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관의 태국이야기 6] 음식 한류 이야기: '윤식당' 비빔밥론 유감

  • 등록 2020.10.08 06: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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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 시즌 2’에 메인 메뉴로 나온 비빔밥 ....섣부른 한식의 현지 퓨전화 금물


삼국지의 맹획이 '칠종칠금(일곱번 잡았다 일곱번 풀어주었던)'하던 신남방의 나라 태국에서 살다 보니 이따금씩 한국에서 인기를 끈 방송 프로그램을 IP TV의 돌려보기 방식으로 접하곤 한다.

 

일전에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이라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을 우연찮게 시청했는데, 나름 시사하는 바가 많은 반면, ‘옥에 티’라고만 봐주기에는 아쉬운 내용들이 산재해 있었다.

 

필자가 동남아의 태국에 살면서 느낀 한식과 한국식당에 대한 생각으로 짚어볼 때, 자칫 해외에서 한식당이나 소비재 소매업 리테일사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상당 부분 혼선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다수 섞여있었다. 

 

그 중에서도 ‘윤식당의 비빔밥론’은 상당 부분 곡해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예능프로그램을 다큐로 보면 어쩌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으나 ‘윤식당 시즌 2’에 메인 메뉴로 나온 비빔밥 이야기를 소재로 이제는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 우뚝 서기 시작한 한식 세계화의 일면을 살펴본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논지서 예외일 수 없는 '한식 세계화론'

 

먼저, '사장님 마음대로 - 윤식당'에서 말하는 한식의 현지화, 즉 '현지인 취향과 입맛에 맞게 한식을 변형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한식 세계화의 근간에 혼선을 자초할 수 있는 방향제시론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주장은 ‘한식 세계화론’에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하고도 올바른 관점이다. 이는 한식요리에 대한 지나친 ‘변형된 로컬화 퓨전 만능론’에 앞서 챙겨야 할 중점 추진 사안으로 여겨진다.

 


■ 한식 세계화를 위한 올바른 전략전술 구사를 위하여

 

한식 기본 메뉴 중 하나인 ‘비빔밥’에 대해 윤식당에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데, 상당 부분 검증되거나 체득화 되지 않은 위험한 논지로 비쳐진다.

 

태국인들이 타지 이문화의 하나인 외국음식을 접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로컬 고유의 것과 같거나 유사한 것을 찾아내어 취식하려는 욕구가 아니다. 외국음식을 먹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문화접변을 통해 맛의 신세계를 찾아나가려는 욕구가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① ‘비빔밥(Bibimbap)’이라는 이름부터 외국인들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설사 억지로 발음한다고 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 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의 일식당을 가도 일본음식 ‘스시=Sushi’, 사시미=Sashimi 그리고 우동=Udon임을 기본으로 표시하며 손님들의 주문 호칭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차별화(Differentiation)’는 음식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동서고금의 유명 음식 메뉴명은 고유명사로 불리기 마련이고 그래야만 제품 오너십(Product Leadership)을 지켜나가기에도 용이하다.

 

② 매운 맛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으니 고추장 소스를 고집하지 말고 간장 소스로 선회?

→ 역으로 이탈리아 음식 ‘리조토’나 일본음식 ‘돈부리’를 한국에서 많이 팔아보겠다고 고추장 소스를 넣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운맛을 외국인에게 강요하거나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각의 영역으로 인도하고 전파하는 작업이다. 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맵다고 세계인들로부터 배척받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자 현상이다.

 

가급적 원안인 고추장 소스로 비빔밥 래시피를 전개해 나가되, 부득이 매운 음식에 유난스레 저항감이 있는 손님에게 간장소스를 별도로 추가 제공해 주거나, 매운맛 자체를 경계하는 손님을 위해서 식당 내 메뉴판에 붉은고추 모양 아이콘으로 매운 정도를 마킹해 놓으면 될 일이다.

 

많고 많은 고추장 안 들어가는 안매운 한식 놔두고 고추장 들어가는 비빔밥을 간장을 넣어 변형시켜 선택케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비빔밥에서 고추장을 빼는 것은 왜식대첩에서 거북선을 갑자기 판옥선으로 바꾸는 형국 아닌가 말이다. 

 

③ 대다수 국가들이 바비큐 립(BBQ Rib)류의 음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에게 익숙한 메뉴인 ‘코리안 바비큐 립=갈비’는 한식당의 필수 요건으로 메뉴 구성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 해외 한식당의 메뉴의 일종으로 BBQ 갈비구이가 들어가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BBQ 갈비구이류를 필수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전 세계에 진출한 한식당 인테리어 디자인의 태반이 연통형이나 매립형 덕트를 장착해야 한다든가, 매장 내부를 구이류 냄새 진동하는 기름기 투성인 상태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찍이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일본을 보라. 일본식당들이 전 세계에 진출하면서 야끼니꾸 일변도로 편중된 메뉴 식단을 꾸렸던가 말이다. 일본 음식점들은 해외에 진출하면서 야기니꾸 전문점은 물론, 스시 전문점, 돈부리 전문점, 뎀뿌라 전문점 그리고 라멘 전문점들을 열어나가면서 그 외 다양한 일본음식 메뉴들을 소화해냈다. 그 결과, 현지 진출한 국가에서 일식요리의 다양성도 인정받고 일본 식당들 간의 지나친 과당경쟁도 막을 수 있었다.

 

④ 굳이 숟가락으로 비벼먹게 할 필요 없이 젓가락으로 먹고 싶은 내용물들을 골라먹게 하자?

→ 비빔밥은 들어간 식재료들 간의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고추장이라는 촉매제 소스를 통해 재창조해내는 크리에이티브 가득한 음식이다. 그런데 그 밍밍한 식재료들을 고추장 소스로 비비지 않고 한 가지씩 따로다로 골라먹게 하자는 발상은 백에 한두 명이 좋아할지 모를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괘변에 가까운 이야기로 보인다.

 

⑤ 태국 음식 똠얌꿍을 외국인들이 처음 접할 때는 이질적인 허브 첨가물류와 낯선 향신료 맛으로 인해 떠먹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한식의 특징인 매운맛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아 변신 시도가 필요하다?

→ 태국의 똠얌꿍은 프랑스 요리인 부야 배스, 중국의 샥스핀과 더불어 글로벌 미식가들로부터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음식이다. 일정 부분 맛에 대한 보수 성향이 강한 손님들은 어디서나 늘 있기 마련이다. 똠얌꿍은 맵기도 하려거니와 트로피컬(열대)한 향취가 강한 음식이지만 세계인들이 똠얌꿍을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독특한 맛에 있다고 봐야 한다.

 

몇 해 전 한식진흥원이 전 세계 10대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인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식 선호도 설문 결과가 있다. 한식 인지도 64.1%, 한식 만족도 83.2%, 향후 한식당 방문 의향 73.8%, 한식당 추천 의향 89.7%, 음식 관광을 위한 방한 의향 56.7% 등에 달했다.

 

또한,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약 3만 5000여 개의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이제 한식은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음식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식은 중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인도식, 일식과 더불어 고유한 형태와 맛을 지닌 독창적인 세계 문화유산화되고 있는 과정에 이미 돌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와서 섣불리 현지 음식과 유사한 맛을 내는 한식의 퓨전화는 금물이다. 한국어를 글로벌하게 보급하기 위하여 세종대왕이 주신 한글 대신에 영어 알파펫으로 표기케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 세계인이 ‘오늘 점심으로 비빔밥 어때? (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하는 그날까지

 

세계 맛지도 대표 플랫폼으로 불리는 ‘테이스트 아틀라스 톱 100(Taste Atlas Top 100)'에서 2019년에 선정한 ‘톱 100 세계 음식 랭킹 리스트’에 한국의 비빔밥이 26위, 불고기가 31위로 등재되었다. 전 세계 6795개의 음식과 3386개의 지역별 식재료, 9732개의 레스토랑의 자료를 토대로 평가된 결과물이다.

 

이 발표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국제화된 것으로 알려진 봉골레 스파게티가 28위, 샤브샤브 32위, 카레라이스 34위, 치즈버거 36위, 사시미 39위, 뎀뿌라 41위, 부리토 58위, 쏨땀 70위, 샤오롱 빠오 76위, 완탕면 91위 등을 차지했다. 26위에 오른 한국의 고추장 소스 비빔밥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CNN이 선정한 세계 10대 음식문화’에 한국음식이 빠져있지만 비빔밥과 불고기라는 견인차 메뉴를 중심으로 한국음식이 당당히 Top 10을 기록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하면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음식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를 글로벌하게 알리려는 노력이 ‘파전과 김치전’을 ‘코리안 피자(Korean Pizza)’라고 칭하고 그 맛을 '피자맛과 유사하게 만들어 보급'하는 길이 아님은 분명하다.

 

태국뿐 아니라 경향 각지의 세계인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오늘 점심으로 비빔밥 어때? (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하며 한국음식을 권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오늘 저녁은 불고기로 합시다! (Let’s eat Bulgogi for dinner today!)’라고 이야기하며, 매콤한 고추장 소스에 비빔밥을 쓱쓱 비벼먹고 한국식 달짠 간장소스로 양념된 불고기를 먹는 것이 일상이 되는 날도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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