)이 협력하여 아세안 10개국의 20만 개에 달하는 서민중소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민간 분야에서도 서민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코카콜라 인도네시아와 고젝은 ‘함께하는 상점 운동(Gerakan Toko Bersama)’ 사업을 통해 소규모 사업자를 위해 무료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고객들과 안전하게 소통하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며, 향후 소규모 사업자의 금융서비스 접근법 등에 대해서도 교육을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한국, 아세안 10개국의 코로나19 진단 지원...전자상거래 경험도 협력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아세안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코로나19 아세안 대응기금 설립에 대한 기여, 아세안 10개국의 코로나19 진단역량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500만달러(약 59억 4000만 원) 상당의 PCR 장비, 방호복, 진단키트 지원(10월경 물품 전달 예정)과 같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기업이 아세안 지역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향후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한국과 아세안의 공동 관심사이다.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 때다. 앞서 나열한 교육, 디지털, 서민중소기업과 관련하여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 잠재성과 발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디지털 분야에 있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의 발전 속도는 주목할 만하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 왔던 2015년에 인도네시아는 이제 막 4G 통신을 도입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제 막 고젝, 토코피디아와 같은 온라인에 기반한 업체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 인터넷 연결속도 지연, 온라인 거래에 있어 지불 방법의 번거로움 등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5년 사이에 여러 여건이 개선되며 지금은 크게 불편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한국의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상거래가 대중화되고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제도적, 사업적 협력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에 있어 개인정보보호 및 소비자 보호와 같은 제도적 부분과 기존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판매하여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것과 같은 사업적 부문의 협력 등이 가능하다.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은 380억 달러(약 45조 8166억 원)다. 온라인 구매액은 평균 125달러(약 15만 712.50 원)다. 온라인 소비자수는 2억 5000만 명이다. 평균 나이가 젊고,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외국인 직접 투자 확대와 소비자의 디지털화가 아시아 소비시장을 이끄는 4대 잠재력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글로벌 보건 위기 및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항상 위기에서 더 큰 역량을 발휘해왔다. 아세안과의 남다른 협력 강화를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공동으로 극복하고 서로의 국민에 더 큰 번영과 평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종필 선임연구원/ 주아세안 대한민국대표부

정리=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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