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홍수와 폭염 등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손실액과 인명 피해 규모를 산정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NGO인 크리스찬 에이드(Christian Aid)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기후회담(COP28) 이후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보험에 가입한 손실액만으로도 최소 401억 달러(약56조원)가 넘는다.
또한 올해 기후변화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4차례의 기상 이변으로 2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보고서는 기후와 관련된 많은 사건이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했으며 그 중 보험이 있는 국가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5월 24일 파푸아뉴기니 엥거 지역을 강타한 산사태로 2000명 이상이 잔해 속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크리스찬 에이드 집계에는 빠져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4월과 5월에 발생한 홍수로 최소 169명이 사망하고 최소 70억 달러(약9조6천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 오만 UAE에서는 폭우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UAE에서만 최소 214명이 사망하고 8억5000만 달러(약1조1600억원)의 보험 피해를 입었다.
서부, 남부, 동남아시아에서 폭염이 동시에 발생했으나 피해 규모는 정확하지 않다. 미얀마에서만 1500명 이상이 사망했으나 이 또한 과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누슈라트 차우두리(Nushrat Chowdhury) 크리스찬 에이드 방글라데시 기후 고문은 지난주 방글라데시에서 사이클론 레말(Remal)로 사람이 죽고 15만채 이상의 주택이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고 말했다.
동아프리카는 사이클론으로 인한 홍수로 559명이 사망했다.
나이로비에 소재한 에너지 및 기후 싱크탱크 파워시프트 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애도우(Mohamed Adow) 이사는 케냐에서 입은 피해의 부당함을 전했다.
“이미 아프리카는 올해 끔찍한 홍수와 산사태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이 이주하는 등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케냐에서만 1만2000마리의 가축이 죽고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농작물이 파괴되었습니다. 기후위기의 부당함을 보여줄 뿐입니다. 케냐는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으며 이미 전력의 90% 이상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기후변화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북반구가 기후 재정과 손실 및 피해 기금을 동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돈이 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습니다.”
마리아나 파올리(Mariana Paoli) 크리스찬 에이드 글로벌 옹호 책임자는 “화석 연료를 불 속에 던지고 있는 동안에는 기후 위기로 인한 화상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라며, “기후 위기를 초래한 데 큰 책임이 있는 부유한 국가들이 기후 자금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들에게 빚진 역사적 부채를 탕감하고, 대신 그 돈이 기후 불평등을 개선하고 모든 사람들이 기후 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선진국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약137조원)의 기후 금융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올해초 인도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간 최소 1조 달러(약1370조원)의 기후 기금이 필요하다며, 선진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인도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차기 기후 정상회의인 COP29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