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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의 태국이야기7] ‘위잉~웽’ 태국 골프장 '굉음' 정체 뭘까?

현지화 적응과정의 맹인모상(장님코끼리 만지기) 식 일반화 오류 줄이기

 

‘동방의 해뜨는 나라’ 한국에서 떠나와 '삼국지'의 맹획이 칠종칠금(七縱七擒-7번 잡혔다가 7번 풀어 주기)하던 신남방의 나라, 태국에서 살다보니 골프를 주말레저로 삼기 십상이지요.

그런데 그린 위에 모여 퍼팅을 하다 보면 이따금식 ‘위잉~웽~’하는 굉음과 ‘쾅...탕...’하는 폭음소리가 들리곤 하지요. 그 소리의 정체에 대해 함께 라운딩하는 동반 골퍼들간에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만, 혹시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말이 있지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이지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 가지고 고집한다는 말입니다. '장님코끼리 만지기' 식 일반화 오류 줄이기를 위해 골프장의 '굉음'에 정체에 대해 파헤쳐보겠습니다.
 

<첫번째 의문> 라운딩 중 '위잉~웽', 잔디제초기 모터음? 오토바이 폭주족 굉음?


- 라운딩 중에 ‘위잉~ 웽~’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면 혹자는 그럽니다. “아, 그건 골프장 잔디 제초기 모터음이야.”
- 또 다른 사람은 말합니다. “아니야. 그건 골프장 주변도로를 미친듯이 내달리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급가속 굉음이지.”
- 듣고 있던 또 다른 이는 말하지요. “무슨 말씀을, 그 소리는 골프장 인근의 수로를 달리는 롱테일 보트의 엔진소음이야.”


여러분들께서도 혹시, 방콕 근교의 골프장이나 그밖 외곽지대에서 이따금씩 들리는 이런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관심을 기울이거나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있으셨으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과연 윗 세 사람들의 의견 중 어느 분 말이 맞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두번째 의문> ‘쾅...탕...’하는 폭음소리... 총소리거나  화장한 후  사제 폭죽음?

이밖에 가끔씩은 ‘쾅...탕...’하는 폭음소리도 들리곤 합니다만, 이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 누구는, “아, 이 인간들은 아무데서나 총질을 해대니 큰 문제야, 정말 겁난다니깐.”
- 어떤 이는, “이 총소리는 인근에 있는 민물어류 양식장에서 새들이 양식어를 낚아채 먹어치우는 것을 쫒는 공포탄 소리니 겁낼 것 없어” 하시고.
- 또 다른 분은 점잖은 목소리로 “무려 3만5000개소에 이르는 태국의 불교사원들이 대부분 장례식장을 겸하고 있지요. 절에서 장례를 치르고 화장한 후 유골을 분말로 만들어 하늘을 향해 사제 폭죽으로 쏘아 올리는데, 그 폭죽 터지는 소리야”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런 정도까지 알고 이야기하시는 분은 사실 상당히 태국생활 고수이시지요.)

 

 

위 <첫번째 의문>에서 가장 유력한 정답은, 태국 골프장들의 상당수가 수로를 주변에 끼고 있기에 그 위를 달리는 ‘롱테일 보트 엔진소음’인 듯합니다.


<두번째 의문>의 정답은 ‘민물어류 양식장의 새떼를 쫒는 공포탄 소리이거나 ‘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불교사원의 화장터 유골가루 쏘아올리는 폭죽 소리’라고 보아집니다. 듣고 보면 두 번째는 좀 섬찟하기까지 한데, 어쨌든 <두번째 의문>은 정답이 하나가 아니고 두 개인 셈이지요.

이유고하간에, 이중 ‘태국인들의 무문별한 총질 소리론’만 뺀 나머지는, 태국 현지사정에 능통한 주말 골퍼라면 충분히 골프장 근처에서 충분히 있을 만한 상황이라고 인정할 겁니다. 

 

하긴, 민간인이 소지한 총기가 무려 1050만 정을 상회하는 총 많은 나라 태국에서의 이야기인 만큼, 방콕 외곽지역 소재 골프장 주변에서 실탄 총성이 들리지 말라는 법도 없긴하니 이 역시 정답 중 하나로 간주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 그것도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동방의 나라에서 무려 350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 태국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이문화(異文化) 현상들은, 우리들의 속단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양상으로 주마등처럼 연이어 우리들의 현지생활 주변에서 벌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문화 현상과 마주 대할 때, 한걸음만 물러서서 겸허히 살펴보면 어떤 경우는 우리가 들고 있는 잣대가 겨우 30센티 삼각자인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5미터 줄자이어야만 잴 수 있는 물체이기에 벌어진 오인 또는 오해인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 우리들의 모국인 한국에서는 오히려 더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은 도외시한 채 무조건 저개발 국가인 태국이어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황당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렇기에 태국의 골프장에서 들리는 '굉음과 폭음'에 대해 섣불리 속단하거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만 일반화해서 재단하려 들지말고, ‘태국’이라는 나라의 이문화를 이해하며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현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통합해 생각해 보려는 굳은 의지를 지니고 생활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태국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자칭해 ‘어매이징 타일랜드(Amazing Thailand)’라 부르는 것이 때론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가 비아냥거리식으로 태국을 타칭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 ‘디스 이즈 타일랜드(This is Thailand)’라고 혹평해 부르는 것이 어떤 때는 일면 와닿기도 하지만 참으로 듣기 싫은 말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늘 여름인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에서 ‘덥다, 더워’를 연거퍼 내뱉으며 살기보다는, 방콕의 재래시장이나 차이나타운에 가도 삼계탕에 넣는 식재료는 모두 구할 수 있으니,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이열치열' 삼아 삼계탕이라도 한번 푹 고아 드시고 무더운 태국생활을 힘차게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전창관 기자 bkkchun@aseanexpress,co.kr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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