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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7] ‘지방대의 반란’ 대전대, 아세안특화대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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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협력사업의 조상 격, 대전대 ‘한-아세안 대학생 교류사업’ 뭐가 다른가

 

198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이후 1990년부터 시작된 한-아세안 협력사업은 역사만큼 다양한 협력사업이 있다. 이 중에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오는 기관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대전대학교다.

 

2013년, 처음 외교부 한-아세안 협력사업 전문관으로 근무할 때 이러한 장기 사업들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정말 성과가 있는지, 첫 단추가 잘 끼워져 운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윗선에서 “밀고” 있는 사업은 아닌지. 의심의 물음표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러한 의심이 든 이상 장기 사업들은 더욱 철저하게 검증해야겠다. 그리고, 부실하게 이어져온 것이라면 반드시 종료시켜 다른 기관들에게 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사실, 대전대학교 사업은 이러한 의심의 가장 꼭대기에 있었다. 한-아세안 대학생 간 교류를 증진시키고자하는 무수의 대학교 중 왜 대전대학교인가. 2014년 한-아세안 협력사업 심사를 앞두고 나는 이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아니, 사업을 종료시킬 명분이 있다고 확신한 채) 대전대학교로 향했다.

 

■ 오해는 애정으로, 첫눈에 매료된 대전대학교

 

대전대학교는 대전역에서 차로 약 10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기차역으로 데리러 나오겠다는 학교측을 제안을 극구 거절했다. 마지막 사업이 될 수 있는데 미안하기도 했거니와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오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의심과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그날의 방문 이후 대전대학교에 매료되고 말았다. 담당자들과의 면담, 캠퍼스 투어, 수업 참관 등을 통해 왜 대전대학교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오래도록 이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난 대전대학교에 대해 나와 같은 의심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전대학교의 대변인이 되어 설명하였다. 대전대학교는 아세안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설명회에 우수사업 시행기관으로 선정되어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다른 대학교에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해주었다. 대전대학교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시행기관에 있어 멘토이자 조상과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준 셈이다.

 

■ 한-아세안 대학생 교류 그 이상

 

대전대학교에서 2002년부터 실행한 한-아세안 대학생 교류사업은 단순하게 보면 매년 20명(아세안 10개국에서 국가별 두 명)의 아세안 대학생들이 대전대학교로 와서 1년 간 수학하는 이른 바 “교환학생” 개념이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사업에 대전대학교는 그간의 노하우와 아세안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사업을 점차 체계화시켜 나갔다.

 

대전대학교 학생과 일대일 매칭을 시켜주는 ‘버디 프로그램’을 통해 아세안 학생들이 한국, 그리고 대전대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외에 한국 문화를 탐방하는 필드트립과 한-아세안 센터 등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아세안 관련 프로그램에 이 학생들을 적극 참여시켰다.

 

 

또한, 겨울방학 2개월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 대전대학교가 네트워크를 구축해둔 유네스코 아태교육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기관에서 인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후 졸업생 중 각 국가의 외교부, 무역통상부, 경제자유구역청 등 국가기관에서 근무하게 된 학생들이 대전대학교에서 제공해준 인턴십이 합격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전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아세안에 대한 경험과 애정을 바탕으로 대전대학교 내에 아세안 학생들에 특화된 기숙사까지 지어졌다. 기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서 각 방을 1인실로 디자인했다.

 

할랄푸드 등 종교적 이유로 음식에 제약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방 안에 싱크대,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을 준비하여 유학 기간 중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였다.

 

 

장기적으로 사업이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담당 직원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다보면 시행기관 담당자가 1~2년 단위로 변경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 제안부터 승인, 시행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협력사업 특성 상 승인과정 중에 담당자가 바뀌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업시행 중에 담당자가 바뀌어 새롭게 사업을 설명하고 노하우를 처음부터 쌓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담당하는 동안 대전대학교 역시 수차례 인사이동이 있었다. 하지만, 국제교류원장, 국제교류팀장 및 담당직원 등이 한-아세안 협력사업과 연관이 있는 분들로 항상 배정이 되었다. 특히 담당직원은 현재까지 그대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연속성과 전문성이 있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는 게 눈에 보였다.

 

■ 꿈꾸던 대학 캠퍼스, 영화 '도둑들' 등 촬영명소로도 알려져

 

학교 캠퍼스에도 적잖아 놀랐다. 아기자기한 캠퍼스 안에 정갈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다보니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촬영지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

 

특히,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인 30주년 기념관은 대전대학교의 랜드마크인데, 영화 ‘도둑들’(2012)의 촬영지라고도 한다.

 

 

꿈꾸던 대학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수업도 참관했다. 마침 외국인 교수가 영어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국내 대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건물과 강의실, 그리고 외국인 교수라니. 이곳이 미국인가 잠시 착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전대학교에서 한-아세안 대학생 교류사업을 더욱 각별하게 생각하는구나 느껴졌던 것은 아세안 학생들이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까지 배울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이 한국어, 영어에 모두 유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년 동안 한국어, 영어 수업을 병행하면서 최대한 국제적인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 화려한 동문...동남아시아의 아마존 ‘부칼라팍’ 공동창업자도 대전대학교 출신

 

2014년 방문 이후 대전대학교를 다시 찾은 것은 2017년도 겨울이었다. 대전대학교의 큰 강점은 1년 교환학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네트워크까지 잘 구축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도부터 아세안을 순회하며 개최된 동문회가 5회를 맞아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당시 아세안협력과장과 함께 대전대학교에 가서 축사도 하고 대전대학교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다시 점검하고 또 동문들은 어떤지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무래도 유학생 중 가장 큰 성과는 대전대학교 수학 중에 베트남 학생이 에디오피아 학생과 함께 라디오폰을 개발한 것일 것이다. 모국의 상황에 적합하게 개발된 라디오폰은 이화여대에서 개최된 국제개발협력학회에서 소개되었다고 한다.

 

 

한편, 가장 ‘핫’한 인물은 아무래도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부칼라팍(Bukalapak)의 공동창업자인 무하마드 파즈린 라시드(Muhammad Fajrin Rasyid)일 것이다.

 

부칼라팍은 아세안의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기업가치 25억 달러(약 2조 7200억 원)인 인도네시아 2017년 전자상거래 대표 기업이다.

 

그는 동 사업의 2008년도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강연에도 가끔 초청이 되는데 한 강연회에서 대전대학교에서의 경험이 본인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필자가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실제로 대전대학교 출신 유학생과 일한 경험도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주아세안대표부에서 근무했던 인도네시아 직원 한 명이 대전대학교 출신이었다.

 

이후 대전대학교 한-아세안 협력사업 출신이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났는지 대사관에서 대전대학교 담당자에게 학생들을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공부하고 인턴십을 한 경험이 있으니 검증된 이 학생들이 아세안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게는 “스카우트” 대상인가보다.

 

 

■ 대전대학교, 더 큰 도약을 위해 한-아세안 협력사업은 졸업

 

이렇게 긴 기간 동안 공을 들인 동 사업은 현재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외교부 차원에서는 2017년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 장학생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교육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협력사업이 수면으로 올라온 이상 더 이상 특정대학교에 바로 사업을 주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대전대학교 차원에서도 이 사업을 기반으로 아세안 외에도 다양한 유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했다. 대전대학교는 교육부 정부초청 장학생 프로그램인 GKS의 시행기관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정부초청장학생 홍보 시에도 동문들 위주로 홍보하여 동문학생 중에 GKS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 석사과정을 이어가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대전대학교는 아세안대학연합(ASEAN University Network, AUN) 파생의 아세안+3(한,중,일) 대학 연합의 초기 가입학교이자 한국의 6개 대학(경희대, 대전대, 동국대, 서울대, 전남대, 중앙대) 멤버 중 하나이다. 그만큼 아세안에 있어서는 중심에 있는 대학교인 것이다.

 

대전대학교가 한-아세안 협력사업 자체로는 잠시 떨어져 있지만, 아세안에 대한 애정과 다년 간 사업을 진행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세안 특화 대학교로 지속되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쓴이=김시은 asean.sekim@gmail.com

 

김시은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인권을 기반한 개발’을 논문 주제로 하여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 후‘아세안 문화개발협력’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외교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기획단에서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 내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컨설팅 및 아세안 관련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아세안랩(ASEAN LAB)을 창업하여 운영하며, 아세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외교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세안 업무 매뉴얼을 담은 책 '아세안랩'을 8월 8일 출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수잔리 하원의원 표창, 2012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 2017년 외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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