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관의 태국 이야기17] 어느 재외교민의 독백…태국 한인사회 공존론

  • 등록 2021.08.17 17: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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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사회, 코로나시대 재난구호의 사각지대 구난, 누가 나설 것인가?

[전창관의 태국 이야기 17] 동남아 각국에 거주하는 한인사회에 밀어닥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심화되자, 일시귀국 또는 영구귀환 차 동남아 현지살이를 접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요즘이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의 현지 한인사회는 미주나 구주의 한인 교포사회와 달리 현지 국적을 취득한 재외교포 위주의 한인 영구이민사회가 아니다. 사회적 생활기반이 상당 부분 본국에 잔존해 있는 재외국민의 비중이 높은 한인 교민사회이니 만큼 본국 귀환자의 발생 여지가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 주요 언론과 현지 한인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동남아 내 최다 한인 거주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벌써 한인 코로나 사망자만 해도 20여 명이 넘어선 것으로 보도됐다. 동남아 내 누적 한인 중증환자 수 역시 1000여 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 '각자도생'의 길을 걷다시피 하고 있는 재태 재외국민

 

여타 동남아 권역의 상당 수 나라들 역시, 공중보건 의료망 자체가 미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태국처럼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의료체계는 갖추어진 국가라 해도 급격한 확진자와 중증감염자 폭증으로 방역 임계점이 무너져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재태 교민들이 방역부분과 경제적 재난구호에서 조차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에 가까운 길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재난적 생업파괴로 경제적 구난지원을 받아야 할 한계상황에 달한 한인들 또한 다수 발생하고 있다. 수많은 한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태국이지만 그렇다고 태국 정부에게 한인들에 대해 본국 정부 차원의 긴급재난 구호기능을 수행해 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자국민들의 백신접종률조차 터무니 없이 밑돌고 있는 1인당 국민생산(GDP) 7000달러 남짓한 나라의 정부에게 그런 것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을 새삼 말해 무엇할지 싶다.

 

인구 6900만 명의 나라가 이제야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510만 명을 겨우 넘겨 약 7% 대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그 숫자의 태반을 소위 ‘물백신’으로 알려진 중국산 백신이 차지해 혼란에 빠져있는 상태인 나라 아닌가 말이다.

 

 

한편, 이제 막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약 3522만 원)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본국 정부 역시, 한국의 국민들 보호조차 힘에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그 옛날 맹획이 칠종칠금(七縱七擒, 7번 잡았다 7번 풀어줬다)했다는 동남아 땅의 남방에 위치한 태국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재태 한인들로서는 일정부분 자구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다름아닌 ‘재외 한인 협동자치기구 역할론’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해외에서 '정부'는 ‘대사관’, ‘한인회’는 선출직 단체로서 본국으로 치자면 ‘국회’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볼 때 재외 한인사회에서의 '정부'는 ‘대사관’ 즉 ‘주재 공관’이다. 또한, ‘한인회’는 일종의 현지 재외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단체로서 본국으로 치자면 ‘국회’인 셈이다.

 

그리고 그 외 각종 ‘진출 경제단체의 대표자 모임’ 역시 대사관 및 한인회와 더불어 상존하고 있다. 이런 기반 속에서 재외국민으로서의 한인, 즉 '재외국민’이 존재한다. 서로 어우러져 생활해가야 할 ‘바다 건너 또 하나의 대한민국’이 바로 ‘재외 한인사회’인 것이다.

 

 

굳이 헌법 제2조 2항에 나와있는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와 같은 법적 조항이 아니더라도, 글로벌한 지구촌 세상에서 '또 하나의 대한민국인 해외 한인사회'에서 '정부=재외공관'이 주축'이 되고 '국민=교민'이 힘을 모으는 긴급 재난구호 활동이 필요함은 당연지사다. 


선거 때 존재감 부각 대상 아닌 해외 국격상승 주체로 재외공관과 재외국민 파트너십 절실

 

냉혹한 국제사회 환경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하는 날만이 아닌, 일년 365일 재외국민들과 주재공관이 힘을 합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해외 현지에서 국격을 키워나갈 사안은 차고 넘친다. 이런 어려운 시국에 서로 도와 힘을 합하면 대한민국의 총체적 시너지 국격은 더 한층 상승될 것 또한 분명하다. 

 

 

한국에서 정부의 직접적 통제와 보호 아래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과 해외에서 생활하는 재외국민에 대해 배려되는 기준이 똑같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의 손길이 태국 땅에서는 전무하며 일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뒤늦게나마 얼마 전에는 대사관에서 홈페이지에 공지해주던 현지언론 번역 요약문 외에 별도로 코로나 확진자 발생 관련시 대사관으로 알려서 조력을 받으라는 공지문이 떴다.

 

한인회에서는 그간 일정부분 긴급 구호품 나누기 행사도 열었으며, 일각에서 공평성 논란과 극히 제한된 소수에 대한 이벤트라는 비판이 일긴 했으나 소량이나마 한인 대상 백신접종 접수도 있었다.


■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일 수 없는 삼자관계→대사관-교민-현지 한인단체

 

그렇지만 이런 일련의 대사관과 한인회 측의 코로나 시국관련한 움직임이 현 상황 관련해서 적절한 수준의 조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척 드문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현지 교민들과 양자간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그저 너무 멀지도 가깝지 않게 지내는 것이 잡음방지 차원에서 최고라는 뜻)'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해서 앞뒤 안맞는 원색적 힐난으로 일관하는 교민층의 언사가 있다면 그 또한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 할 것이다.

 

이유고하간에 어려운 현실 하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믿고 돕는 또 하나의 대한민국'이 바다 건너 태국 땅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기보다는 재외공관과 한인회 그리고 재태한인 사이에 일정 부분 반목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으로서 갖는 작금의 솔직한 소회다.

 

'양자간에 서로 해주는 것이 별로 없으니 서로 바랄 것도 있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마저 떠도는 모습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경우일수록 무작정 묻지마 상호비난은 금물이다. 그런 행위는 사기만 꺾을 것이고 득될 것이 없음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분명히 짚어 두어야 할 관점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서로간 해야 할 의무에 대해 상대방이 인정할 정도의 노력은 해내야 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대사관은 대사관대로, 한인회는 한인회대로 또한 교민들은 교민들대로 이 점에 대해 냉철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재외국민 긴급 재난지원 조치 마련 시급

 

먼저, 제대로 된 재태교민 현황 업데이트를 통한 공식적인 긴급구호 대상자 리스트업과 그에 대한조사관리가 시급하다. 대사관과 한인회가 협조하고 손이 부족할 경우 재태 한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상당 부분 세계에서 사회복지에 앞선 나라에 들기 시작했고, 각종 해외구난 사업에도 자금과 물자 그리고 인력을 파견하는 수준에 이른 본국 정부에 자문을 구해 구난해야 할 대상 기준 설정요령을 익혀 리스트업할 필요성도 있다.

 

전체 교민 모 집단 선정 자체가 불명확한 상태라면 선거 때마다 그렇게도 신청해달라고 정부에서 읍소하는 재외국민 선거권자 리스트를 기본으로 삼아 일정기간 동안 코로나사태 긴급연락망 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추가 등록을 받은 후 업데이트 해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준비된 재태 재외국민 등록자를 모집단으로 긴급구난이 필요한 사람, 필수적인 구호 품목, 지원 주기 그리고 자원봉사자 근무조 명단 등 세부항목을 정리한 후 필요한 재원에 대해 본국 정부의 유관부서에 다소간의 예산책정 요청도 한번 시도해 봄직하다. 

 

설령 지원 받는 것이 불가할 경우나 부족 시에는 대사관 또는 한인회에서 재태 한인 전체에 대한 공개적인 모금과 진출기업들의 공식적인 후원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때일수록 모든 것을 공식적으로 공개 발의 및 집행하여 당해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기업홍보 활동비용이 책정되게 배려해주는 작업 또한 더 큰 서로돕기를 위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일정 부분 비즈니스 마인드를 감안한 민-관 협업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더 큰 도움주기 판으로 키워낼 수도 있다고 본다. 불필요한 잡음 발생 방지를 위해 최대한 공개적인 집행과 사후 결과 보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선의의 취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함과 동시에 교섭하면 도움의 손을 내밀 기업이나 단체 등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 본다.

 

이 과정에서 누구누구 또는 어느 회사가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다”라는 등의 힐난하는 것 또한 금물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무언가를 준 대가를 받으려는 사람들 심정을 탓하기 보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큰 떡을 얻어낼지에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그 재원이 나랏돈 또는 기업돈이거나 개인 돈이라 해도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숟가락으로 한 그릇 밥을 만듦)' 돕자는 목적으로 추렴되는 성금 성격의 재원이 공정하게 집행되는 바에야 문제될 것이 없다.

 

구난 작업을 굳이 먹거리만으로 집약시켜 요식업소 주인들 또는 일부 단체의 갹출된 구호품만으로 이어갈 필요성도 없다. 구호 금품을 모금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계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국의 서울시나 경기도처럼 구호금을 걷어 상품권을 만들어 한인타운 내의 상점에서 통용케 하는 방법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상부상조' 의지를 구현해 나갈 재원 마련을 위해 일반 교민 전체에 대한 대대적 모금도 필요하다. 본국에서 시행되곤 하는 십시일반 이재민 돕기 운동을 한인 언론매체에서 앞장서 시행해보는 것도 권장될 수 있는 부분이다.

 

요는 정확한 취지를 설파하고 투명성있는 시행 후 결과 공개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긴급 재난구호 활동을 확대시켜 나간다면 도움줄 사람들은 다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 향약과 두레 그리고 울력의 전통으로 다져진 민족 아니던가 말이다. 다만, 이런 작업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갈 구심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태국의 한인사회에는 그런 구심점 형성이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애프터코로나 시대 위해 재외국민 긴급재난구호에 공감대 형성에 총력을 경주해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무섭고 끔찍한 환경에서 조차 민·관 단체와 교민이 서로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로 본다든지, 소위 “끼리끼리 사회”만을 더욱 심화시켜 나간다면 앞으로 이곳으로 진출해 대한민국 해외진출의 구동축 역할을 해나갈 젊은이들이 무얼 보고 배울는지에 대한 우려 마저 커지는 요즘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우리 전래의 속담이 있다.  이 말처럼 이 전쟁의 참화보다 더 지독한 것 같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진정성 있는 재난구호 활동이 실행되는 구심체를 대사관과 한인회가 만들자. 

 

그리고 그 실행 단계에서 재태 교민 상호 간 힘을 모아 극복한 후, 다가 올 애프터 코로나19 시대를 반갑게 맞이할 시기가 성큼 달려오면 좋겠다.

 

전창관은?

20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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