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의 손안의 아세안19] 제주도서 만난 동남아시아 이주민들과 다문화 시대

  • 등록 2021.06.16 06: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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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 눈앞...글로벌화 물결 속 한국의 다문화 공동체로 변신(?)

 

최근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젊은 여성부터 재래시장 한켠에서 동남아 음식을 판매하는 가족, 렌터카 업체에서 정비기사로 일하는 젊은 남성과 바닷가 횟집에서 근무하는 중년 여성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했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관광섬 곳곳에 자리잡은 동남아인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새삼 다문화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일찌감치 다문화 시대를 선언한 아세안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습니다.

 

동티모르를 제외한 동남아 10개 나라로 구성된 지역협력체인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몇 가지 특성을 공유합니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벼농사 중심의 농경 문화와 유럽 열강에 의한 식민 지배 경험, 권위주의 정부 주도의 성장 모델 도입 등을 아세안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아세안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에 기반한 다문화(한 국가나 한 사회 내에 다른 계급, 민족, 인종 등 여러 집단의 문화가 공존하는 현상) 야말로 아세안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 대륙부에 위치한 태국에서는 24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편 국경을 맞댄 미얀마 전역에는 130개가 넘는 인종이 거주하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내에서도 다문화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진국으로 불립니다. 사실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2억 7000만 명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지구촌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표적인 다민족, 다언어 국가입니다.

 

실제 해외 연구기관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캐나다와 인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나라들과 더불어 가장 ‘문화적으로 다양한(culturally diverse)’ 국가 리스트 상위권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 왔습니다.

 

이는 700여개 언어를 사용하는 300여개 종족이 1만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1개 나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온 역사적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협치와 연정의 전통을 기반으로 국가 모토인 ‘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실천하면서 “어떻게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해소해 온 덕분입니다.

 

심지어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온건 성향의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독특한 정치 모델은 남다른 시선도 끌어왔습니다. 물론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절대 다수인 인구 구성 특성상 종교적 갈등 등에서 비롯된 정치적 소란도 심심치 않게 목격됩니다.

 

 

하지만 국가의 탄생 배경에서 유래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다문화 국가 인도네시아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는 평가입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에는 약 253만 명의 외국인이 체류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국내 전체 인구의 4.9%를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2007년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선 체류 외국인 숫자는 불과 9년 뒤인 2016년 2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을 마주하는 일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이방인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 또한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글로벌화의 거센 물결 속에 한국 사회의 다문화 공동체로 변신(?)에 조금씩 속도가 붙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단일 민족, 순혈주의에 유달리 집착해 온 관습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글쓴이=방정환 YTeams 파트너 um0517@hanmail.net

 

방정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매일경제신문》에서 6년 반가량 취재기자로 일했다. 미국 하와이와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받았다.

 

2011년 싱가포르의 다국적 교육업체, 2013년 인도네시아의 한국계 투자기업에 몸담게 된 이래로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입문 교양서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에 이어 동남아의 최신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열풍을 다룬 ‘수제맥주에서 스타트업까지 동남아를 찾습니다’를 출간했다.

 

정리=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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