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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탁신계 프아타이당, 제1당 ‘전진당’ 빼고 군부와 공동정부 선언

태국 제2당, 부동산 기업가 출신 총리 후보 결정...군부와 공동집권 수순

 

태국이 총선 제1당은 빼놓고 제2당과 친군부의 공동정부로 가는 수순을 빠르게 밟고 있다.

 

방콕포스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일 촌난 스리깨우 프아타이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전진당과 협의해 전진당과 협력하지 않고 차기 정부 구성에 나서기로 했다. 부동산 기업가 세타 타위신을 총리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151석을 얻으며 제1당이 된 전진당(Move Forward Party, MFP)은 연정에서 빠진다. 제1당이 정부에 참여조차 못하고 야당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되었다.

 

주도권을 잡은 제2당 프아타이당(Pheu Thai Party)은 군부 여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품짜이타이당 등 친군부-보수 진영과 공동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 “2000년대 이후 태국 정치는 탁신 중심으로 돈다”

 

프아타이당은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태국 총리 계열의 당이다. 탁신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Paetongtarn Shinawatra)은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당 수석 고문으로 임명돼 총선 운동을 이끌어왔다. 아버지 탁신 전 총리 후광으로 단숨에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태국 정치는 2000년대 이후 “탁신 중심으로 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탁신 전 총리를 비롯 ‘매제-여동생’도 총리직에 올랐지만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매제 솜차이 옹사왓(탁신 첫째 여동생의 남편, 2008년 9~12월), 여동생 잉락 친나왓(탁신의 둘째 여동생, 태국 첫 여성 총리, 2011~2014) 등 모두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다.

 

 

 

탁신 총리는 2008년 권력남용 관련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다. 현재 15년째 해외 도피 중인 그가 이번 프아타이당 연정 주도권으로 다시 정치 한복판으로 돌아온 셈이다.

 

방콕포스트는 2일자로 "탁신 전 총리가 개인 제트기를 타고 돌아와 돈무앙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다. 프아타이당의 고위 당원이자 최근 전 총리를 면회한 친한 친구가 밝혔다"고 전했다.

 

대신 5월 총선의 돌풍의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42) 대표의 상황은 뒤바뀌었다. 기업인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이라는 브랜드로 그를 내세운 전진당은 태국의 정치구도인 ‘탁신 대 군부’ 구도를 깨뜨리고 돌풍을 일으켰다.

 

태국 민주화의 상징인 명문 탐마삿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와 메사추사츠공과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젊은 새 총리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군주제에 대한 비판 허용’ 등 왕실모독죄 폐지 주장이 인기 발판이었지만 되레 발목이 잡혔다. 전진당은 정부에 참여하지 못하고 야당으로 밀려나게 됐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전진당 지지자들은 프아타이당이 전진당을 차기 정부 구성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프아타이당 당사 밖에서 조각상을 불태우기도 했다.

 

 

■ 총리 투표, 군부가 장악한 상원의 지지 없이 통과...피타 전진당 대표 ‘좌절’

 

이번 총선은 탁신당 계열 프아타이당이 2001년 이후 선거에서 처음으로 1당 자리를 내놀 정도의 돌풍이었다.

 

젊은이와 도시 거주 유권자에게 어필하면서 ‘MZ세대의 반란’으로 평가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지만 당초 피타 림짜른랏 대표의 총리 투표는 만만치 않았다.

 

전진당은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피타 대표는 지난달 13일 상-하원 합동 총리 선출 투표에 단독 후보로 나섰으나 군부가 장악한 상원의원들의 반대로 과반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달 19일 다시 후보로 나설 계획이었으나 부결된 후보를 또 다시 후보로 지명해선 안된다는 친군부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투표가 무산됐다.

 

군부가 개정한 2017년 헌법은 연정 없이 총리가 되려면 한 당이 상-하원 전체 750명 중 과반인 376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500명의 의원의 하원이 구성되더라도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해선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과 공동으로 합의를 거쳐야 한다.

 

 

총리 투표에 좌절한 전진당은 정부 구성 주도권을 제2당인 프아타이당에 넘겨줬다. 보수 진영 정당들은 ‘왕실모독죄 개정’ 등 진보적인 개혁 정책을 내세우는 전진당이 포함된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태국 총리투표는 이처럼 군부가 장악한 상원의 지지 없이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 제도상 프아타이당은 군부 여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품짜이타이당 등 친군부-보수 진영과 손잡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총 19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태국의 연립 정부가 출범해도 군부가 ‘정치적 충돌에 대한 수습'을 명분으로 내세워 신정치세력간 충돌하고 ‘쿠데타’를 감행했다.

 

오는 10일 귀국할 예정인 탁신 전 총리가 전진당의 전신인 퓨처포워드당(FFP)의 타나톤 중룽르앙낏 대표를 만나 전진당을 새 정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두고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진당은 2020년에 현 군사정부에 의해 해체된 아나콧마이(퓨처포워드) 당의 후속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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