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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칼럼 21] 일본 텃밭에 쏘아올린 '현대-LG' 전기차 동맹, 아세안 시장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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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의 손안의 아세안 21] 도로의 차량 10대 중 9대가량이 일본 브랜드...철옹성시장 뚫어라!

 

지난 7월말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해외 진출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바로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연간 생산량 10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 협약에 앞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인근의 카라왕 산업단지 내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약 11억 달러(약 1조2700억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2024년 상반기부터 연간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의 배터리셀 양산에 돌입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전기차 모델 등에 탑재한다는 방침입니다.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투자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발 빠른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매력적인 생산기지에 더해 최근 구매력을 갖춘 소비시장으로도 주가를 높여온 동남아 지역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행보로 주목받기 때문입니다.

 

즉, 완성차 그룹과 배터리 기업 간의 폭넓은 전기차 분야 협업이 일본 자동차업계의 텃밭으로 인식돼 온 동남아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가 약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토요타, 혼다 등을 앞세운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대다수 동남아 국가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뽐내 왔습니다. 도로의 차량 10대 중 9대가량이 일본 브랜드로 관찰되는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들 중에서도 일본 자동차업계가 철옹성을 구축한 나라로 꼽힙니다.

 

그만큼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2019년 기준 아세안에서 가장 많은 100만여대의 신차가 판매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인도네시아와 처음 인연을 맺은 2013년 이래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위상에 여러 번 혀를 내둘렀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 반둥에서 여객 운송업을 영위하는 한국계 투자기업에 몸담았을 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신차 구입은 물론 중고차 매매와 보험, 정비 및 할부금융까지 전후방 연관산업을 일본계 기업들이 사실상 장악한 까닭에 한국 차량을 이용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미래 전기차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아세안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한국 기업들의 결정은 시의성 있게 다가옵니다.

 

물론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동맹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합작공장 설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한때 일일 확진자 숫자가 5만 명을 훌쩍 넘겼을 정도로 인도네시아 사회는 코로나19 사태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합작법인 설립 일정이 늦춰지고 현지 정부가 약속한 세제 인센티브 등 지원책이 축소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여기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 모두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나라 답지 않게 인도네시아에 충전소를 비롯한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전역에 촘촘하게 뻗어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자금력을 내세운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거세지는 공세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른 역내 관세 혜택 등을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이 전략적 거점으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껏 기지개를 켤 가능성도 커집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그룹 및 배터리 기업 간의 첫 해외 합작법인이 순조롭게 닻을 올려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쓴이=방정환 YTeams 파트너 um0517@hanmail.net

 

방정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매일경제신문》에서 6년 반가량 취재기자로 일했다. 미국 하와이와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받았다.

 

2011년 싱가포르의 다국적 교육업체, 2013년 인도네시아의 한국계 투자기업에 몸담게 된 이래로 동남아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입문 교양서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에 이어 동남아의 최신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열풍을 다룬 ‘수제맥주에서 스타트업까지 동남아를 찾습니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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