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Vientiane)은 라오스의 수도다. 라오어로 ‘비앙(vieng)’은 도시를 의미하며, ‘티안(tiane)’은 달을 가리킨다. 즉 비엔티안은 '달의 도시'라는 뜻이다.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다. 대신 티벳에서 발원해 미얀마-태국을 거쳐 캄보디아-베트남으로 흐르는 2700km의 메콩강(약 4909km)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다. 이 강은 세계에서 10번째로 길다.

 

이 메콩강의 영향으로 비엔티안은 도시 면적의 약 47%가 강, 늪지, 범람원 등으로 구성된다. 인구 93만 명으로 동남아서 가장 조용한 수도답게 높은 빌딩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메콩강가에 가면 활기가 살아났다.

 

비엔티안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빠뚜싸이(Patouxay) 전망대에서 대통령궁으로 이어지는 타논 란쌍의 직선 도로다. 빠뚜싸이와 메콩 강변 야시장을 둘러보았다.

 

 

■ 프랑스 독립 기념 건설 ‘빠뚜싸이’, 파리 개선문 본딴 ‘아이러니’

 

라오스에서 비엔티안과 자주 비교되는 도시가 북부의 옛 수도 루앙프라방이다. 13세기 통일국가 북부의 란쌍 왕국의 수도로 라오스의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문화도시다. 

 

비엔티안은 16세기부터 수도였지만 프랑스로부터 독립 후에야 수도로서 성장하고 현대화된 도시다. 이 도시는 워낙 작아서 상징물이 모여 있는 타논 란쌍(란쌍 거리)의 직선 도로를 통과하면 다 본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이 도로의 중심에 있는 것이 ‘승리의 문’으로 불리는 ‘빠뚜싸이’다. 1969년 프랑스와의 독립 전쟁시 사망자를 기리기 위해 건설했다.

 

 

아이러니하게 이 건물은 미국이 활주로 건설 위해 지원받은 시멘트로 지어졌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것을 기념한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땄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배신감’, 프랑스는 ‘미소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빠뚜싸이 앞에는 큰 분수대가 있고, 문 아래서 올려보니 천장에 힌두신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비엔티안 중심지인 빠뚜싸이 전망대에 서면 시내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고 한다. 비엔티안 중심도로로 대통령궁으로 이어지는 타논 란쌍의 직선 도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층 전망대는 폐쇄되어 있어 너무 아쉬웠다.

 

■ 메콩 강변 ‘여행자 거리’에는 매일 야시장...입구에는 한국건설사 기념비 눈길

 

메콩 강변에 가까운 비엔티안 거리는 여행자 거리로 불린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유럽식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일 저녁 열리는 야시장이 열린다.

 

 

태국과 국경을 이루는 메콩 강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에 짜오 아누윙 공원(쑤언 짜오 아누윙)이 있다. 짜오 아누윙은 라오스의 전쟁 영웅으로 메콩 강변에 그의 동상이 있다.

 

저녁을 먹고 야시장을 돌았다. 구찌 같은 명품 짝퉁가게들이 많았다. 라오스 전통 공예품을 빼면 쉬이 손이 안 갔다. 전자제품은 중국산이고, 대부분 물건들은 태국에서 들어온 것들이었다. 야시장 물건보다 노점에 있는 생과일주스에 유혹당했다. 그렇다. 망고는 매일매일 먹어도 너무 맛있다.

 

야시장 입구서 한국과 라오스 국기가 새겨진 메콩강 정비사업 기념 간판을 발견했다. 반갑고 기뻤다. 2008년 홍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라오스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메콩강변을 깔끔하게 정비했다.

 

 

한국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금으로 3700만 달러(약 491억 3600만 원)를 지원했다. 정비를 맡은 회사가 흥화건설, 2014년 1차로 완성되었고 이제 포스코가 맡은 2차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이 쌓아준 10km 길이의 제방은 우기 때마다 수도 비엔티안 도시를 마비시킨 반복적인 홍수과 메콩강의 범람을 막아주고 삶을 윤택해주고 있다. 한강 고수부지처럼 시민들에게 놀이공간과 쉼터를 주고 관광객을 부르는 야시장이 되었다. 나도 덩달아 기뻤다. 

 

■ 메콩강 건너가 불빛 속 태국이라니...여기가 국경이라니...

 

“메콩강 야시장에서 강 건너 보이는 불빛은 태국이라니...여기가 국경이라니...”

 

같이 걸었던 동행이 외쳤다. 섬나라 같은 한국에서는 휴전선 이외 맞대는 국경이 없다. 이런 풍경은 늘 신기하다. 20여년 전 백두산 가는 길에서 만난 도문(두만강) 다리 앞에서 건너편 북한 땅을 볼 때도 그랬다.

 

 

 

1994년 4월 8일 비엔티안-농카이까지 1170m의 ‘제1 라오스-태국 우정의 다리(First Lao-Thai Friendship Bridge)’가 호주의 지원으로 개통되었다. 이는 대륙국가 라오스를 외부로 연결한 최초의 기념비적 다리였다. 당시 라오스는 ‘갇힌’ 나라로 태국으로 육로나 국제 사회로 관문이 없었다.

 

우정의 다리가 완공됨에 따라 라오스도 빠르게 변할 계기를 맞았다. 이제 비엔티안에서 우정의 다리를 건너면, 불과 30분만 가면 태국 국경을 넘을 수 있다. 이후 태국을 통하는 4개의 다른 다리도 건설되었다.

 

어쩌면 지금 야시장에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태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라오스의 최대 교역국은 태국이기 때문이다. 모두 '우정의 다리' 때문일 것이다. 가이드는 “비엔티안에서 버스를 타면 태국 오돈타니까지 2시간이 걸린다. 거기서 방콕행 비행기를 타면 3만 원대로 갈 수 있다”고 꿀팁을 전해주었다.

 

 

라오스에 거주하며 장기비자가 없는 한국인은 단기비자가 만료되는 이 우정의 다리를 건너갔다 오면 연장이 가능하다. 우정의 다리를 건너 태국을 다녀오는데는 1시간이면 족하다.

 

■ 태국-중국 경제력 영향 가속도...비엔티안 등록 교민은 1000명

 

라오스 경제는 태국뿐이 아니라 중국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라오스는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다. 가령 비엔티안 중심에서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와타이 국제공항(Wattay International Airport)은 작고 오래된 국내선 청사와 새롭게 지어진 국제선 청사 앞에도 일본이 무상으로 건설해준 기념비가 있다.

 

최근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정책의 영향이 받아 중국의 ‘경제 속국’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가 진행 중이다. 

 

라오스의 경우 북쪽 중국 국경부터 비엔티안까지 422.4km 건설된 고속철도 건설(2021년 12월 2일 개통), 라오스 최초 고속도로인 비엔티안-방비엥 고속도로(2020년 12월 개통) 건설, 시멘트 공장 등 기반 시설을 중국으로부터 무상 제공받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등의 경제 침체로 중국의 투자에 대한 보상이 늦어져 채무가 눈덩어리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  이를 돈 대신 도로나 땅 등 현물로  대체하면서 전반적으로 중국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인으로 그래도 위안이 있는 것이 있었다. 라오스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거의 일본 차였지만 그래도 기아와 현대 브랜드의 신차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버스의 경우 95%는 한국차였다. 한국에서 수명이 다한 차들을 수입해 재활용하는데 한글은 그대로 놓아두었다. 그것이 '멋'이고 자랑이라고 한다.  블랙핑크 등 한류 바람도 불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라오스가 1995년 재 수교 이후 28주년이다.  라오스에는 코로나19 이전까지 30여개 한국 기업과 3000여명의 교민이 있었다. 관광객도 2019년 2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팬데믹 영향으로 규모와 숫자가 줄어 현재 등록된 교민은 1200명이 등록되어 있고, 그 중이 1000명이 비엔티안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