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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 8] 미얀마와 사랑에 빠진 강원도 산골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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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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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희 책 “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헤어날 수 없는 미얀마 매력 조명

 

미얀마는 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나라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스스로 아세안 전문가라 칭하면서도 아세안 개별 국가 하나하나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모르는 국가를 꼽으라고 하면 미얀마가 아닐까 싶다.

 

2014년, 미얀마에서 개최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마친 후 경험한 미얀마 맥주의 알싸한 향기와 맛에 반해(?) “아세안에 뼈를 묻을 거예요” 라는 말을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3회차 김시은의 아세안랩 참조).

 

아마도 다른 9개국에 비해 출장 기회가 적었고(사실, 2014년 출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0개국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보면 미얀마 사람들이 얌전한 성격에 수줍음이 많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친한 동료이자 친구들을 많이 못 만든 탓이었던 것 같다.

 

알고 나면 티 없이 맑고 한없이 모든 것을 내주는 미얀마 사람들인데, 더 가까워지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2월 첫날 새벽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안타깝기만 하다.

 

■ 미얀마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은 사랑 고백서

 

“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을 홀린 듯 바로 구매하였다.

 

아마도 미얀마에 더욱 다가가고 싶은 나의 갈망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기대 탓이었을 것이다. 책 '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허은희 지음/협성문화재단)이 도착하자마자 잠깐 훑어보자고 열었는데 단숨에 끝까지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아세안과 사랑에 빠진 나처럼 저자도 미얀마에 흠뻑 빠져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본인의 20대 인생을 미얀마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제 갓 30살로 접어든 강원도 홍천 출신의 소녀(?)다. 정치외교학 학사, 개발정책학 석사를 마친 그녀는 2017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개발전문봉사단 자격으로 1년 간 미얀마에 거주하게 된다.

 

 

그 당시 미얀마의 매력에 젖어든 그녀는 이후 다시 미얀마로 떠난 후 NGO봉사단으로 6개월간 활동하였다. 1년 반, 어떻게 보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을 어찌나 알차게 보냈든지... 그녀의 책 속에 담긴 1년 반 동안의 이야기는 그녀가 얼마나 미얀마를 드라마틱하게 경험했는지, 또 아직까지 생소할 수 있는 미얀마의 매력이 무엇인지 계속 '엄마미소'를 지으며 알아갈 수 있었다.

 

■ 인연의 나라, 미얀마-가족처럼 지낸 단골 국수가게 아주머니 '추억이 방울 방울'

 

불교를 기반으로 하는 미얀마는 인연을 중시한다. 저자가 미얀마에 거주하는 동안 가족과 같이 지낸 단골 국수가게 아주머니와 오토바이 택시기사 이야기는 특히 더 인상 깊었다.

 

미얀마에서는 서로 가깝다고 느끼는 순간, 즉, 가족이라고 느껴질 때에는 머릿속 계산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녀의 아침을 책임지는 단골 국수가게 아주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밥값을 받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신선한 충격이 일었다.

 

 

네피도에서 애용한 오토바이 택시기사는 그녀가 몸이 아플 때 보호자 역할도 해주고, 필요한 물건을 살 때도 함께 물어가며 찾아주었다고한다. 그렇게 “부려”먹었는데도, 택시 값을 부르지 않고 알아서 주라고 했다니! 혹시나 짜게 준다고 속으로 욕하는 거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미얀마 사람을 안다면 계산적이지 않다는 말이 진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들·딸 결혼식에 저자를 초대하고 이동까지 책임져 주었다는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이국에서 온 그녀를 손님이 아닌 가족으로 받아준 두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글자를 넘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 걷고 싶다.,,,생각이 맑아지는 곳, 껄로 트레킹 코스

 

미얀마 여행은 항상 가까우면서도 먼 꿈으로 남아있었다. 외교부 근무 시 미얀마 바간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로 구현한 것을 보고 언젠간 직접 가서 멋진 석양을 보며 명상하리라 다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미얀마 대표 여행지인 ‘인레’호수와 껄로 트레킹 코스도 막연한 버킷리스트로 남아있었다. 책 속에 담긴 껄로 트레킹 코스 경험담을 읽다가 “도저히 못참겠어. 코로나를 뚫고라도 당장 달려가야겠어!”라는 충동이 일었다.

 

트레킹코스라고 해서 대단한 산을 오르는 트레킹은 아니었다(그래서 더욱 탐나는 여행코스였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매력적인 것은 1박2일 또는 2박3일 코스 동안 현지인의 집에서 숙식하고, 찐 미얀마 시골풍경을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트레킹코스 동안 샤워가 불가라는 말은 익히 들었는데, 그녀가 설명해 놓은 것을 보고 잠시 내가 갈 수 있을까 주춤했다. 대부분의 집은 우물에 빗물을 모아 목욕, 설거지 등의 모든 생활용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 아까운 물을 어찌 지나가던 행인이 펑펑 쓸 수 있겠는가. 물론, 며칠은 불편하겠지만, 이 또한 뼛속까지 미얀마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사진 8. 껄로트레킹 중 현지인 집에서 묵으며 촛불을 켜고 먹은 저녁식사(제공: 허은희 작가))

 

트레킹 코스 중 만나게 되는 파오족을 따라 머리에 두른 두건을 한 그녀 모습이 해맑아보였다. 머리의 두건은 그들의 선조라고 믿는 용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 그녀의 성격 덕분에 미얀마를 짧은 시간에 습득하고 또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걷다가 마지막 날 드디어 인레호수를 만나게 된다. 잠시나마 내가 그 곳을 걷고, 인레 호수 보트를 타고 있는 상상을 해본다. 그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 그 어떤 창작활동이라도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도 이 트레킹을 통해 미얀마를 더 깊게 알게 되고 또 책을 쓸 수 있는 밑천이 되지 않았을까 감히 판단해본다.

 

■ 한국에서 만나는 미얀마, 부평 미얀마 타운 그리고  따비에

 

한국에 미얀마 레스토랑이 있다고? 아마 미얀마 음식이 무엇인지조차 생소할 것이다. 미얀마에서도 여느 동남아 국가와 같이 쌀국수가 있는데, ‘모힝가’가 특히 유명하다.

 

메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쌀국수로 주로 아침 식사로 먹는데 저자가 단골로 갔던 국수집에서 아침으로 이 모힝가를 자주 먹었다고 한다.

 

아무쪼록 한국에도 이 미얀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부평에 미얀마 타운이 있고 그 안에는 미얀마 식료품점, 식당 그리고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TMI(정보과다)지만 이곳에서 미얀마 맥주를 주문할 수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또한, 한국에 미얀마만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시민단체(NGO)가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인 스님과 친분이 있는데 간혹 헌 옷이나 책을 미얀마에 보낸다고 하여 드리고 있는데 아마도 이 시민단체와 연관이 있나보다. 책을 통해 이러한 단체가 진짜 있는 걸 보니 괜히 반갑고 뿌듯해졌다.

 

 

미얀마에서 평화와 행복과 안녕을 상징하는 나무 이름을 따 따비에(Tha Byae) 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미얀마에 도서관을 설립하고, 동화 작가 양성 및 동화책 출간, 보건·컴퓨터 교육 등을 실시한다고 한다. 홈페이지(thabyae.net)에서 더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니 지원에 관심있는 분은 찾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얀마 노래를 흥얼거리는 작가도 만날 수 있다. ‘Korean Girl Loving Myanmar Songs(미얀마 노래를 사랑하는 한국소녀)’라는 명의 페이스북 구독자가 벌써 7만 명이라고 한다.

 

K-pop에 빠져있을 미얀마에서 역으로 미얀마 음악에 빠진 한국 소녀라니. 나도 신기한데 미얀마 현지에서는 또 얼마나 신기할까. 이를 증명하듯 구독자 대부분이 미얀마 젊은 청년들이라고 한다.

 

■ 미얀마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었는데...거짓말 같은 군부 쿠데타 소식  우울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바로 미얀마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책을 읽은 후 며칠 간 미얀마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들이 내 안에서 일렁이고,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풍경에 미얀마로 당장 달려가 걷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한국에서 미얀마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미얀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녀와 그녀가 경험한 미얀마가 알고 싶다면, 그리고 미얀마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었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하지만 이 원고를 마감한 이후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라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웅산 수치 고문 등 집권당 고위 지도자들이 군부에 의해 기습적으로 구금됐다. 군은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리는 이 같은 벼락같은 소식이 거짓말이었으면.....이 상황이 조기에 해결되었으면... 그래서 K-pop에 빠져있는 미얀마 젊은이들을 환한 모습으로 빨리 보고싶다고 빌었다.

 

글쓴이=김시은 asean.sekim@gmail.com

 

김시은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인권을 기반한 개발’을 논문 주제로 하여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 후‘아세안 문화개발협력’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외교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기획단에서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 내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컨설팅 및 아세안 관련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아세안랩(ASEAN LAB)을 창업하여 운영하며, 아세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외교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세안 업무 매뉴얼을 담은 책 '아세안랩'을 8월 8일 출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수잔리 하원의원 표창, 2012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 2017년 외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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