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도시Rocks<8> '거대도시' 환상 깨진 아시아도시 '포스트코로나'

  • 등록 2020.11.26 09: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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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도시 전략 합당하면서도 세부수정 필요한 이유...인내심 갖고 도시 회복력 믿어야

 

국내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 혹은 이후 386세대(현재는 586세대)에게 뉴욕과 런던 홍콩 등지의 발전된 도시의 모습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새벽 제3한강교(한남대교) 불빛은 산업도시 건설의 초석이 되었고 그 남단으로 압구정과 반포에 차곡차곡 쌓이는 성냥곽 아파트는 선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한 진보성의 구체적 상징이었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서울은 세계화로 한걸음에 내달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했다. 부산에는 해운대 대우매립지개발 프로젝트로 수도서울과 항도부산 2도시 체계로 경쟁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많은 거의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토 당국은 이같은 국토의 양 끝단의 두개의 메가시티 전략(더블볼란치)을 통해 전국토의 현대화를 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대만(타이베이와 가오슝), 말레이시아(콸라룸푸르와 조호바루), 베트남(하노이와 호치민) 등이 그러하다.

 

물론 수도와 2대 도시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정주입지를 갖추었지만 냉전 이후 미국의 경제와 문화를 대표하는 뉴욕과 LA을 맹목적으로 동경하던 일본(도쿄과 오사카)을 벤치마킹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도시예찬론자들 (산업화 엘리트집단)의 집단지성에 제동을 걸 상대가 없었을 것이다.

 

■ 도시의 회복력에 대한 재인식 "개발된 도시에게도 숨쉴 수 있는 여유 줘라"

 

도시의 환경보전 측면에서 회복력은 매우 중요하다. 개발을 하면 도시에게도 충분한 숨쉴 수 있는 여유를 약속해야 한다. 개발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아무리 멋드러진 홍보 문구로, 예를 들어 친환경, 에코프렌들리, 친수공간 등의 방식으로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시킨다고 해도 이는 말그대로 미사어구에 그칠 뿐이다. 자연에 사람이 인위적 형질변경을 하는 것은 파괴행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반백년간 특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들은 고강도의 가혹한 개발을 강요받았다. 덩치를 급속하게 키움과 동시에 매끈한 질적 도약을 통해 꽤나 멋진 상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도시가 회복할 기간, 즉 충분한 여유가 필요한데 그러한 틈새는커녕 도시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엔 만성 교통난과 환경오염을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새로운 둥지를 틀었으니 말이다.

 

혹시나 필자에게 "도시생활이 싫으면 멀리 브라질이나 동남아 밀림 속에 들어가서 여유롭게 살라"고 꾸짖으실 있지만, 실제로 필자는 사막과 열대우림(짧게나마)에서 장기간 거주해본 경험이 있다. 현재 그곳에서 탈출하여 부산시민으로서의 매우 만족스러운 도시라이프를 영위하고 있다는 정보를 드리고자 한다.

 

 

■ '우등생' 싱가포르와 삼성의 공통점: 어떤 상황에서도 이긴다는 DNA와 엄청난 자부심

 

도시개발 연혁에 있어 싱가포르는 우등생으로 꼽힌다. 경쟁력있는 국제금융도시, 항만항공물류의 거점도시, 금융자산 재투자, 아시아 4차산업 적응성과 확장성 등 두루두루 요건을 갖춘 도시 등 여러 개발과 재생분야의 참고 사례에 반드시 빠지지 않는다. 

 

최단기간 완성도가 가장 높은 도시계획을 갖추며 가장 먼저 도시재생(노후화 주택재개발)의 청사진을 앞장서 제시하는 세련된 도시행정은 실제로 참고할 대목이 많다.

 

일례로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재생청(URA)의 리포트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리포트 중 하나인데 뉴욕이나 런든 등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비전과 단계별 실행계획이 매우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높은 실현가능성을 확보한 다음에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도시화=싱가포르”는 일종의 수학공식이다. 싱가포르는, 마치 예습과 복습은 선행학습은 기본이며 친구들에게 강한 학구열로 동기부여를 주는 엄친아급의 우등생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자신감은 삼성그룹의 경영문화와 묘하게 닮은 것 같다. 명실상부 글로벌 IT제조 분야 우등생인 3500억달러(약 400조 원)의 시가총액과 65조 원 이상의 연간 영업이익을 일구는 그 기업의 많은 임직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긴다는 DNA와 엄청난 자부심으로 무장된 것이다. 

 

부문 핵심부서라고 자부하는 모 사무실에 회의차 들른 적이 있다. 세미나룸에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기업 슬로건이 걸려있었다.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삼성에 장기근무한 선배들은 이런 야심만만한 표현을 당연시했지만 분명 대중에게는 익숙지않은 표현이었다. 한국 기업가치가 인류사회공헌이라는 말인가. 설령 그렇다고해도 정말로 조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것인가?  

 

그러나 이후 더욱 다양한 도시와 조직을 경험하고나니 싱가포르 도시청과 삼성그룹의 자부심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기업의 역할 역시 사회와 완전히 유리된 것은 아니지 않는가?

 

 

■ 코로나 시대,  '거대 도시'라는 '환상'은  깨지고 '록다운' 붕괴현상 경악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막대했다. "비지니스는 독점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처럼 메가시티 또한 그러하다. 자본의 집적도는 지역사회로 재분배되고 활발한 소비를 통한 발전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적용하며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과감한 도시정책의 변화를 시도하고도 실패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내할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규모를 형성하는 위치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

 

소위 잘나가는 도시반열에 오른다면 더 많은 자본을 끌어당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산업화시대 아시아는 적어도 2개 정도의 강한 집적경제권(대도시) 강렬히 열망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환상이 이번 코로나19 를 기점으로 깨어졌다. 거대 도시라는 공간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역이라는 근본적인 요소 외에도 구성원간 거주 밀도, 의료시설, 환경, 대중교통, 사회복지 교육 등 일상에 당연시 되오던 요소들이 무너지는 붕괴현상, 즉 디바클(debacle)을 경험한 것이다. 영미권 일부 도시는 불가피하게 록다운이라는 사실상 최악의 조치를 시행해야 했다.

 

물론 고밀도 개발을 통해 조성된 도시 덕분에 바이러스 면역력이 강화되고 긴급상황에서의 신속한 집단통제와 마스크를 비롯한 필수의료지원 보급 등 방역대응에 매우 유리했다는 일부의 도시건축 학자들의 견해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두하고 높은 도시화율로 여전히 집단확산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는 것이 현실이다.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된다고 해도 마스크를 벗을 일상으로의 회귀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 이제는 도시에게 스스로 회복할 인내를 주어야

 

여태까지 택지사업분양사의 단골 홍보멘트인, "쾌적한 주거환경"은 적당히 그럴싸한 공원녹지에 폼나는 앵커시설 (럭셔리 커뮤니티시설)을 의미했다.

 

"쾌적한 주거환경"이 산골마을에 맑은 아침공기와 배밭을 뜻하지 않는다는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경쟁우위와 개발논리보다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고 싶은 마음들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시에게 스스로 회복할 인내를 주어야 한다.

 

도시를 쉬게하려면 우리의 인내가 필요하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전진보다는 후진이 어려운 것처럼 관성에 역행하는 일이기에 개발 못지 않은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한 연습도 요구될 것이다. 익숙지 않을 것이고 초조해질 수도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세안의 메트로폴리탄들은 충분히 멋있다. 방치와 쉼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천천히 가도 뒤처지지 않을것이다.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인 김민수는 영국 런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 등 다양한 도시에서 성장하며 각 도시의 특색을 좋아한다. 런던대 바틀렛 도시건설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대기업 인프라분야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부산시에서 도시계획분야 정책연구원으로 근무중이다.

정리=정호재 기자 기자 bradel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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