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첫 번째 파도의 끝자락인지 아니면 두 번째 파도의 시작인지 알 수 없는 시점인 8월 21~23일에 개최된 ‘2020년 동남아학회 연례학술대회’ 행사는 학회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서울대 VIP 신흥지역연구 사업단은 줌(Zoom) 플랫폼을 활용한 웹비나(웹+세미나) 첫날 오후 행사의 한 세션을 맡아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을 발표하였다.
서울대 VIP 신흥지역연구사업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7년 9월부터 5년 동안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필리핀에 진출한 한인기업과 로컬사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 육수현 박사 ‘삼성 그리고 베트남 한국인 남성의 도시 박닌성’
1단계 연구를 2019년 8월에 종료하고 현재는 ‘정부 및 기업의 수요에 기반한 동남아 VIP 로컬사회 연구와 컨설팅’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2단계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남아의 소위 ‘VIP’국가라고 하는 베트남(Vietnam), 인도네시아(Indonesia), 필리핀(the Philippines)에 진출한 한국기업에게 의미있는 지역을 선정하고 그 지역의 핵심 산업을 매칭하여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분과에서는 ‘변화와 성장의 동남아: 중산층과 도시공간의 변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네 명의 발표자가 발표에 참여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육수현 박사(서울대 신흥지역연구사업단)는 ‘글로벌 기업 및 로컬 사회의 상호작용과 ‘한국인 남성의 도시’: 박닌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자는 베트남의 63개의 성 중 가장 작지만, 빠르고 큰 발전을 경험하고 있는 박닌(Bac Ninh)성의 변화엔 한국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1992년 베트남과의 수교를 계기로 베트남의 경우 한국투자기업의 수만 4200개에 달한다. 삼성이 2008년부터 박닌성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박닌성은 베트남은 물론이고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의 집적지가 되었다.
또한 박닌이 ‘한국기업’주의적 도시로 변화되면서 도시 경관의 변화도 함께 진행되었다. 부동산, 아파트 건축, 식당, 마켓, 호텔, 골프장, 술집, 가라오케, 카지노 등 소비와 유흥산업 형성 등 한국인을 위한 다양한 산업이 개발되고 발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하나인 ‘한국인남성의 도시’적 특징은 로컬사회의 시민과 자본이 함께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역과 도시의 발전을 위해 한국인남성의 욕망 확산을 주도하는 로컬자본과 현지 시민들의 무관심 혹은 방관 속에서의 박닌이라는 곳은 변화되고 있다.
■ 이지혁 박사, 새로운 소비축 ‘인도네시아 디지털경제’
두 번째 발표자인 이지혁 박사(서울대 신흥지역연구사업단)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경제의 부상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자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의 선진 6개국 중에서도 디지털 경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도 디지털 경제 육성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경제의 성장은 단순히 경제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전반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술의 성장 단계를 건너뛰는 도약(leapfrogging) 현상이 목격되기도 하고, 과거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계층에게 디지털 경제 발전으로 새로운 기회가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비공식 영역의 노동자들에게 공식 영역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영세한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고객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운영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기도 한다. 즉 디지털 플랫폼의 출현으로 디지털화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소비의 측면에서는 디지털 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소비패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경제는 공급자 중심의 경제에서 소비자와 공급자의 쌍방향 소통을 통한 맞춤형 경제로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한국의 1호 외국인직접투자가 이루어진 국가로서 오래 전부터 한국기업이 진출했으며, 세계 인구 4위의 대국으로서 생산거점뿐만 아니라 소비시장도 주목할 국가다.
■김용균 교수-허정원 박사 “베트남: 여성의 시민참여와 토지재산”-엄은희 필리핀 주목
세 번째는 김용균 교수(이화여대, 현 서울대)와 허정원 박사(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여성의 시민참여와 토지재산권: 베트남 사례”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발표는 베트남에서 어떤 여성들이 본인 명의의 토지사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어떤 여성 개인이 토지사용증에 이름을 등재하고 있으려면 그 선행조건으로 본인의 가구가 토지사용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연구는 이를 반영하여 1차적으로 여성이 속해있는 가구의 어떤 특징이 토지사용증 보유 확률과 연관되는지를 고려한 후, 2차적으로 여성 개인의 어떤 특징이 가구 보유 토지사용증을 본인 명의로 보유할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전략을 채택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2017년과 2018년 두 해의 <베트남 지방성 거버넌스와 행정 수행 지수>(이하 PAPI) 전국 개인 설문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약 80.5%가 토지사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토지사용증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 응답자 1만1429명 중 약 70%인 7959명만이 토지사용증에 자신의 이름이 등재되어 있다고 답했다. 결국 전체 여성의 약 56%만이 자신 명의의 토지사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용균 교수는 분석 결과 가장 의미 있는 여성 개인 변수가 시민참여 지수라고 주장했다. 시민참여 지수는 개인의 지방정치 참여, 공동체 기여, 정치적 지식 등 7개 변수의 평균으로 구성된 통합 지수이다. 지역공동체 내에서 시민참여 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신의 이름을 토지사용증에 등재하고 있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분석 결과는 보여준다.
또한 성정부의 거버넌스 특성 중 지방참여 변수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의 지방참여 수준이 높은 성일수록 해당 지역 거주 여성들의 토지사용증 명의 등재 확률이 분명히 더 높은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공동체의 시민참여가 높은 지역에 사는 여성 개인 본인이 높은 수준의 시민참여를 할 때 본인 명의의 토지사용증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엄은희 박사(서울대 신흥지역연구사업단)는 “중산층의 성장과 친환경농식품 시장의 변화: 필리핀 메트로마닐라를 사례로”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발표자는 필리핀에서 유기농업의 발전 과정을 개관한 후 필리핀 국내시장의 변화와 연계되어 유기농상품 국내시장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어떤 주체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개도국의 유기농업은 주로 해외원조나 공정무역운동과의 연계성 속에서 발전해 왔는데, 최근 필리핀 도시의 중산층의 성장과 소비양태의 변화와 맞물려 국내소비량이 증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촌의 유기농업 생산현장과 도시의 소비자를 연계하는 다양한 유통에이전시들의 등장 및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발표는 한 발 더 나가 한국의 개발 NGO이자 사회적기업인 캠프아시아의 농업프로젝트와 대안유통 채널 구축의 사례를 소개하며, 필리핀의 농촌과 도시를 잇는 새로운 국제개발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필리핀은 한국과 지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기업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투자환경을 제공한다.
서울대 VIP 신흥지역연구사업단은?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소속의 비교문화연구소 내에 소속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동남아의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로컬지역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동남아의 VIP 국가, 즉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경제적으로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파트너(very important partners) 국가들이다.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더해져 한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앞 다퉈 이들 국가로 진출하고 있다. 사업단은 VIP 국가에 진출한 한인기업과 로컬 사회의 상호작용을 탐색하여 한인기업이 생산적인 현지화를 실현하도록 제언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쓴이=이지혁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국제지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