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스타 송중기씨 주연의 케이블 채널 드라마 ‘빈센조(Vincenzo)’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로 소개된 빈센조의 제작지원사 목록 중 낯익은 외국 브랜드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커피사탕 브랜드 코피코(Kopiko)가 그 주인공입니다. 인도네시아 식음료 대기업 마요라(Mayora)사의 주력 제품인 코피코는 1982년 처음 출시된 이래 전세계 80여개 나라에서 판매돼 왔습니다.
2016년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가를 높여온 송중기씨 및 동료 배우들과 나란히 코피코 사탕이 간접광고(PPL)로 등장하는 장면이 곧 전파를 탈 것으로 짐작됩니다.
개인적 취향이 담긴 신작 얘기를 꺼낸 것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드라마 한류 얘기를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사이코지만 괜찮아’, ‘더 킹: 영원의 군주’, ‘우리, 사랑했을까’ 등 K-드라마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대다수 아세안 국가들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달이 뜨는 강’과 ‘펜트하우스’ 등이 남다른 주목을 받은 가운데, 특히 자국 기업이 한국 브라운관에 이름을 올린 ‘빈센조’를 향한 인도네시아 젊은 층의 기대감이 뜨겁습니다.
사실 현지 주요 매체에서 K-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심층 분석한 기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아세안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몰이를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TV에서는 몇 년 전에 막을 내린 한국 드라마가 재방에 삼방됐고, 연인 혹은 친구들끼리 노트북을 펼쳐 놓고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거리는 모습은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K-POP의 선두주자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이 문화 한류 열기를 부채질했다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 쾌거는 한류에 큰 관심이 없던 현지인들에게도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상을 뽐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배우 박서준씨가 각각 인도네시아 유명 전자상거래 플랫폼 토코피디아(Tokopedia), 블리블리(Blibli)의 브랜드 홍보 대사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아세안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역설적으로 K-드라마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으로 관측됩니다.
외부 활동이 움츠러들고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K-드라마를 선택하는 아세안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덕분입니다.
여기에는 역내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넷플릭스 등을 통해 수준 높은 완성도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무장한 K-드라마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서 아세안 시청자들이 한국 프로그램에 즉각적으로 열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한국 작품들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위세를 떨친 2020년 2사분기 이후 넷플릭스의 동남아시아 인기 톱10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껏 탄력을 받은 아세안 드라마 한류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글쓴이=방정환 YTeams 파트너 um0517@hanmail.net
방정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매일경제신문》에서 6년 반가량 취재기자로 일했다. 미국 하와이와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받았다.
2011년 싱가포르의 다국적 교육업체, 2013년 인도네시아의 한국계 투자기업에 몸담게 된 이래로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입문 교양서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에 이어 동남아의 최신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열풍을 다룬 ‘수제맥주에서 스타트업까지 동남아를 찾습니다’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