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창관의 태국이야기1] ‘어메이징 타일랜드’의 코로나 진실 공방론

현지서 본 논란 돌아보기, 아니 땐 굴뚝에 연기냐, 지나친 시기 섞인 기우냐?

 

아세안익스프레스는 7월 동남아의 관문 국가 태국 방콕에서 생생한 현지소식을 전해줄 전창관 기자의 태국세설(泰國世說)을 담은 칼럼 '전창관의 태국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랜 태국 학습을 통한 글쓰기에서 배어나오는웅숭깊은 칼럼을 기대해주세요. [편집자 주]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태국이 한 달 넘게 지역 내 코로나 감염 제로(0) 기록을 이어나가는 와중에 인접국 미얀마의 한 매체(Myanma Times)가 지난 6월 29일자 보도를 통해 “태국에서 온 미얀마인들이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였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태국 정부 코로나 19 상황관리센터의 ‘7월 1일자 기준 37일째 지역 내 감염자 제로 기록’ 공식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인 바 세간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전통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태국-미얀마 논쟁 ‘아니 땐 굴뚝 연기론(?)’ 연상

 

태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번 논란의 당사자들은 태국 내 장기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하던 미얀마인들이다.

 

귀국 항공로가 불통인 상황에서 육로를 통해 미얀마로 귀환코자 비정상 루트를 통해 태국 남부 송클라 지역을 경유 중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북부 딱(Tak) 지방 국경지대를 통해 강제 추방된 외래 입경자들이었던 바 태국 내 구금시설에 억류되었다.

 

이때 이미 취해진 14일 격리조치 검사과정에서 확진자로 확인되어 치료 및 음성 판정받고 출국시켰던 사람들이라는 것. 당해인들은 이미 기 공지된 외래 입국 확진자 수치에 산입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양국 관계가 그다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심각한 이견 대립이다. 일종의 '아니 땐 굴뚝 연기론(?)'을 연상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태국이 코로나 사태를 선방하고 있다는 통계수치에 대해서는 발생 초기 국면시 태국 내 거주 외국인과 한인 재외국민들 사이뿐 아니라 태국인들조차도 많은 의구심이 일었다.

 

 

■ 세계 보건안전지수 6위 “태국이 코로나 사태를 선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음의 몇 가지 이유와 경과를 거쳐 지금은 태국 내부적으로 현행 코로나 통계수치 발표에 신뢰성이 크게 더해진 상태다. 맹목적 애국주의나 태국 정부의 인위적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수치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전체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것이다.

 

첫째, 정량적으로 볼 때 태국은 ‘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국별 질병예방 대응능력지수 측정을 위해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 보건안전지수(Global Health Security Index) 6위 국가다.

 

‘보건의료 분야 국제표준의 준수를 위한 재정적 지원’과 ‘의료보건 역량 향상과 관련된 국가적 기간망 구축’을 위해 국가적 의료 시스템을 병원 수, 지역별 보건지소 분포, 의료 인력의 수와 배치 등으로 평가하는 지수에서 세계 6위라는 괄목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한국이 9위이고 중국이 51위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자타가 공인할 만한 괄목할 의료보건 지수 달성 국이다.

 

■ 무료 가까운 ‘건강의료보험 강국’... 외국인이 봐도 감염자 숨기는 것은 불가능

 

둘째, 정성적인 측면에서 봐도 현지에 사는 외국인이라는 제삼자 관찰자 입장의 시각에 비친 실제적 상황을 거론할 수 있다.

 

만일, 코로나 사태 초기에 나돌던 이야기처럼 태국 정부가 감염자를 숨기거나 진단검사를 고의적으로 기피하고 있다면 지금쯤 코로나 치료가 가능한 태국의 각급 대형병원 응급실과 입원실은 잠복기 14일을 지나 발병한 사람들로 넘쳐나야 한다.

 

그런데 현황은 전혀 그렇지 않고 평온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두리뭉실 싸잡아 무증상자여서 그렇다기에는 논리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셋째, 태국은 아세안 국가 내에서도 보기 드문 의료보험 강국이다. 노동부에 등록된 직장이 있는 급여소득자는 누구나 ‘쁘라깐쌍콤(Social Security)’이라는 사회보장제도에 의무적으로 가입되어 건강의료보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수급대상 질환에 대한 지정병원 치료비의 환자 부담은 거의 무료에 가깝다.

 

이 사회보장제도에 가입되어있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 등도 본인이 신청만 하면 국가에서 발급하는 소위 ‘밧텅(Gold Card)’을 발급받을 수 있다. 치료 건당 30밧(한화 1000원 상당)만 지불하면 된다. 요는 전 국민을 아우르는 의료보장제도하의 지정 의료기관이 코로나 발병 시 무상으로 치료해 준다.

 

넷째, 발병자 아닌 진단검사 단계의 경우도, 의사가 코로나 19 증상으로 의심된 환자 및 외국인과 함께 근무하는 직장인이 코로나 진단검사를 응할 시는 피검사자 비용 지출 없이 무료 검사를 시행하기에 항간에 알려졌던 코로나 19 진단검사 커버리지 취약설은 설득력이 없다고 보아진다.

 

■ 태국 국민 마스크 착용률 100%, “마이 롭 꾸언 문화” 사회적 공감대

 

다섯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태국민들의 기저에 깔려 있는 방역에 대한 사회문화적 공감대다. 태국 국민의 100%에 가까운 마스크 착용률과 도심의 공공장소는 물론, 개인회사에까지 빠짐없이 비치되었던 소독제 사용이 그것인데 이는 자발적 부분과 비자발적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자발적 부분 :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이 롭 꾸언( ไม่รบกวน-폐를 끼치지 않기) &끄랭짜이(เกรงใจ-거리끼다) 문화’가 그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복을 짓고 선량한 것이라는 태국의 소승 불교문화적 정서가 그것이다. 이 두 단어는 태국인들의 상시적 언어습관에 잘 드러나 있다.

 

 

② 비자발적 부분 : 민주적 정치제도하의 입헌군주제이긴 하나 오랜 세월의 왕정국가라는 전통적 통치체제에 따른 상명하복 통치 관행이 가져다주는 질서유지 효율성 및 국민들의 방역 관련한 제반 규제조치에 대한 지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군부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음에 따른 군사정부의 과감한 행정 집행력으로 인해 통행금지나 부문별 영업정지 그리고 국경 봉쇄 등의 방역과 관련된 제반 조치가 다각적이고도 긴밀히 취해졌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방역을 위한 조치를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군사정부의 국민 기본권 제한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으로 받아들여져 너무도 지당한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환경이 그것이다.

 

물론 위에 열거한 제반 사항들 외에 태국이라는 나라가 ‘부와 권력의 편중 및 승계로 인한 일종의 닫힌 나라’라는 사회 발전단계의 한 기로에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 1인당 국민소득 7000달러 국가와 코로나 방역마스크 쓰기 1등 국가

 

태국 속담에 ‘이은 두어이 람캥 컹 뚜어엥’(ยืนด้วยลำแข้งของตัวเอง-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서양 속담의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라는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하는 말과 얼핏 비슷한 말 같이 들린다.

 

하지만, 실은 ‘자신의 앞가름은 자신이 해나가야 생존할 수 있다’는 불안정한 사회구조 속 세인들의 걱정어린 편린이 ‘중의’ 되어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제반 정치, 사회문화적 여건들이 반영되어 최소한 ‘코로나 방역마스크 쓰기 1등 국가’의 기반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개방과 개혁을 선도했던 덩샤오핑이 주창했던 흑묘백묘(黑猫白猫) 론도 결국은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관점이다.

 

기상천외한 미증유의 코로나 19 사태에 맞서 1인당 국민소득 7000달러(약 840만 7000원)에 머물러 있는 소위 개발도상국 태국이 취할 수 있는 행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 범국민 운동과 정부의 방역통제를 잘 준수해 결과적으로 확진자 및 사망자 수에 있어 선진국을 앞서가는 행보를 만들어 낸 태국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태국, 아세안 국가 내 최저 경제성장률 –8.1%...이 달초부터 개학과 유흥업소 오픈

 

반면, ‘관광업과 경공업제품 수출 비중’이 국민총생산(GDP)의 과반을 넘어서는 태국으로서는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취해진 공항을 포함한 국경 봉쇄와 통행금지 그리고 생산 및 서비스 현장의 조업 중단이 가져다준 타격이 실로 엄중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태국 중앙은행이 1/4분기에 발표했던 아세안 국가 내 최저 경제성장률 -5.3%을 지난달 말에 이르러 다시금 -8.1%로 하향 전망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안으로 실업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태국 유력지들의 보도까지 잇따르고 있다.

 

태국민들이 허리끈 조여매고 무급휴가에 유급 정직 등 각고의 노력으로 간신히 버텨내 온 2020년 2/4분기였다. 이제 태국 정부가 5차에 걸쳐 살얼음판 걷듯이 하나씩 해금 조치에 돌입한 각종 코로나 사태 관련한 규제조치들이 이 달초부터 실시된 학교 개학과 유흥업소 오픈으로 드디어 시금석 도마에 올랐다.

 

그야말로 일반 요식업소와 각급 학교는 물론 클럽과 바까지 모두 오픈된 데다가 주말이면 쇼핑센터와 마트가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사립학교-국제학교-교육기관 등은 6월 15일부터 등교가 가능하다. 방콕 시내 437개 태국 학교들은 7월 1일부로 일괄 개학했다.

 

사실 제아무리 태국이 방역 모범을 유지해 나가도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 풀려나가지 않으면 산업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태국이 ‘독야청청(獨也靑靑)’ 코로나 청정국가 현황을 유지해 나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태국 경제 회생 가능성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 위축된 경제회복, 또 다른 진실한 ‘어메이징 타일랜드!’를 보고 싶다

 

태국이 걸을 수 있는 길은 둘 중에 하나로 보인다. 이번 제5차 코로나 관련 규제 해금 조치에도 불구하고 태국민들이 그간 보여 온 방역조치와 관련된 정치, 사회문화적 연계고리가 잘 유지 및 발전되어 통제 가능한 방역 청정국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연내에 국가적 산업 및 관광 인프라 개방 유예기간을 갖는 동안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해제되고 외국인 관광객과 사업가들의 원활한 입국이 주의를 기울이면서 진행되며 위축된 경제를 회복시켜 나가는 경우다.

 

그리고, 이번 제5차 코로나 규제 해금 조치 시점 내지는 추후 팬데믹 현상이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더 어려워진 경제상황 돌파구가 필요해진 태국 정부가 무리한 자충수적 재개방을 만부득 추진해 다시금 코로나 사태 확산을 맞을 개연성을 우려치 않을 수만도 없다.

 

또 다른 상황은, 지금 같은 온갖 코로나 확산 규제가 지속적으로 시행되면서 경제회복 속도가 탄력을 잃어 향후 수년간 온 국민이 허리끈을 졸라매고 살아도 무척이나 어려운 지경에 놓이는 경우이다.

 

태국과 태국민들이 ‘지혜 섞인 베리 타이(Very Thai)적 현명함’을 통해 이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또 다른 진실한 '어메이징 타일랜드!'의 면모를 보고 싶다.

 

방콕=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어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있다.

관련기사

포토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