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태국 정치, 권위주의-이슬람-MZ세대라는 키워드

  • 등록 2023.08.28 07: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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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학회 학술대회, 고려대아세안센터 ‘동남아시아 정치현안’ 발표

 

“동남아시아서는 여전히 권위주의가 대세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전북대 인문사회관서 열린 25일 동남아학회학술대회(8월 25~26일) 고려대 아세안센터 패널에서는 서정인(고려대) 전 주아세안대사 사회로 ‘동남아시아 정치현안’을 발표했다.

 

신재혁, 한준영(고려대)는 ‘두려움과 권위주의에 대한지지: 인도네시아 실험연구’, 길정아(고려대) 박정훈(서강대)은 ‘이슬람주의와 민주적 지지의 다차원성: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 이정우 길영아는 ‘태국의 세대 정치: 2030 세대의 미래전진당’을 다뤘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2023년 7월 현재 11개국 가운데 4개국인 동티모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만 민주주의로 분류된다. 나머지 일곱 개국은 민주주의 후퇴로 본다. 직접 선거, 복수 정당, 야당 허용 등이 기준이다. 

 

중산층과 자본가가 성장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면 민주주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 근대화이론이다. 왜 2022년 1인당 국민총생산(GDP) 4788달러-4164달러 비슷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로 갈릴까? 왜 근대화이론은 동남아에서 적용하기 어려울까?

 

■ 싱가포르는 경제수준이 높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다? 왜

 

신재혁 정치학과 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장)는 ‘두려움과 권위주의에 대한 지지: 인도네시아 실험연구’ 발표에서 “인도네시아-베트남처럼 근대화 이론은 동남아에서 적용하기 힘들다. 경제 수준이 동남아에서 최고이지만 싱가포르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홉스의 ‘리바이어던’ 주장처럼 죄수의 딜레마에 싸여있다. 배반이 협조보다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가령 대규모 폭력이나 전염병으로 인한 자신의 생명이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강한 사람이 권위주의를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러로 인한 사망자에 대한 기사를 접한 사람, 종족간 폭력적 갈등이나 테러를 겪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권위주의가 굳건하게 유지되거나 민주주의 후퇴가 목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 교수는 "싱가포르처럼 고도로 발전한 국가에서도 과거 극심했던 중국계와 말레이계와의 폭력적 갈등이 오늘날까지 권위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테러-전염병 사망자 기사를 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권위주의적 가치체계에 지지가 더 강한 경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분석은 인도네시아 온라인 설문조사 회사 퀼트릭스를 통해 1921~2001년 출생한 1640명이 분석에 활용되었다"고 설명했다. 

 

길정아-박정훈은 ‘이슬람주의와 민주적 지지의 다차원성: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87%인 2억 3000만 명이 무슬림인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다.

 

길정아는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주의와 민주주의가 양립하는 바람직한 희귀한 사례다. 이슬람이 포용적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최근 질적 하락을 하고 있다. 이슬람주의를 동원해 저하하고 역행하는 조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질적 수준이 정체 혹은 퇴보 상태로 접어들면서 그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들이 활발하다. 그 중의 하나가 인도네시아 무슬림 사회의 보수화가 지적된다. 율법 샤리아(sharia)에 바탕을 둔 국가건설을 목표로 하는 단체들이 활성화되었고, 정치엘리트들이 자기 지지기반을 높이는데 이 이슬람단체들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황이 변하면서 이슬람을 정치, 경제, 사회적 행위를 규율하는 이념적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적 이슬람’ 사조가 등장했다.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코위에게 패한 쁘라보워 후보가 이슬람 세력과 함께 대규모 장외 반대집회를 선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조코위 대통령은 쁘라보워를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길정아는 “이슬람주의의 강화가 민주주의적 선호를 저해한다는 평가와 이슬람주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인다는 상반된 평가가 대립하고 있다”로 소개했다. 

 

고려대 아세안센터는 인도네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총 표본은 2445명이다. 

 

이 연구는 “하지만 강화되는 이슬람주의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민주주의 선호가 더 높았다. 이슬람주의적 태도가 체제로서의 민주주의가 양립불가능한 것이 아닐 가능성을 나타냈다”고 결론을 제시했다.

 

■ 26세 이하 태국 청년들에게 ‘미래전진당은 무엇일까?’

 

2019년과 2023년 태국 총선은 'Z세대와 밀레니엄세대 반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정우(고려대 정치과 박사과정)는 ‘태국의 세대 정치: 2030 세대의 미래전진당’을 분석해 발표했다. 2019년 총선은 여러 차례 미뤄지면서 투표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26세 이하 태국 청년들에게 미래전진당은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다. 핵심은 ‘표현의 자유’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역대 태국 선거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인 레드셔츠(Red Shirts)와 군부 반탁신 세력 옐로셔츠(Yellow Shirts)의 대결이었다. 탁신계 지지자는 농민과 도시빈민이 대다수다. 그 사이 옐로와 레드가 합쳐진 '오렌지' 컬러의 젊은 유권자가 지지하는 미래전진당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20, 30대들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해주면 군부도 민주주의로 인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왕실모독법' 등 표현의 자유 등에 민감해졌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면서 군부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전진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미래전진당이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매력적인 공약을 내세운 것이 통했다. 왕실모독죄를 이용한 군부의 탄압이 젊은 20, 30대에게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선거 전략도 젊은이의 표심을 자극했다. 미래전진당은 비례투표에 집중했다.

 

선거에서는 1963년 이전 출생세대는 미래전진당을 유의미있게 지지하지 않았다. 대신 1981년생 이후 세대는 군부집권당 팔랑 쁘라짜랏당에 투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미래전진당에 투표했다. 2020년 이후 반군부 시위를 주도하는 1996년 이후 출생 Z세대는 심지어 탁신계 프어타이당에도 지지하지 않았다.

 

물론 이번 발표는 올해 4월 하버드 출신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42) 대표를 내세워 '오렌지 돌풍'으로 제1당에 오른 미래전진당 후속 전진당(MFP) 선거결과는 반영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고려대 아세안센터 발표장에는 현대차 정몽구재단과 운영 주체인 (Korea University ASEAN Center, KUAC)의 ‘CMK 아세안 스쿨 1기’ 8명이 참관했다.

 

개막식 등을  포함한 2023한국동남학회 학술대회를 참관한 학생은 최수빈(한국외대), 정예진(고려대), 박한솔(부산외대), 박성수(한국외대), 강민주(고려대), 이혜란(한국외대), 구하린(전북대), 백승연(한국외대)이었다.(사진 왼쪽 상단끝부터)

전주=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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