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나라 태국, 경제대국 되려면 정치 안정이 우선이다

2024.06.17 08:23:29

Land of Smiles… Forced Smile… No more unforced error

 

태국은 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기존 기준금리 2.5%를 유지한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경제 상황에 적합하다”고 태국은행(BOT)은 성명을 냈다. BOT 결정은 정부 시각과 배치된다. 세타 타위신 총리는 전날에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가 내려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 지표의 심각성과 금리인하로 얻는 국민들의 이익을 얘기했다. 현재의 저물가 상황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인하는 이자지출 비용을 낮춘다. 가계 소비는 늘어나고 지역 상권은 활성화된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자금이 돌아 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고, 이는 기업의 재투자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 국가도 있다. 태국이다.

 

태국의 제조업과 수출부문 경쟁력은 약화되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투자가 밀려들었다. 국민들은 갑작스런 풍요의 늪에 빠졌다. 농업국에서 제조업으로의 변신은 실패했다. 태국은 비만해졌다. 산업주권은 외국자본에게 넘어갔다. 풍요로움은 1990년대 전반까지 이어졌다. 이후 중국시장이, 이어서 베트남시장이 싼 노동력을 앞세워 급부상했다. 외국자본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풍요의 늪에 빠져 있던 태국은 길을 잃었다.

 

 

태국은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쌀 생산도 20년 넘게 정체되었다. 첨단기술이나 자체 브랜드 생산은 생각할 수도 없다. 경쟁력 없이 침체된 경제는 높은 가계부채를 유발했다. 인구는 고령화되어 노동력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감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잦은 정권교체는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이 무효화 내지 변경되는 경우 투자자들은 눈을 돌린다. 거기에 부패와 복잡한 행정절차는 외국자본들로 하여금 태국으로의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정책 투명성이 제고되고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외국자본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태국 왕실 또한 정책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 다른 입헌 군주국들과 달리 태국 왕실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현재의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왕실 재산과 군사부대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로 왕실의 사업 이해관계가 개혁에 대한 충돌을 초래한다. 혁신과 변혁의 걸림돌이다. 금융 및 산업 구조 개편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군부 및 보수적 왕실 지지자들은 기존 권력 구조에서 이익을 얻는다. 개혁은 몰락을 의미한다. 레세 마제스테(왕실 모독죄)법은 엄격하다. 모든 개혁 요구를 억압하는 수단이다. 군부는 국가와 종교 그리고 국왕을 지키는 보루를 자처한다. 군부에 대한 반대는 국가와 종교에 대한 반대이며 국왕을 모독하는 일이다. 탁신 전 총리는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고, 태국 제1당이자 제1야당인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계획으로 해산 위기에 몰렸다. 실질적인 개혁에 한계가 되는 이유이다.

 

왕실 자산은 4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군과 관료는 왕실과의 연계를 통해 권력을 강화한다. 정부계약이나 특혜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 55개의 국영기업은 에너지, 통신, 교통, 금융 분야를 망라한다. 국영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개혁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국영기업들은 정부의 지원과 보호를 받는다. 민간 부문과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은 나올 틈이 없다. 군부와 왕실지지 세력이 그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다. 혁신과 경쟁을 통해 시장을 주도한다. 하지만 이들의 영역은 식품, 음료 및 유통, 그리고 시멘트와 건설자재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전자와 제조 및 과학기술과 전기차 산업 등 정책과 관련된 분야의 산업은 여전히 공공부분에 걸쳐 있다.

 

 

미소의 나라(Land of smiles) 태국이 억지 미소(Forced smiles)가 되어가고 있지만 기회는 아직 있다.

 

미중관계 악화로 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화의 대안으로 동남아시아를 택하고 있다.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 불릴 정도로 자동차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태국은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들의 좋은 투자처다. ‘전기차 허브’의 전략이 실현되면 로봇 및 자동화 산업 등 연관 산업으로 파생되는 효과가 커진다.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을 혁신하고 민간기업을 육성한다면 홍콩을 제외한 아시아의 세 마리 용에 버금가는 성장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 경제대국을 향한 절호의 기회를 정치 불확실성이라는 언포스트 에러(Unforecd Error)로 놓칠 수 없진 않은가.

 

조성진 기자 genequal@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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