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도시Rocks <7> 쇠락한 공원, 실패한 비전…자카르타 '안쫄'

  • 등록 2020.10.04 06: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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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글로벌 테마파크와 로컬 테마파크의 현실...싱가포르나 부르나이발 직접수혜 없어

아세안에서 오래 살았던 필자는 유독 인도네시아인 친구들이 많다. 대부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젠틀한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화교 출신인 A군은 유원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와 관련된 지식에 관해서는 아시아에서 한 손가락에 꼽을 만큼 탁월한 실력자로 기억된다.

 

그는 미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응용물리학 과정을 엘리트 코스로 밟은 인재다. 자카르타 북서부지역 항구도시 안쫄이라는 도시 출신인 A군은 그 일대 지역사업인 안쫄 테마파크 비즈니스와도 알게 모르게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 자카르타 두니아 판타지 안쫄(Dunia Fantasi-Ancol)

 

유원지로 더 알려진 안쫄은 분명히 안락한 주거공간을 갖춘 도시라고 말하기에는 분명히 아쉬움이 있는 도시다. 널리 알려졌지만 인도네시아 화교들은 주로 항구도시인 자카르타 인근에 집중적으로 거주한다. 1998년 인도네시아 인종 폭동 이후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더 강해진 측면이 있다.

 

자카르타 인근의 항구도시 안쫄도 그같은 이유로 화교들의 밀집도가 더 강해졌다. 이 도시가 비록 바다를 낀 수려한 항구가 있다고는 하나 대다수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자카르타 도심지 폰독인다(Pondok Inda)등에 비하면 주거환경이나 컨셉시설 등 개발이 더딘 편이다.

 

출발부터 자연 환경이 워낙 도전적이었던 탓이 크다고 한다. 안쫄은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 상인들이 활동하던 지역이다. 이 난지도 지역을 드나드는 선박이 늘어남에 따라 인근 정비를 시작했는데, 부근 늪지대에 건설한 인공수로로 말미암아 살인모기가 급증하는 등 주거여건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상관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1966년 사디킨 총독 시절에 여느 도시개발사업과 같이 도시환경개선과 지역경제활성화를 꾀하고자 안쫄 일대의 난지도를 유원지로 개발했다고 한다. 나아가 1984년에는 안쫄유원지 내부에 두니아 판타지 (Dunia Fantasi-Ancol)라는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필자 역시 1998년경 안쫄 두니아 판타지에 놀러갔던 기억이 있다. 5㎢ 넘는 안쫄 유원지부지는 예나 지금이나 여유로운 편인데 드넓은 야외공간에 자리한 놀이기구들과 해변 레스토랑들로 이루어진 평범한 유원지이다. 이제는 최신식 유원지에 밀린 인천시 월미도 스타일의 덩치만 큰 버전으로 이해하면 쉽다.

 

 

■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테마파크

 

도심 속 글로벌 테마마크는 찬란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초대형 도시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혹은 그러한 모습을 간절히 열망하는 모습을 표방하곤 한다. 미국 서부의 자유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초거대기업인 디즈니랜드 테마파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수백여개의 애니매이션 캐릭터로 구성된 거대한 테마마크 속 놀이기구(프로그램)가 뿜어내는 강렬한 이미지는 관광객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여기에 매일같이 애너하임 도시 밤하늘 전체를 밝히는 폭죽 서비스와 어우러지면서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환상적인 이미지를 선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동화 속 이미지 충격은 도시 전체로 나아가 국가 단위로 확산되기도 한다.

 

불꽃 놀이의 하이라이트는 월트디즈니사의 로고이자 디즈니 테마마크를 상징하는 성(castle)과 미국성조기(star spangled banner) 불꽃으로 마무리 되는데, 도시 밤하늘을 관람하는 모든 어린이들을 꿈과 희망으로 대통합시키려는 마치 미국판 “위아더월드”의 화룡점정과도 같았다.

 

나아가 1980년대부터 디즈니 테마파크는 영역을 더욱 확장하여 프랑스 파리뿐 아니라 도쿄 홍콩 상하이 등 세계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수도에 연이어 개장하며 "지구본 테마파크 동맹"을 완성했다. 필자는 글로벌 도심 테마파크는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일부 도시에게만 부여되는 특권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 상황이 전세계로 확산된 이후 안쫄 두니아 판타지랜드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현지에서 병원을 경영하는 친구 B군은 “코로나 상황인데 사람들이 안쫄에 가겠느냐”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는 "안쫄 두니아 판타지가 관광객들의 방문지 후보명단에서 점차 멀어지는 것 같다"는 친절한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안쫄 두니아 판타지는 로컬 테마파크로서 나름대로 괜찮은 입지선정과 발전조건은 갖추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니아 판타지는 바탐섬과는 달리 싱가포르나 부르나이발 관광자본의 직접수혜를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때 경남권 테마파크의 맹주였던 창녕군 부곡면 소재 H온천테마파크가 몇 해전 폐업을 뒤로하고 지자체와 함께 재개장 방안을 찾아나서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마치 그것과 비슷해진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안쫄유원지 같은 시설은 동남아시아에 수도 없이 산재해 있다.

 

안쫄 두니아 판타지가 명실상부 수십년을 지속해온 인도네시아 대표 테마파크임에는 분명하다. 안쫄이 코로나 위기를 넘어 다시금 관광객들의 위시리스트로 편입되기를 바란다. 물론, 무척이나 경쟁이 심한 세계이기도 하다.

 

필자인 김민수는 영국 런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 등 다양한 도시에서 성장하며 각 도시의 특색을 좋아한다. 런던대 바틀렛 도시건설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대기업 인프라분야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부산시에서 도시계획분야 정책연구원으로 근무중이다.

정리=정호재 기자 bradel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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