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을 신청하기 전까지 단기 차입성 외상 결제를 늘리며 유동성 위기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화전단채(ABSTB) 발행을 통해 미뤄온 물품대금이 2년 새 2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외상경영’이 결국 회생절차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월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현재 회생에 돌입하면서 미상환된 ABSTB 잔액은 4,019억 2,000만 원이다.
약 2년 전인 2023년 2월 말 기준 이 잔액은 2,012억 2,000만 원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 2024년 2월 말엔 3,036억 1,000만 원으로 늘어났고 최근까지 증가세가 이어졌다.
유동화전단채는 외상 거래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단기 차입 수단이다.
홈플러스는 이 채권을 발행해 납품업체들에 현금을 먼저 지급하고 실제 대금은 통상 3개월 이후에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이런 경영방식은 홈플러스가 납품대금 결제를 외상으로 3개월씩 계속 미뤄온 것으로, 홈플러스의 회사 유동성 압박이 늘어난 것이 최근 2년 간 외상이 2배가 늘어난 것으로 증명됐다.
기존 홈플러스의 유동화전단채 신용등급은 A3로,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최근 A3-로 한 단계 떨어지며 시장 조달 여건이 더 악화됐다.
만약 여기서 한 단계 더 떨어져 B로 넘어갔다면 투기 요소가 있는 채권으로 취급된다.
일각에서는 A3-로 등급이 강등된 걸 기점으로 홈플러스가 곧바로 회생절차를 택한 것이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다.
신용등급 외에도 유동화전단채 수요를 좌우하는 변수는 많지만 시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회생절차로 직행한 점이 문제로 볼 여지도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인정)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3월 12일 이후 두 번째 긴급 기자회견이다.
이날 비대위는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전 비상경영을 해서라도 갚으려는 노력을 보여야 했는데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홈플러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사재를 털어서라도 전단채를 매입한 모든 피해자에게 피해액 전액을 즉각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 인지하고도 ABSTB 발행을 강행했다고도 주장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가 전단채 신용등급이 하락한 지난달 25일 이전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전단채 발행을 방조하고 25일 820억원의 발행자금이 카드사를 통해 모집되도록 공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