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동남아연구소 “한국-동남아 ‘사람’ 잇는 다리 되겠다”

  • 등록 2020.08.30 0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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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한국동남아학회 연례학술대회 ‘신남방정책’ 두 개의 분과회의 주재

 

‘2020 한국동남아학회 연례학술대회’는 지난 21일부터 22일 이틀간 정기 학술대회 사상 최초로 줌(Zoom) 플랫폼을 활용한 웹비나(웹+세미나)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악화에 따라 온라인 ‘비대면 화상회의’로 열린 학술대회에는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소장 전제성)는 총 두 개의 분과회의를 주재하여 발표에 참가하였다.

 

2018년 12월 20일에 설립된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는 2019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전략적 지역연구 유형)의 지원을 받아 연구과제(과제명: ‘사람 중심의 신남방정책 추진을 위한 노동-보건-복지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전북대 동남아연구소가 구성한 패널 역시 연구의 연장선상에 자리한 것으로서, 동남아의 노동, 보건, 복지 관련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는 자리로서 기획되었다.

 

■ 노동 및 보건 분야 한국 시민사회의 동남아연대운동 현황과 과제

 

먼저, 8월 21일 오후 1시부터 두 시간 동안 ‘한국 시민사회의 동남아연대운동’이라는 제목 아래 열린 첫 번째 패널에서는 노동 및 보건 분야에서 동남아연대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소개되었다.

 

 

이 패널은 전북대 동남아연구소가 발간을 준비 중인 같은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로서 기획되었다.

 

먼저,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제성 소장의 ‘한국 시민사회의 동남아연대운동: 현황 및 특성’에 관한 발표가 분과회의의 서막을 올렸다. 전제성 소장은 사람 중심의 신남방정책의 파트너로서 시민사회가 포함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동남아학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주체들을 연결하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과제로 제시하였다.

 

동 연구소 김다혜 연구원은 보건복지 분야 동남아연대활동의 주된 활동 영역인 국제개발협력 부문 활동 단체들의 현황과 특성을 소개하였다.

 

‘한국 시민사회의 보건 분야 동남아연대운동: 현황 및 특성’을 제목으로 내건 이 발표에서는 보건 분야의 동남아연대활동 역시 앞서 전제성 소장이 소개한 1990년대 이후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역사적 전개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발표에서는 동남아연대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역사와 주요 성과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다.

 

‘<국제민주연대> 사례와 동남아 한인기업 감시운동’을 발표한 김현경 연구원은 동남아 진출 한인기업 감시와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전개해온 국제민주연대의 주요 활동 성과와 국내외 네트워크, 활동의 어려움 등을 소개하였다.

 

‘<희망의친구들> 사례와 동남아 이주노동자 보건지원운동’에 관한 유민지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발표에서는 국내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옹호하고 의료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희망의친구들>이 활동해온 역사와 주요 성과가 소개되었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연구과제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양영란 전북대 간호학과 교수와 김희숙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발표한 ‘<익산노동자의집> 사례와 지역 이주노동자 권익옹호운동’ 사례에서는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산실로서 출발하여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에 이르기까지 <익산노동자의집>이 걸어온 역사와 활동성과가 소개되었다.

 

특히 농업 및 어업부문 종사자들이 많은 전북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취약성과 제도적 지원의 어려움을 들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개선 및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 현장에서 발로 뛰어온 활동가의 생생한 경험 생생 접할 기회

 

토론자로는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국장과 미얀마 로힝자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아디(ADI)>의 김기남 변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김찬호 과장이 초청되었다.

 

현장에서 발로 뛰어온 활동가의 생생한 경험과 의견을 접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자리로서, 동남아연대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성찰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공유하는 장이 되었다.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국장은 우리 사회에서 ‘동남아’라는 말이 부정적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서 사용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며 동남아를 진정한 ‘이웃’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연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남아 지역이 한국사회의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동남아에서 가속화되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위기,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자세가 뒷받침될 따라야 우리정부의 신남방정책도 발전적 전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디>의 김기남 변호사는 국제연대활동의 범주를 명확히 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 대해서도 성찰과 분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들이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재원 확보나 단기적 활동에 급급하거나 현지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현장에 접근하는 등과 같은 ‘활동의 현지화’가 부족한 점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김기남 변호사는 활동상의 제약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학계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현장 활동가들의 공동연구와 협업이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찬호 과장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역사와 주요 활동내역을 소개하면서, 국제연대활동의 성과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의 매개기구로서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김찬호 과장은 노르웨이 인권 하우스를 예로 들어 시민사회단체들이 활동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전제성 소장은 분과회의를 통해 동남아시아 관련 활동들을 해온 시민사회의 경험들이 공유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 대해 토론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져 시민사회의 바람을 정책 과제로 발전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는 말로 회의의 막을 내렸다.

 

■ 동남아 ODA의 성공사례를 찾아서:동남아 농업 협력-캄보디아 새마을운동사업

 

전북대 동남아연구소가 주재한 두 번째 패널은 학회 이틀째인 22일(토) 첫 세션으로 시작되었다.

 

‘동남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성공사례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패널은 전북대 동남아연구소가 주관기관으로서 수주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전략연구 과제(‘동남아시아 지역 농업개발협력사업 성공사례 연구’)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로서 기획되었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장 전제성 교수가 연구책임자로서 총괄하는 이 연구과제에는 여러 대학 및 연구기관 소속 학자들―정연식(창원대, 한국동남아학회장), 정법모(부경대), 백용훈(서강대 동아연구소), 김희숙(전북대 동남아연구소), 박희철 김다혜 김현경(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동남아 중점협력국 6개국―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된 농업 분야 개발협력사업 성공사례 사업 선정에는 ‘농업생산성 증대 및 시장성 강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촌개발’,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생산시스템 및 자연자원 보전’으로 요약되는 우리정부의 중기전략 목표와 참여주체의 다양성이 고려되었다.

 

한국 정부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되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 주체의 주도성에 따라 정부(캄보디아 사례)와 민간부문으로 구분하고, 다시 민간부문은 기업(베트남 사례), 대학(인도네시아 사례), 시민사회(라오스, 필리핀, 미얀마 사례)로 세분하여 사례를 선정하였다.

 

사례 발표에 앞서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김다혜, 김현경 연구원이 ‘한국의 동남아지역 농업분야 개발협력 성공사례 연구 서설’이라는 제목으로 세션을 열었다. 동남아 농업 분야 개발협력의 주요 동향과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연구진이 자체 구성한 성공요인 분석을 위한 항목들이 제시되었다.

 

정연식 한국동남아학회장이자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맡은 ‘캄보디아 새마을운동사업 사례연구’ 발표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캄보디아 30개 마을을 대상으로 추진한 새마을운동 사업의 주요 성과가 소개되었다.

 

■ 동남아 ODA의 성공사례를 찾아서2:농촌 가치사슬-농촌 마을기업

 

서강대 동아연구소의 백용훈 박사가 발표한 베트남 사례(‘베트남 닌투언성 농촌 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새마을사업’) 역시 새마을운동사업이지만 민간기업 CJ가 참여한 민관협력사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농촌 가치사슬 강화’에 주력하는 이 사업에서 민간기업의 노하우가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연구 결과가 궁금하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박희철 연구원이 발표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농촌 마을기업 사례는 대학이 참여한 민관협력 사업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성공회대가 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2단계에 걸쳐 수행한 이 사업은 후속사업을 통해 기존사업의 한계를 보완한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마을기업 육성이라는 성과 이상으로 이 사업에서 중점을 둔 요소는 주민들의 역량강화로, 특히 여성의 참여를 높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라오스와 필리핀, 미얀마 사례는 시민사회의 참여에 의해 추진된 사업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부경대 정법모 교수가 발표한 라오스와 필리핀 사례는 각각 (사)나눔과기술, 에코피스아시아(Eco Peace Asia)가 참여한 민관협력 사업이다. ‘라오스 농업적정기술거점센터사업’ 사례는 개발소외 지역의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역량강화 및 소득증대 사업의 성과가 소개되었다.

 

‘필리핀 케손주 혼농임업형 친환경 작물 다양화 사업’ 사례는 환경보전과 환금작물 재배라는 상충하는 가치가 수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김희숙 박사가 소개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미얀마 중부건조지 조림사업’ 사례는 (사)푸른아시아가 참여한 민관협력 사업이다. 199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추진된 코이카 사업의 후속사업으로서, 사막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미얀마 중부건조지 산림녹화 사업에서 민간부문의 참여가 이루어낸 주요 성과가 소개되었다.

 

■ “성공담론 일색보다 지역 및 현장의 ‘맥락’을 세밀히 분석하는 심층적 연구 필요”

 

자문회의를 겸하여 기획된 자리인 만큼 연구진은 토론자 선정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 동남아 지역연구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가인 강원대 문화인류학과의 김형준 교수와 부산외대 국제개발협력 전공 홍문숙 교수, 우리자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이미화 전문자문위원을 토론자로 섭외했다.

 

김형준 교수는 현지연구 경험이 풍부한 동남아 지역연구자로서 연구진이 지닌 강점을 살려 지역 및 현장의 ‘맥락’을 세밀히 분석하는 심층적 연구야말로 성공담론 일색의 기존 평가보고서들과 차별화된 것으로서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가로 다년간 활동해온 홍문숙 교수는 “성공사례”라는 프레임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이 연구의 사례들이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그 성패를 달리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성공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기존의 평가들에서 엿보이는 ‘긍정편향’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균형적 시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농업 분야 개발협력에 관한 비판적 논의들을 검토하길 당부하였다.

 

이미화 우리자리 사회적협동조합 전문자문위원은 필리핀 사례의 현지 사업 책임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접근법을 제안하였다.

 

가령 에코피스아시아의 필리핀 사례를 보자면 코이카 요청에 의해 집어넣어야 했던 ‘소득증대’ 차원보다는 현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역거버넌스의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고, 수혜자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질적인 차원에서 주민 역량강화와 농민들의 조직화에 역점을 두었다며 이 같은 시도들이 정당하게 평가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전제성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장 “동남아 지역연구자들은 역사학자와 같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긴 논의를 마무리하며 전제성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장은 이번 분과회의가 “지역연구와 개발협력의 결합, 그리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위기에 봉착한 해외지역연구의 미래를 고민케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연구자들 역시 역사학자와 같은 자세로 연구에 임할 필요가 있으리라는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성과를 부각시키는 데 급급한 기존 평가보고서들의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과 관점을 제시해준 토론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전북대 동남아연구소가 주재한 두 개의 패널은 공통적으로 ‘사람’을 다룬다. 한국시민사회단체의 동남아연대운동은 동남아 현지의,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남아 사람들과의 연대에 관심을 갖는다.

 

농업 분야 개발협력사업은 동남아 현지사회의 농업과 농촌,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개발협력에 관한 연구는 그들의 삶을 응원할 수 있는 올바른 방식과 방법을 탐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패널을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전제성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동남아의 ‘사람’을 잇는 일,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

 

글쓴이=김희숙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전임연구원 myanmarmia@jbnu.ac.kr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청년인턴 김민재 goingrunning@naver.com, 이우철 dncjf0512@gmail.com

               

정리=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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