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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태국 ‘정치아이돌’ 피타 대표의 한국 방문

6일 고려대 정경관서 특강, 전국서 몰려온 지지자 ‘팬심’으로 후끈

 

 

태국의 스타 정치인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42)가 6일 고려대 정경관에서 한국 대중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그가 ‘정치아이돌’로 불린 건 지난 5월 총선 때문이었다. 전진당(Move Forward Party) 대표로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처럼 500석 중 151석을 얻어 제1당을 만들어냈다. 바로 ‘오렌지혁명’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왕실보호법’을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반발한 MZ세대를 대변하면서 그는 열렬한 팬덤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를 실제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강연장은 그가 등장 이전부터 열기가 달아올랐다. 170명 특강 모집 신청은 조기마감했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대기줄이 점점 늘어나 일부는 돌려보냈다. 추가 입장이 허락된 이들은 좌석 옆 통로에 앉거나 서서 강연을 들었다.

 

피타는 열렬한 박수와 함성 속에 입장했다. 그는 훤칠했고, 아우라가 발하는 미남자였다. 그는 부드럽고 강렬했다. 명성 그대로 그는 타고난 연설가였다. 말은 빠르지만 강약과 리듬을 탔다.

 

‘태국 민주주의와 한국-태국 관계의 미래’라는 대담 형식을 진행하는 신재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하버드대와 MIT 졸업 이력에다가 태국 그랩 임원 출신이라더니 ‘명불허전’이었다.

 

 

서정인 전 아세안 대사(전 태국 공사참사관)는 행사 이후 기자에게 “피타 전 태국 전진당 대표가 집권시 3D(탈군사화(Demilitarization),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탈독점화(Demonolization), 전기차 등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기자도 청중의 한 명으로 그의 제스처를 지켜보았다. 동작 하나하나가 자연스러웠다. 두 손을 모으거나 한 손을 펴기도 했고, 두 팔을 양쪽으로 펼치기도 했다. 청중의 혼을 뺄 만한 부드러움이었다. 그가 대답 중 단호한 목소리에는 청중들은 일순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유머를 던지면 바로 웃음 파도가 강연장에 일렁거렸다.

 

 

총선에서 제1당 대표가 된 그는 국회의 총리 선출 투표 단독 후보였다. 하지만 군부가 임명하는 상원의 반대로 좌절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0.000%의 지분을 보유한 상속받은 운영도 하지 않은 방송사 지분을 들어 의원직을 직무 정지시켰다.

 

그래서인지 강연 후 청중석에서는 총선 결과와 총리 선출 과정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1등이 아닌 2등이 총리가 된 제도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그는 막힘없이 비판하고 날렵하게 설명했다.

 

신재혁 교수는 “태국 민주주의를 위한 피타 전 대표의 도전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강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가 주최했다.

 

 

강연이 마치고 난 이후 인상적인 장면을 만났다. 청중들은 그에게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둘러싸고 사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사진찍기가 이어졌다. 그는 일일이 사인 응대를 했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를 에워싼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연예인 팬들처럼 사심 가득 ‘팬심’이 담겨져 있었다. 피타가 총선 유세장에서 특유의 팬들을 배경으로 함께 찍었던 셀프 샷을 시전했다. 지켜보기만 해도 일체감과 흥분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시흥에서 온 아니줄 카탈리아(36) 부부를 만났다. 한국인 남편이 태국 여행 중 아니줄을 만나 반해 청혼, 2009년 결혼했다.

 

남편은 “아내가 피타의 열렬팬이다. 특강 포스터 보고 아내가 꼭 보고 싶다고 해 제가 직접 신청했다. 14살 남자아들과 5살 딸과 함께 왔다”며 “피타가 한국 거주 태국 여성들에게도 팬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부천에서 친구랑 온 20대 초반 태국 여성들도 있었다. 유모차도 찾아온 태국인 주부도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다. 여성들이 압도적이었다. 문득 피타의 인기가 태국 출신 리사가 멤버인 ‘블랙핑크’ 같은 K-POP 스타 못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타는 4일부터 시작된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콘텐츠진흥원, YG엔터테인먼트, 크래프톤 등 문화 콘텐츠 기업 관계자도 연속 만났다.

 

 

실제 만나본 피타는 젊고 부드럽고 강했다. 물론 그가 펼쳐나갈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시련과 과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에너지가 충만했고, 미소가 멈추지 않았고, 야심만만하고 겸손했다. 어쩌면 그의 미소에는 ‘오래된 미래’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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