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로 주목을 받은 방정환 YTeams 파트너가 신간 ‘수제맥주에서 스타트업까지 동남아를 찾습니다’를 펴냈다.
책은 동남아의 최신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열풍을 다룬다. 아세안(ASEAN) 각국을 발로 뛰며 체험해 현장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세안은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 지역이다. ‘메콩 5개국’으로 베트남·태국·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와 ‘해양 5개국’으로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다.
■ 통일된 인식이 없는 동남아, 신남방정책으로 인지도 상승
아세안경제공동체는 동남아의 다른 이름이다. 2018년 기준 인구 6억 5000만 명의 아시아 3위, 세계 6위 규모 경제권으로 발돋움했다.
신남방정책을 선언한 벌써 3주년, 외교 차원에서 그동안 통일된 인식이 없는 ‘동남아’에 대해 인식을 정립하고, 정상외교를 통해 확실히 띄워주었고 임팩트를 주었다.
저자는 “전반적인 인지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아세안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과연 아세안을 하나의 시장이자 생산 기지로 묶는 아세안경제공동체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저자의 시선도 회원국들 간에 상품과 서비스, 투자, 자본 및 숙련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동남아판 유럽연합EU의 꿈이 보다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분주해졌다.
더욱이 올해 3, 4월 넷플릭스 동남아시아 인기 톱10 콘텐츠 절반 이상이 K드라마라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그만큼 한국과 동남아, 한국과 아세안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 동남아 수제맥주 붐의 선두 주자는 단연 싱가포르
동남아 수제맥주 붐의 선두 주자는 단연 싱가포르다. 2009년 무렵 유럽산 수제맥주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저자 역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던 2011년 처음 수제맥주를 접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번화가의 유명 수제맥주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신세계(?)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현재는 호커센터로 불리는 노점들 중에서도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입지를 다진 상태다.
싱가포르에 이어 동남아 수제맥주 붐의 바통을 넘겨받은 나라는 태국이다. 2010년대 초반 독일 및 덴마크산 수제맥주 등이 수도 방콕 등지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인근 국가들로도 수제맥주 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다.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이 책은 아세안 진출을 앞두고 있거나 아세안 지역과 협력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지식과 정보는 물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도 함께 선물할 것”이라는 평가는 바로 경험과 트렌드에 대한 통찰이 곁들여져 빛이 난다.
■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 그리고 공유경제, 고젝
동남아 사회의 다양성은 몇 년 새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공유경제의 확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유경제(물품을 나눠 쓰는 협업 소비에 기반한 경제활동)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소유에 초점을 맞춘 기존 경제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동남아는 전 세계에서 공유경제 열풍이 가장 거센 지역 중 하나로 불린다. 다국적 여론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인도네시아(87%), 필리핀(85%), 태국(84%) 등 글로벌 평균 66퍼센트를 훌쩍 웃도는 적극적인 공유경제 수용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아세안 디지털 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 또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30대를 위주로 모빌리티 앱 없는 인도네시아의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모빌리티 시장의 양대 산맥 고젝과 그랩이 차량 호출을 기본으로 음식 배달과 택배, 전자지갑, 동영상 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테크 전문매체 테크인아시아에 따르면, 2013년 8억 달러(약 9900억 원)에 불과했던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액은 2018년 109억 달러(약 13조 4600억 원)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아세안에 11개의 유니콘Unicorn(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한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가령 고젝, 토코피디아(Tokopedia) 등 동남아를 대표하는 유니콘들이 탄생하면서 인도네시아 디지털 경제는 매년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스타트업 붐은 동남아의 디지털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 동남아 사회가 가지는 문화적 다양성 주목하라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끊임없이 동남아 사회가 가지는 문화적 다양성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동남아 공무원들의 느긋함, 수제맥주의 유행, 동남아 다문화의 상징인 페라나칸, 족자카르타 길거리의 다양한 음식, 한국 통영의 전혁림 미술관과 족자카르타의 아판디 미술관의 비교, 호치민에 남은 프랑스의 흔적, 인도네시아 민족 대이동인 ‘르바란’, 동남아의 한국 축구 열풍 등을 곳곳에서 정성들여 소개한다.
지금까지 동남아 여러 국가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소개가 많이 되고 경험이 축적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행위에 대한 소개와 분석은 여전히 드문 편이다.
저자는 “동남아 각국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것이 동남아를 이루는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아세안과의 진정한 경제 협력의 길이 된다”고 강조한다.
과연 한국과 아세안 관계의 중심을 어디에 둘까. 일상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성을 기초로 한 사회의 특징인 합의와 상호 존중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강조점이다.
여기에다 아세안에서 가장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최신 경제 동향을 소개하고 분석함으로써 동남아를 보는 시각을 한층 더 넓고 깊게 만든다.
방정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매일경제신문》에서 6년 반가량 취재기자로 일했다. 미국 하와이와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받았다.
2011년 싱가포르의 다국적 교육업체, 2013년 인도네시아의 한국계 투자기업에 몸담게 된 이래로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