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얀마의 중요한 파트너다. 투자의 원천이자 외교적 보호 및 소수민족과 분쟁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나라다. 미얀마는 중국에 대해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갖고 있다. 정반대되는 두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는 중국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국가들과 전략적인 외교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균형을 맞춰 나가고 있다.
특히 미얀마가 2016~2017년 ‘로힝야 분쟁’으로 서방 국가 관계가 악화되면서 추가 중국으로 기울어져 더 의존을 하게 되었다.
중국 정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활용하여 대규모 프로젝트와 소규모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미얀마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초 1월 17~18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미얀마 방문은 거의 20년만의 중국 국가 지도자의 방문이었다. 협의되었던 많은 프로젝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보류된 상황이지만 최근 주미얀마 중국대사관에서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미얀마는 중국 ‘일대일로’ 요충지:해당 주민들과는 끊임없는 분쟁
중국에게 있어서 미얀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사업에서 지리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신 실크로드’ 사업은 내륙과 해상을 경제벨트로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미얀마의 경우 만달레이를 통해 위난성에서 라카인주 연안까지 내륙운송을 연계할 수 있다. 이 사업으로 인해 각종 인프라 사업과 상업용 부동산 개발 등에 있어 중국과 밀접하게 엮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개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중국의 진출을 환영하지 않으며,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끊임없는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얀마 내 여론을 보면 “일대일로로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뿐만 아니라 중국 민간 업체들이 농축산업, 봉제업, 광업 등의 수많은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대규모 부문의 사업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볼 때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기로 본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는 짚어본다.
■ 1948~1988년 독립 이후 초기 관계-밀월 관계가 네윈 정권 들어서자 악화
미얀마는 1948년 독립 이후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1949년 중국은 동맹국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외교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국경지역 안보를 위해 주변국들과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당시 미얀마는 비공산국가 중에서 최초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인정하였다. 1950년 60년대초까지 중국 정상은 9차례 미얀마 방문을 하며 양국 외교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1962년 네윈(Ne Win) 정권이 시작되면서 다시 미얀마-중국 관계는 악화되었다. 당시 농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영 사업들을 국유화하고 중국 이민자들이 미얀마를 내보면서 열악한 인프라와 함께 중국을 포함한 국경 무역을 금지하면서 밀수입이 발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67년 양곤에서 반중국 시위가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 되면서 양국 대사관 철수를 하기도 하였다. 이어 중국 정부에서는 버마공산당의 반란을 지지하면서 1973년까지 샨주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하였다. 이로 미얀마에서는 위협적인 요소가 되어 양국 간의 중심 이슈가 되었다.
■ 1988-2010년: 서방 경제제재로 중국 국경무역 의존하는 군부정권
1988년 미얀마 전역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미얀마-중국의 관계는 바뀌었다.
같은해 9월 네윈 정권의 사회주의 정권이 실패로 끝나고 미얀마 군부 정권 타트마도(Tatmadaw)가 들어섰다. 10월에는 국경무역 체결을 하고 국경 무역 검문소 3개가 설립되었다. 이후 버마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1989년 붕괴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국경무역이 시작되었다.
2003년 미얀마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가 시작이 되면서 중국은 미얀마에게 중요한 이웃 국가로 자리잡게 되었다. 2011년까지 미얀마 외교 정책에서 중국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미얀마 북부 지역으로 중국인들의 이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중국이 경제적인 이익은 주지 않고 천연자원만을 가져간다”는 생각을 가지며 반중 감정을 갖게 되었다.
■ 2011~2015년: 떼인세인 대통령 중국과 미국 ‘균형추’ 맞추려 노력
2011년 3월 고립되었던 미얀마 정부는 군사정권인 주평화개발위원회를 이어 떼인세인 대통령이 새로운 정권을 출범하였다.
중국 정부는 최고의 미얀마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재빨리 대처를 하였다. 정부 출범 2일만에 중국공산당은 네피도에 대표단을 보내기도 하였다. 이후 5월에는 떼인세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첫 번째 국가로 중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떼인세인 정권에서는 기존의 군부정권과 다르게 국제 외교관계 균형 유지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만들어 갔다.
언론 검열 완화와 함께 군부정권에 비해 표현의 자유가 허용이 되었다. 이후 2007년 군부정권 때 중국 정부와 함께 꺼친주 이라와디강 상류 밋손(Myitsone)댐 건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자 대대적인 반중 감정과 함께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2011년 9월 30일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 무기한 연기를 한다고 발표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뜨거운 감자로 이슈가 되고 있다.
떼인세인 정권의 중국의 댐 건설 무기한 연기 결정은 두 가지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국민들에게 지난 정부와 다른 정책을 펼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둘째는 서방 국가에 중국만이 미얀마와 가까워질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2011년 11월 당시 힐러리 국무장관이 양곤을 방문하게 되었고 미국과의 관계가 급진전되는 결과를 보였다.
■ 2016년 이후: 예상을 깬 중국과의 관계 강화...중국의 ‘반군’ 지원 양다리 논란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당(민주주의민족동맹정권)의 총선 승리는 중국으로서는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수치는 이미 많은 서방국가의 지지를 받고 인기를 얻었다. 어린 시절 중국과의 경쟁국인 인도에서 자랐던 사실로 봐서는 충분히 그렇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중국과 관계가 강화되었다.
선거 전부터 2015년 6월 아웅산 수치 여사는 중국을 방문하여 이례적으로 시진핑 주석까지 만나기도 하였다. 중국 정부는 2015년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NLD당의 승리가 확실할 것으로 예상하고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아웅산 수치 정권의 긍정적인 반응과 미얀마 군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얀마 북부 지역 반군과의 분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가 되고 있다.
이미 여러 미얀마 반군에게 자금 기부를 한 정황이 있다. 미얀마 반군 UWSA(United Wa State Army)는 중국이 설계한 총과 탄약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갖추고 있다.
이렇게 중국 정부는 미얀마 정부뿐만 아니라 미얀마 반군과도 관계를 가지며 채찍과 당근으로 미얀마 정부를 조정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 ‘로힝야’ 문제로 급변하게 된 중국의 입지
2017년 8월 로힝야 분쟁으로 문제가 생겼다. 아라칸 로힝야 해방군의 선제 기습 공격으로 미얀마 국방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로힝야에 대한 인종청소로 불리며 서방 국가의 비판을 받게 되었다.
여전히 미얀마 국민들에게는 반중 감정이 남아 있으나 서방 국가들의 인권 탄압을 명분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미얀마 정부로서는 중국에 어느 정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균형을 맞추며 밀고 당기기 외교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일대일로 사업과 중국-미얀마 경제 회랑(CMEC)의 두 나라의 생각은 뭘까.
미얀마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거점 지역이다. 2020년 1월 시진핑 주석의 미얀마 방문으로 중국 정부는 미얀마-중국 경제 회랑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미얀마-중국 사업들이 중단되고 있었으나 중국 정부는 미얀마-중국 수교 70주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적극적인 공략을 나섰다.
첸하이(Mr. Chen Hai) 주미얀마 중국대사관 대사는 미얀마 영자신문 미얀마타임스(Myanmar Times)를 통해 중국-미얀마 경제 회랑 3개 주요 사업을 진행하도록 촉구하였다. 3가지 주요 사업은 짜욱퓨(Kyauk Phyu) 경제특구, 미얀마-중국 국경 경제구역, 양곤신 도시개발사업이었다.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미얀마 주요 사업들이 잘 진행이 되고 있다고 언론 보도를 했다.
양곤신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지 펀(Mr. Serge Pun) NYDC(New Yangon Development Company) CEO는 “중국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 양곤신도시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얀마 정부가 이 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결정을 하든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도 먼저 진행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에게는 중요한 투자가 될 수도 있지만 반군과의 무력 충돌도 악화를 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미 일대일로 사업은 스리랑카 항만사업만 봐도 중국의 전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발 계획을 명분으로 엄청난 차관을 지원하고 해당 국가에서 상환을 못할 때를 기다려 모든 인프라 시설들을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라오스 고속철도사업을 지원하는 중국의 지원금은 라오스 GDP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상당히 위험하다. 2018년 말레이시아는 일대일로 주요 사업인 철도 사업도 연기를 하다가 철회하였다. 2019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서아프리카의 공화국), 탄자니아는 일대일로 사업을 철회하였다.
미얀마도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행히 미얀마 정부는 “중국 차관은 고금리로 중국-미얀마 사업과 관련된 경우에만 저금리로 제공되는 차관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중국과 미국의 팽팽한 접전 속 '밀당외교'로 실리 추구
JETRA에서 올해 7월 29일 개최한 미얀마-일본 투자 간담회(Myanmar-Japan Investment Dialogue)에서 미얀마 투자외교부장관 타 웅툰(Mr. Thaung Tun)은 “중국 정부에서 미얀마 주요 인프라 구축 사업 중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며 사업 개시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되었던 양곤신도시개발계획을 구역별로 나눠 부분 입찰로 진행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는 신규 산업단지 조성과 부수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들을 나눠서 스위스 챌린지(Swiss Challenge) 시스템으로 입찰 진행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단일 사업으로는 대규모 사업이라 해외 기업들이 쉽게 입찰에 참여할 수가 없었지만 구역별로 분할하여 입찰을 진행하게 되면 여러 기업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와의 회의에서 이런 중대한 발표가 있었던 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회의에서 구역별로 나눈 입찰들은 투명하게 공개 경쟁 입찰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챌린지 시스템은 먼저 공개경쟁입찰로 사업 제안서를 받아 하나의 제안서를 채택한다. 선정된 제안서로 사업 계획을 세우고 공개입찰을 진행하되 경쟁업체들이 있을 경우 제안서가 선정된 업체에게는 재견적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주는 특혜가 주어진다.
결국 최저가 견적서를 제출한 업체가 선정이 되기 때문에 CCCC(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8년 양곤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NYDC는 전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중국 국영 기업 CCCC와 15억 달러(약 1조 7865억 원) 규모의 인프라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하였다.
양곤신도시개발사업은 당초 산업단지구역 전체 2만에이커 부지에 산업단지, 상업지, 거주지, 거주민 이주 구역 5개, 교량 2개를 포함한 인프라가 포함이 된다. 양곤 프로젝트뱅크 2019년 안내서에 따르면 양곤신도시개발사업은 총 80억 달러(약 9조 528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와 있다.
2020년 1월 시진핑 주석의 미얀마 방문시 양곤신도시개발사업은 짜욱퓨 경제특구 & 심해항 사업과 함께 미얀마 정부에 많은 압박을 한 사업 중 하나다.
이후 첸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관 대사는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3개 주요 사업이 새로운 진전이 있으며 양곤신도시개발사업 시범구역 건설이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하였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외교적인 면에서 중국과 미국의 팽팽한 접전 속에서도 오히려 양쪽을 잘 조정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면도 보이고 있다. 미얀마-중국의 관계는 끊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앞으로 양국 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은 계속해서 진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전창준 미얀마 ‘실과 바늘’ 편집장
전창준은?
한인 비즈니스 잡지 '실과 바늘'의 편집장이면서 무역업체도 운영한다. 2018년에는 미얀마 한인회보 <뉴라이프>, 미얀마 비즈니스매거진 <실과바늘>, 미얀마 연간지 <함께>를 혼자서 편집, 취재 등을 맡아서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