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은의 아세안랩4] “코로나시대, 부산서 아세안 깜짝 VR여행”

  • 등록 2020.10.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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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서도 선물...부산 아세안문화원서 ‘아세안여행’ 인기

 

코로나가 지구촌을 공습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세균들과 인간이 동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로 ‘팬데믹’ 쇼크는 모든 분야에서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연일 확진자 알림판은 줄지 않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 여행길이 막혀 ‘여행’을 꿈꾸던 이들에게 절망과 답답함이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은 요즘, 실내에서 아세안(ASEAN)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솔깃하지 않은가?

 

■ 가상현실으로 아세안 10개국 문화유산...코로나19 시대 해외여행

 

바로 부산 아세안문화원에 구축된 아세안 10개국 문화유산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로 구현한 체험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역시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통해 진행이 되었다.

 

 

공식 명칭은 ‘아세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디지털 헤리티지 콘텐츠(Digital Heritage Contents) 개발 사업’이다.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에서 진행하였다.

 

사업의 시작은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과사업으로 추진된 부산 아세안문화원 개원을 준비하면서였다. 2017년에 개원한 부산 아세안문화원 내 전시실을 구성하면서 훌륭한 아세안의 문화유산을 간접적으로나마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부산 아세안문화원은 지하 2층, 지상 4층의 규모로 외관도 마치 아세안에 와 있는 듯한 형태로 디자인이 되었다.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장산역 부근에 위치한 아세안문화원은 아세안과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는 부산에서 토지를 제공하면서 부산에 구축이 되었다. 건물은 외교부 국유재산으로 운영은 외교부 산하의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에서 전담하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아세안에 대해 알리기 위해 구축된 아세안문화원은 아세안 관련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언어·학술·문화·요리 등의 강연도 하고 있다. VR실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왼쪽 편의 ‘명당’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2017년 당시 유네스코에 등재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군, 미얀마 바간 등 3개 국가의 문화유산을 VR로 구축하였다. 9월 1일 아세안문화원 개원을 맞추기 위해 시행기관에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고생을 한 만큼 사업은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면서 나를 피곤하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사업을 진행한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는 더욱 고충이 컸겠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의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앙코르와트다. 아세안 기자들과 함께 아세안문화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본인들도 ‘여행하기 쉽지 않은 곳들을 부산에서 보니 신기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을 때 너무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VR로 직접 걸어 들어가며 쾌적한 환경에서 설명을 들으니 직접 방문한 것보다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VR을 접한 국내 및 아세안측 기관의 관심이 커져서 여기저기서 사용 허락을 요청해왔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코이카 등에서 요청이 왔다.

 

아세안에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세안 사무국, 태국 방콕 아세안 문화 센터에도 VR실을 구축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해외 구축 계획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정상 선물로도 등장한 VR 기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VR 구현 사업은 급기야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당시 10개국 정상에게 주는 주요 선물 목록 중 10개국 문화유산 VR 콘텐츠를 탑재한 기기가 포함이 되었다.

 

사실 남은 7개 국가에 대한 VR 콘텐츠 구축은 2019년에 3개국, 2020년에 4개국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상 선물로 들어가면서 2019년 내에 7개국에 대한 콘텐츠 구축을 완료해야 했다. 아니 완성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됐다.

 

 

각 사업의 운영 전반을 관리하던 필자는 콘텐츠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했다. 정상회의 직전까지 VR 기기를 얼마나 돌려봤던지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비롯해 외교부 전체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이 사업은 모두가 신경을 쓴 덕분에 10개국 정상들이 흡족해한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었다.

 

■ 역설적으로 코로나19시대 ‘안성맞춤형’ 사업 주목

 

급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이 사업은 코로나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 시의적절한 사업이 되었다.

 

만약, 4개 국가의 콘텐츠를 2020년으로 남겨두었다면. 나머지 4개 국가의 콘텐츠는 2021년 또는 2022년이나 되어야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코로나로 해외여행길이 막힌 현재, 간접적으로나마 해외에 다녀온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직접 써보면 알겠지만, 진짜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감동이 있다. 그야말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여행방식 아닌가.

 

이렇게 생생한 현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문화유산보존기록연구소의 기술과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

 

3D 정밀스캐너와 광대스캐너 등과 같은 첨단장비를 활용하여 실제 문화유산과 최대한 동일하게 구현하였다. 정상들에게 선물한 VR은 360도 회전하며 전경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하늘을 날면서 도시를 구경하고 있는 느낌도 든다.

 

■ 눈앞에서 정상을 마주하게 해준 VR 사업

 

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한-메콩 정상회의 만찬 시 메콩 정상들에게 직접 VR 기기를 씌워준 에피소드일 것이다.

 

 

지난해 아세안문화원에서 개최된 한-메콩 정상 만찬 시 VR실이 1층에 있어 환송 시 대기 장소로 사용되었다. VR실에서는 시현은 하지 않고 장비만 전시할 계획이었다. 나는 ‘설마 무슨일이 생길까’하는 심정으로 VR실에서 대기하였다.

 

그런데 아뿔싸. 메콩 정상들이 VR실로 들어서면서 기기에 관심을 보이며 시현해보길 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VR 장비를 플레이했다. 나와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 김시로 부소장이 기기를 씌워드리며 설명을 했고 곁에서 지켜보시던 문재인 대통령 내외분도 함께 설명하며 도와주었다.

 

메콩 정상들은 잠깐의 ‘관심’이 아니라 진지한 자세로 기기를 감상하였다. 특히,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기기를 쓴 채로 가만히 계셔서 혹시 플레이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는데, 천천히 감상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정상들은 감탄과 감사의 인사를 건넨 후 VR실을 떠났다.

 

 

덕분에 잠깐의 대기 장소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VR실은 메인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퇴근 시간도 많이 늦어졌지만 이렇게 정상을 가까이 마주하고, 용안(?, 龍顏)을 스칠 수 있는 기회라니! 평생 간직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정상들도 반한 ‘핫’한 아세안문화유산을 VR로 체험해보고 싶지 않은가.

 

물론, 아세안문화원도 코로나 상황으로 현재 휴관 중이지만,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을 한다고 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아세안문화원에서 코로나로 반납한 휴가를 즐겨보길 추천한다.

 

하늘길이 막혀 더 그리워지는 추억의 여행지, 바다 넘어 명승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아세안 문화유산을 체험하여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시은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인권을 기반한 개발’을 논문 주제로 하여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 후‘아세안 문화개발협력’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외교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기획단에서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 내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컨설팅 및 아세안 관련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아세안랩(ASEAN LAB)을 창업하여 운영하며, 아세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외교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세안 업무 매뉴얼을 담은 책 '아세안랩'을 8월 8일 출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수잔리 하원의원 표창, 2012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 2017년 외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리=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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