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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6]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그리고 아세안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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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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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원한 아세안문화원,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10분...1년 추억 새록

 

코로나19로 인하여 전 세계가 연초 계획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는 한해다.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에서 근무할 때가 생각난다. 아세안 업무의 특징은 업무 시기나 흐름이 예측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매년 초부터 11월 초 아세안 의장국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위해 준비회의를 하며 달려간다고 보면 된다. 스케줄은 빡빡하면서 빠르게 흘러간다.

 

예를 들어 3~4월 대사급 회의, 5~6월 차관급 회의, 7~8월 장관급 회의 등이다. 1년을 마무리하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끝나면 비로소 한해가 잘 마무리되었다고 안도하곤 한다.

 

 

■ 한-아세안 관계의 꽃,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러한 루틴에 벗어나서 한-아세안 관계가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사건’도 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다. 한국과 아세안은 1989년 대화관계 수립 이후 2009년, 2014년, 2019년 등 10년 안에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열었다.

 

특히,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2014년 제2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후 우리나라 때문에 ‘아세안 외에서의 특별정상회의 개최는 10년 이상 주기로 개최된다’라는 규정이 새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려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뒤인 2019년에 특별정상회의를 다시 개최해 한국에 예외를 적용하게 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세안과 특별정상회의를 3차례 개최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 세 차례의 특별정상회의 중 두 번...아세안과 부산의 특별한 관계

 

여기서 또 주목할 점은 세 차례의 특별정상회의 중 2009년 제주도 개최 이후 2014년, 2019년 연이어 부산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이다.

 

부산은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도시로 손에 꼽힌다. 하지만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 당시 부산에서 연이어 개최될 것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부산인지 그 이유를 듣는다면 누구든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부산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베트남 호치민, 캄보디아 프놈펜, 필리핀 세부주, 미얀마 양곤 등 아세안 주요도시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 19로 막혀있지만, 아세안 대부분의 국가와 직항이 열려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아세안 등록 외국인이 약 2만 명이다. 전체 부산 등록 외국인의 4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6개국 명예영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과사업으로 구축된 ‘아세안문화원’이 바로 부산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 이것은 나의 아이가 아니다. 우리의 아이다

 

‘이것은 나의 아이가 아니다. 우리의 아이다(It’s not my baby, it’s our baby)’

 

이 말은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당시 ‘아세안문화원’ 설립에 대한 합의를 위해 서정인 당시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 국장(현재 주멕시코 대사)이 아세안을 설득하면서 했던 말이다.

 

정상회의 직전 숨 쉴 여유도 없이 바빴던 사무국 내에서 울려 퍼진 이 한마디로 직원들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자칫 이상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포인트를 명확하게 짚어낸 말이었다. 아세안문화원은 대화상대국에서 유일하게 아세안 문화를 소개하는 기관이다. 아세안 국가에서도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 내에는 태국에 아세안 문화센터가 구축되어 실제로 가본 경험이 있다. 시설이나 규모, 볼거리 면에서 부산 아세안문화원이 더욱 훌륭하다.

 

이렇듯 서정인 대사의 열정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로 시작된 부산 아세안문화원은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이자 아세안 창설 5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였던 2017년 9월 1일 부산에 개원되었다.

 

 

■ 부산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 아세안문화원

 

부산 아세안문화원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해운대 신시가지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은 외교부 국유재산, 토지는 부산시 소유로 초기 구축되었으나 운영은 외교부 산하의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KF)에서 전담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잠정 휴관에 들어갔던 아세안 문화원은 10월 13일부터 다시 정상 운영되고 있다(11월24일부터 사전예약제로 회차당 15인 제한을 두고 있다). 아세안문화원에서는 아세안 관련 전시를 하고, 공연, 학술·요리 등의 수업을 제공하는 등 유익한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에서 아세안문화원을 들르지 않으면 손해다.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무료라고 해서 허술한 전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총 4층의 규모로 이루어진 아세안문화원은 입구부터 볼거리가 풍성하다.

 

 

■ 지난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문화원 ‘1년만의 방문’

 

지난해 11월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필자가 맡았던 역할은, 칼럼 4회차 때 소개한 문화원 1층에 위치한 아세안 10개국 문화유산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로 구현한 체험실과 함께 2층에 위치한 상설전시 중 아세안 관련 정보가 잘못된 것이 없는지 체크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아세안문화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1년 만에 찾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간 후의 고요함이랄까. 이 행사를 끝으로 외교부 생활을 정리하고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아이러니하게 그토록 많은 방문에도 당시에는 문화원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1층에는 VR실과 함께 기획전시실이 있다. VR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정적으로 이용할 수 없었다. 기획전시실은 지난해에는 한-메콩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활용되었던 곳이다. 기획전시실에서는 1년에 2~3회 다른 주제로 한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방문 당시 진행 중이었던 아세안문화원 사진·영상 공모 우수작들이 전시된 <교환일기> 전은 11월 29일에 폐막되었다. 12월 15일부터는 아세안 길거리 식문화를 주제로 하는 <호로록 찹찹 오물오물> 전이 진행된다고 하여 다시 방문해 볼 생각이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아세안 10개국에서 온 각국의 공예품을 전시중이다. 아세안문화원 개설 당시에는 10개국 공예품이 제 시간에 도착은 할 수 있을지, 제대로 된 물품이 올지, 파손되진 않을지 담당자들이 마음 졸이던 모습이 생생한데 이제는 이 넓은 2층을 꽉 채울 만큼 풍성하다.

 

 

한-아세안실에는 아세안 및 한-아세안 관계 등에 대한 정보 외에 흥미롭게 업데이트된 게 있었다. 바로 지난해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 한-메콩 정상회의 만찬을 그대로 재현해둔 것이었다. 앉아서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고 하니 자칫 딱딱할 수 있는 한-아세안실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느낌이다.

 

 

전시 외에도 날짜에 따라 2층의 세미나실, 3층의 요리체험실, 4층의 강당 등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사도 놓치지 말자. 현재는 아세안 문화강좌 및 언어강좌, 아세안 요리교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도 애정하는 아세안문화원

 

지난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아세안문화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지시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애정을 증명하듯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전 추석 연휴에 깜짝 방문하여 모두 아세안문화원을 더욱 소중히 여겼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메콩 정상들이 문화원을 둘러보고 감탄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현재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어들긴 했지만, 정상회의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한다.

 

 

아세안문화원 관계자는 “문화원이 부산 시민들이 들르는 시설에서 전국구에서 아세안 및 문화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일부러 찾아오는 시설로 전환된 것이 고무적” 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한국과 아세안 정상들이 애정하고 자랑하는 부산 아세안문화원에 꼭 방문하여 아세안에 한 발짝 다가가길 바란다.

 

글쓴이=김시은 asean.sekim@gmail.com

 

김시은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인권을 기반한 개발’을 논문 주제로 하여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 후‘아세안 문화개발협력’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외교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기획단에서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 내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컨설팅 및 아세안 관련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아세안랩(ASEAN LAB)을 창업하여 운영하며, 아세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외교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세안 업무 매뉴얼을 담은 책 '아세안랩'을 8월 8일 출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수잔리 하원의원 표창, 2012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 2017년 외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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