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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홍 서울대 교수, 책 ‘한인의 베트남 정착과 초국적 삶의 정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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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한인 연구총서 ‘베트남’편...주재원과 자영업자까지 베트남 한인 정착사

 

주재원과 공장 매니저부터 자영업자까지...베트남에서 초국적 삶을 살아가는 베트남 한인 정착사가 책으로 나왔다.

 

채수홍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가 집필한 책은 ‘동남아한인 연구총서-베트남편’(도서출판 눌민) ‘한인의 베트남 정착과 초국적 삶의 정치’다.

 

흥미로운 것은 50명의 인터뷰를 통해 개혁개방정책 이후 시장경제체제로 빠르게 변화해나가는 베트남 사회에서 베트남 한인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들여다본 생생한 현장기라는 점이다.

 

■ 1994년부터 베트남의 도시-산업-노동의 문화 연구 인류학자

 

채수홍 교수는 미국 CUNY(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Graduate School and University Center)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4년부터 베트남의 도시, 산업, 노동의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Wounded Cities, Labor in Vietnam, 『맨발의 학자들』 등의 공저를 출간했다. 또한 “The Political Processes of the Distinctive Multinational Factory Regime and Recent Strikes in Vietnam”, “호치민 시개혁과정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연구”, “한인 공장매니저의 초국적인 삶” 등의 논문을 집필했다.

 

 

책은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낀’ 채 초국적 삶을 살아가는 베트남 한인에 관한 연구다. 베트남 한인을 사회문화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으로 묘사하며 “이들은 이러저러하다”라는 식으로 정형화하면서 ‘같음’을 강조하는 이해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인 사회 내부의 ‘다름’을 함께 조명하여 한인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을 포착하려는 시도이다. […] 베트남인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 한인 사회 내부에서도 구성원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상생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7쪽

 

그는 베트남이 노동집약적 산업의 세계적 생산기지로 발돋움함에 따라 세계생산체계에서 저가 생산품의 주요 공급자 역할을 담당해온 한국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날로 증가한 바 있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베트남 한인 수도 늘고 한인 사회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역사적 궤적과 정치경제적 현실 때문에 베트남 한인의 삶은 베트남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와 분리해서 이해될 수 없다.

 

 

한국기업과 한인은 베트남 경제에 공헌하고 있는 조력자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베트남의 노동 문제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체, 대외 의존을 심화시키는 외국자본,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외국인으로 간주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84쪽

 

베트남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정착사를 통해 베트남 경제가 지금처럼 발전하기까지 한인들이 해온 역할과 활약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 북부 대우그룹 김우중-남부 신발업체인 태광실업 박연차...그리고 삼성전자

 

베트남에 최초로 공식 투자한 기업은 푸토성에 진출한 방림방적이지만, 개혁개방 초기 세대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북부의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남부의 신발업체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다.

 

베트남 고위인사들과의 인연으로 수도인 하노이에 먼저 기반을 다진 김우중 회장은 수교 전인 1991년에 하노이에 진출해서 한인의 베트남 도시개발사의 이정표를 찍은 대우호텔을 비롯하여 자동차, 화학, 섬유 등을 파는 종합상사를 운영하였다.

 

또한, 전기, 전자, 봉제 등 공장을 짓기도 하였다. 대우의 하노이 진출의 영향을 받아 코오롱, 효성 등 대기업의 종합상사가 연달아 지사를 설립하였으며, 그 덕택에 하노이 대우호텔 근처에 한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116쪽

 

하노이 한인 사회가 급성장하게 된 또 하나의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는 삼성의 등장이다.

 

2007년부터 삼성이 휴대폰을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을 하노이 동쪽에 위치한 박닌성의 엔퐁 공단에 짓기 시작하면서 한인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북부에 소위 ‘삼성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때부터 하노이 한인 사회 인구가 만 명 단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하여 2013년 하노이 북동쪽으로 박닌과 인접한 타이응우웬성의 엔빈 공단에 2차 공장이 대규모로 건설되면서 범하노이 지역의 한인 수가 적게는 2만에서 많게는 5만까지 추정하기에 이르렀다. 229쪽

 

이처럼 한인 사회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문제도 많아지고 있지만, 베트남과 현지인에 애정을 가지고 고마움을 표하는 한인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한인들마저도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베트남인을 타자화시키는 문화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였다. 그로 인하여 이들이 일상에서 자신이 경험하는 문제를 베트남인의 문화적 관념과 행동양식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것이 안타깝다.

 

■ 호치민의 한인회와 코참의 대표성 경쟁...하노이는 큰 분쟁없어

 

이 책은 베트남으로 이주하여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50인의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개혁개방정책에 따른 이주 초기부터 최근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과 LG 가전 공장이 들어서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베트남 한인 사회의 변화 과정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베트남 한인의 삶이야말로 지리적, 정치적,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르거나 넘어서는 초국적 현상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베트남 한인은 양적으로 빠르게 팽창하고 질적으로도 분화될 수밖에 없다. 해외 공관원이나 대기업 상사 직원 등의 주재원, 중소기업의 공장 매니저, 자영업자, 취업 대기자와 실업자, 은퇴자 등이 정치경제적 조건과 사회문화적 실천 행위에 따라 차별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 한인 사회의 대표성을 둘러싸고 자영업자와 중소규모 기업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인회와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은 주재원 중심의 코참(한인상공인연합회)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난 것에 비해 하노이 한인 사회는 비교적 평화롭게 잘 유지되고 있다.

 

“지금은 하노이가 호찌민보다 더 빨리 크고 있고 소비생활에도 거의 차이가 없다. 실제로 큰 투자나 산업은 호찌민이 아니라 하노이다. 삼성과 LG가 북부에 있고 알짜배기 산업은 다 북부로 오고 있다. … 한국인이 돋보이는 곳도 하노이다. 큰 한국기업이 여기에 다 있으니 베트남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곳도 하노이다. 지금은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을 중심으로 보면 하노이가 호치민보다 더 크다. 내가 하노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하노이의 성장에 뿌듯하다. 한국인이 일조한 것 같아 자부심도 있고.”

 

■ 베트남인과 20만 베트남 한인과의 갈등-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

 

한국은 베트남의 제2 수입국이자 제3 수출국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57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와 7000개가 넘는 기업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과 한국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 협력국인 것이다.(2019년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여기에는 삼성과 같은 초대형업체뿐 아니라 대형 은행, 건설사, 유통업체 등이 포함되어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형업체를 따라 이동해온 하청업체와 부자재 업체, 이들의 식품, 교육, 편의, 유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자영업자까지 치면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 수가 최소 15만명에서 최대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자본 기업이 베트남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젊고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경제의 고속성장과 경제발전에 한인 사회가 일조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은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베트남인을 타자화시키는 문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원인으로 베트남인의 문화적 관념과 행동양식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것이다.

 

공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베트남인이 “청결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책임감이 없다”라고 비난하고, 마찬가지로 베트남 근로자도 불만이 증폭되면 한인 매니저가 “급하고”, “폭력적이고”, “의심이 많다”라고 하며 부정적 ‘민족성’으로 해석하곤 하는 것이다.

 

반면 베트남에서 오래 살아온 많은 한인이 베트남을 ‘감사의 땅’이라고 말한다. 현지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를 교육하고, 문화적 차별을 거의 느끼지 않으면서 현지인과 함께 살 수 있었다는 점에 위안을 얻고 안도한다.

 

이처럼 감사하는 감정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는 근본적으로 한국 자본의 베트남 투자 추이에 달려있다. 베트남 한인 사회가 형성된 계기와 발전 동력이 모두 한국기업의 이전과 투자에서 비롯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는?

 

지난 3년 동안 동남아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을 통해 해외한인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총 8명의 학자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 총 9개국을 직접 방문하여 동남아 한인 이주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이에 동남아의 국가별 한인 사회를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필리핀을 시작으로 2022년 5월 말까지 지난 3년 간 진행해온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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